지나리 부부 산방

백두대간 24구간종주(백봉령-자병산철탑-카스트르지형(돌리네)-생계령-922봉-고뱅이재-908봉-석병산-두리봉-삽당령) 본문

이 또한 지나가리/백두대간(完)

백두대간 24구간종주(백봉령-자병산철탑-카스트르지형(돌리네)-생계령-922봉-고뱅이재-908봉-석병산-두리봉-삽당령)

無碍人 2012. 5. 31. 08:31

2012년 5월28일 월요일(석탄일) 구름위를걷다,나홀로

 

D-6

2009년 6월6일 지리산 천왕봉을 출발한 내 대간길은 초반엔 워밍업으로 천천히 출발했으나, 지난해부터 한달에 한번꼴로 벌써 백두대간 30구간중 24구간을 마치고

D-6이다, 앞으로 6구간종주만 하면 대간길도 졸업을하게된다.

졸업이 처음은 아니다.한남정맥을 대간종주 시작전에 이미 졸업했고 종주중에 한북을 졸업하고 금북도 진행중이다.

지난 4년동안 정말 미친듯이 이 땅의 산줄기를 찾아 전국을 누빈셈인데...나의 산행의지는 아직 청청하니 이를 어쩌나....

익숙하게 청량리에서 강릉행 기차에 오르고 아직 어둠이 가시기전에  나는 동해역에 내린다.(04:15)

동해시는 1980년에 강릉의 묵호읍과 삼척의 북평읍이 합쳐 만들어진 시다.지금의 동해역이나 동해항은 모두 옛 북평역과 북평항이 시승격으로 바뀐이름이다.

동해역 대합실에서 잠깐 선답자들의 산행기를 검토하다가 점심용 김밥을 사고 5시40분경에 있는 임계행 버스를 타기위해 동해역 9호 광장 근처를 어슬렁 거려

보지만 문을 연 김밥집은 없다.

지나는 행인을 붙들고 김밥집 문연곳을 물어보니 여기는 없고 천곡동 가야 있단다.

어찌어찌하여 택시를 타고 문 연 김밥집에서 김밥 두줄사고 터미널 앞 버스정류장에서 임계행 버스에 오른다.(05:55)

이 임계행 버스는(15-3번) 오전과 오후 딱 두차례 있는 버스로 놓치게되면 백봉령까지 택시를 타야한다.

동해시를 한바퀴 돈 버스는 가파르게 숨을 몰아쉬며 백봉령 고갯길을 오르는데 갑자기 높아진 고도로 귀가 멍해질즈음 구름위를 달린다.

동해터미널 버스정류장에서 구름사이로 빼끔이 태양이 솟아오르는걸 봤는데 한구비 한구비 돌아 오를때마다 점점 어두워 지는가 싶더니 천지간이 온통 하얗게 안개에

휩싸이고   지난번 댓재 백봉령 구간 종죽시 눈여겨 보았던 마루금 하차 지점이 분간이 안된다.

조바심이 난 나는 대간 보따리를 주섬주섬 챙겨 기사님 옆에 바짝 붙어 고갯마루 표지석에 내려달라 애원을하고 안개속에 나는 덩그렁 고갯마루에 선다.(07:00)

오늘도 철저이 홀산이다.석탄일로 휴일인데도 대간종주에 나선 산님은 보이지않는다.

그도 그럴것이 연휴 마지막날이니 이미 어제와 그제 다 다녀간모양이다.

이곳 백봉령은 정선과 강릉을 이어주는 42번 국도가 지나는곳으로 원래 명칭이 백복령(百福嶺)으로,옛명칭 회복현(希福峴),일명 백복(白茯), 백봉(白鳳)이라

했는데,백두대간 보존회에서 주민정서와 택리지를 근거로 흰봉황의 뜻인 백봉령(白鳳嶺)으로 부르기로 했다한다.(해발 780m)  

지난번 종주시 자병산의 처참한 모습을 다시는 보고 싶지않다고 주문처럼 중얼거렸는데 오늘 이안개는 나의 소원을 들어준걸까?

자병산의 할퀸상처를 보지않아 좋지만 석병산의 아름다움을 볼수없다는게 또 아쉽다.

자병산(紫屛山),석병산(石屛山), 이름에서 보듯 산의 모양이 병풍같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햇빛을 받으면 자병산은 자주빛을띄고 석병산을 흰빛을띄며 서로 아름다움을 뽐내듯이 자랑스럽게 그자태를 드러내고, 이땅의 산줄기를 백두에서 지리로 지리에서

백두로 이어주고 있었는데,지역 자치단체와 거대 산업자본이 이곳의 석회석을 채취하면서 자병산이라는 산 하나를 송두리째 없애버렸다.

대간마루금이 송두리째 사라진게 어디 여기뿐이랴 추풍령의 금산이 그렇고 여기 자병산이... 우리지도에서 자병산과 금산이 사라지는것은 시간 문제일뿐이다.

늘 그렇듯이 뭔가에 홀리듯, 나는 구름속으로 빨려들어가 마루금을 찾아들고 순식간에 온몸이 물에 젖는다.

