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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30구간종주(미시령-상봉-화암재-신선봉-대간령-마산봉-진부령) 본문

이 또한 지나가리/백두대간(完)

백두대간 30구간종주(미시령-상봉-화암재-신선봉-대간령-마산봉-진부령)

無碍人 2012. 10. 3. 22:18

2012년 10월 1일 월요일 청명 천사랑

 

완주

2009년 6월6일 천왕봉에서 첫발 내딛은  나의 대간길은 오늘 그 끝에선다.

30번의 출산(出山)으로 지리산, 덕유산, 속리산, 소백산, 태백산 을지 나온 대간길이 어느덧 1800리 대장정의

마지막 진부령에서 갈수없는 향로봉의 높은 벽에 막혀 절반의 완주로 절반의 성공이지만 내게는 또 하나의

도전에 성공한것이다.

무엇보다 30번의 출산 중 지리산, 덕유산 속리산, 설악산 구간의 1박 2일 산행을 제외한다면 모두가 무박산행으로 단 한 번도 단체 산행에 의지하지 않고 전구간을

내가 조사한 교통편과 산행정보로 GPS 도움 없이 홀산을 했다는 게 자랑스럽다.

울 천사가 13구간, 아들이 2구간, 일식이가 1구간, 친구병선이가 2구간 동반 산행을 해주어 대간길의 외로움을 달래주고...

진혁진 산행정보와 여러 블로그 친구들과 다음 카페 "홀로 가는 산경표"에 산행기 올려주신 많은 산님들이 내 대간길 길라잡이로 도움을 주셨다.

이 모든 산님 들게 감사드립니다.

 

한가위 연휴에 대간 마무리 산행을 위해 미리 성묘도 하고, 추석날 차례 지내고, 가족들과 오붓한 시간을 보낸 후 강남터미널에서 심