바람 한점없는 대간길은 안개비에 흠뻑젖어 온통 이슬로 내몸을 적시기에는 수 분도 채 안걸린다.

구름위를 걷는다는게 맞을정도로 시계는 10m도 안돼고, 자병산의 처참한 모습도, 철탑이 있다는데 철탑의 위치도 구분할수없고, 여기저기 쓰러진 나뭇가지와 간밤에

부지런을 떤 거미들의 사냥그물로 등로는 불친절하다.

간신히 몇번의 시행착오로 왔다갔다 마루금을 헤매다 자병산 철탑구간을 벗어나고 임계 카스트로 지형이란 이정표 앞에선다.(08:30)

카스트르 지형이란 석회암이 물과 탄산가스에 용식을 받아 생성된 각종지형을 말한다.

석회동,돌리네,우발라,폴리예,라피에(카렌)등이있는데, 석회동으로는 영변의 동룡굴,영월의 고씨동굴,단양의 고수동굴,울진성류굴이 있고,돌리네는 석회암이 용식되어

지하에있는 석회동의 함몰로 생겨난 와지를 말한다.쇠곳이라고 하기도 하는데 이곳 자병산에서 생계령가는길에 좌우로 형성된 돌리네는 금방이라도 지하로 꺼질것같다.

돌리네를 지나며 문득 생각난것이 제주도 오름이다.제주도 오름과 정반대의 모양을 하고 있다.제주오름이 기생화산인것처럼,이곳 카스트르 지형의 석회동과 제주도

용암동굴은 확연히다르다.석회동굴이 물과 탄산가스에 석회암이 용식되어 만들어진것이라면,용암동굴은 화산폭발로 용암이 빠르게 식어 형성된동굴로 제주도 협재굴,

만장굴,등이있으며 석회동굴이 종유석,석순,석주등으로 독특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면 용암동굴은 단순한것이 특징이다.

한편 돌리네가 합쳐져 만들어진것을 우발라라하며 대부분 평탄한저지대로 밭으로 이용되고 있으며,돌리네가 여러개모여 형성된것을 폴리예라하고 대부분 경작지

취락으로 이용되고있다. 라피에는 석회암용식에 의해 형성된 소기복지형으로 땅위로 드러난 석회암을 이르는데 비석처럼 생겼다하여 묘석지형이라한다.

낮게드리운 안개와 돌리네지형의 괴기스런 기운이 등골이 오싹할정도로 한기를 느낄때쯤 생계령에 이른다.(08:50)

생계령을 지나면서부터는 야생화 천국이다.천상의 화원이라 할까?

자연은 오늘 내게 자병산과 석병산의 모습을 보여주지않는 대신에 은방울꽃,둥굴레,산조팝나무,풀좀대,병꽃나무,사상자,왕고비등등 이름도 다 알수없는 꽃 천국이다.

수없이 많은 꽃 중에 내가 아는거라고는 고작 이정도니....정확도도 많이 떨어지지만 ..암튼 눈이 시리다.

자병산 돌리네의 괴기스러움은 다 잊고 나는 천국의 화원, 천상의 화원을 걷고있는게 아닌가 싶다.

시간이 멈출수만 있다면 지금 이순간 여기에 멈춰있으면 어떨까.... 천상의 화원이 펼쳐지는 922봉의 전망좋은 바위에 서고, 세상은 온통 구름바다.구름위를 걷고있는

행복한 산꾼이다.천지간에 보이는것은 구름과 야생화뿐이다. 

고뱅이재에 이르면 석병산 1시간 15분이라는 이정표를 만나고 시간은 정오를 넘어가지만 안개는 더욱 심해지는듯 시계는 여전히 발아래만 구분할뿐이다.

헬기장 두개를지나 두리봉 갈림길에 석병산 5분이라는 이정표앞에선다.

대간길에 약간 비켜서있는 석병산은 선답자들이 그자태가 뛰어나고 아름답다고 했지만 오늘 하루 내게는 허락되지않는 모습이고 석병산 일월문과 정상에서 보여주는

석병산(1055.3m)바위봉의 제한된 모습만 보아도 이 산이 얼마나 아름다운 산인가 짐작이간다.(12:20)

석병산은 오늘 내게 유일하게 따듯함을 선사한다. 바람없는 날씨는 안개비를 그대로 내몸에 전해주고 계속해서 움직이지않으면 내 체온을 빼앗아 가는데 석병산 바위봉의

온기는 내게 처음으로 보송보송이란 이런것이라 느끼게 해줘 한참을 간식을 먹으며 머물게 한다.

많은 선답자들이 석병산가는길에 조릿대 군락지가 있고 길게 조릿대(산죽) 숲길을 지났다고 했는데 더이상 석병산 가는길의 조릿대 군락은 없다.

무슨연유인지 조릿대 군락지는 모두 고사하고 마른 조릿대나무가 앙상하게 말라썩어가고 참나무류의 활엽수가 크게 자라고 있다.

경제적 수목으로 보아, 조릿대보다는 참나무류가 훨씬 인간에게 도움이 되겠지만 조릿대군락이 고사하는게 지구온난화 영향아닌가 싶어 은근히 걱정이된다.

조릿대라는게 응달과 고산에 군락을이루고 자라는데 그나무가 고사한다는것은 다른 제앙의 예고 아닌지....

특히 대간을타면서 예전엔 소나무 군락지였던 산들이 소나무가 사라지고 참나무로 식생이 바뀐곳을 여러곳 보았다.

바로 앞전 구간인 피재 댓재구간의  황장산도 황장목은 더이상 볼수가 없고 참나무가 차지하고, 예전에 백봉령 소나무가 경복궁짓는 궁궐목으로 정선의 아우라지와

동강을 거쳐 서울로 이동했다는것은 잘아는애기인데, 더이상 백봉령도 소나무 산이라 하기는 참나무가 너무 많다.

소나무가 베어지고 불탄자리는 더이상 소나무가 자라지 않고 참나무류가 차지하는 자연현상을 보며 이 땅의 미래가 저의기.....

석병산을 지나 두리봉(1033m) 가는길도 조릿대의 고사 현장은 여기저기 부지기이고 두리봉 정상에는 표지석은 없고 산님이 세운 프라스틱 표시만 있다.

쉼터는 잘조성되어 여러개의 탁자는 있는데 표지석하나 세웠으면 싶다.(13:20)

두리봉부터 삽당령구간의 4.7km는 평탄한 내리막길로 모처럼 속도를 내기 좋은구간으로 한달음에 달려본다.

다행히도 이구간의 산죽은 아직  건재한데 식생은 그리 좋아보이지않아 지금 고사가 진행되는것같아 보이고 석병산 지나 큰나무지대를 지나며 보송보송해진

내몸은 다시 산죽군락으로 물에 빠진 생쥐가 되고 두리봉부터 한시간 반도 안돼 삽당령에 이른다.(14:30)

삽당령(揷唐嶺,680m)은 정선군 임계와 강릉시 옥계면을 잇는 35번 국도가 지나는 도로로 백두대간중 추풍령 이후 가장 많은 차량이 지나는 첫번째 도로이다.

고갯마루에 욕쟁이 할매가 운영하는 갓전병에 옥수수막걸리 집이있다.

대간 꾼들에게는 꽤나 유명한 할매인데 연세가 팔십이 훨씬 넘으셨는데 아직건재하시다.

가끔 선답자들 산행기에 등장하는 꼬맹이 손녀가 이제는 고등학생이되어 할매을 도와 갓전병을 만들고 있다.

갓전병에 막걸리 한잔 하는사이 3시15분에 지나는 직행버스를 놓치고 난감해하는데 강릉터미널 근처 교동단지에 사시는 아주머니 한분이 갓전병을 사러 들렀다

터미널까지 태워 주어 편안하게 산행을 마무리 한다.

교동단지 소나타 아주머니 감사합니다.

 

1. 산행코스

   백봉령-자병산 철탑-임계카스트르지형-생계령-922봉-고뱅이재-908봉-석병산-두리봉-866.4봉-삽당령

   (7시간 30분,18.5km). 

 

2. 산행경로

   21:00분 - 집출발

   23:00분 - 청량리출발

   04:15분 - 동해역도착

                 동해역에서 터미널이동 이동중간 김밥

   05:55분 - 터미널 앞정류장 15-3번 버스탑승

   07:00분 - 백봉령(780m)

                  44번 45번 철탑

                  자병산(870m)는 석회석채취로 사라지고

   08:30분 - 카스트르지형

   08:50분 - 생계령

   09:20분 - 강릉서대굴 간판

   09:30분 - 노송지대

   10:10분 - 922봉

                 천상의화원 안개로 조망없음

                고뱅이재

   11:20분 - 908봉 헬기장

   12:10분 - 헬기장

   12:20분 - 석병산(1055.3m)

                  김밥과 과일로 점심

   13:20분 - 두리봉(1033m)

   14:10분 - 866.4봉

   14:30분 - 삽당령(680m)

                  갓전병에 막걸리

                  강릉터미널 교동단지 사시는 아주머니 터미널까지 태워줌(65거1599소나타)

 

@. 교통편

     청량리-동해:무궁화호기차

     동해-백봉령:1일2회버스(오전 05:50분 전후 터미널앞시내버스정류장출발)

     삽당령-강릉:정선 강릉간 직행버스 승차가능 한시간간격배차(매시 15분전후 삽당령지남-강릉행)

     강릉-동서울,강남터미널,인천 수시

 

3. 산경표

 

 

 

  터미널앞 15-3번 버스타는곳

  정류장에서 버스기다리며...

 

안개가 많은 지역이지만 ...심하다.

  은방울꽃 군락지

 

돌리네지형

생계령

이 아래가 서대굴인듯...

노송지대

조팝나무

병꽃나무

922봉

미나리과 인것같은데 이름은 알수없고 지천이다.

사상자 ???

사상자

왕고비

풀좀대

908봉

둥굴레

석병산

일월문

 

조릿대(산죽)은 고사하고 있다

두리봉

 

삽당령

 

이 갓전병에 막걸리 먹다 버스를 놓쳤어도 이맛은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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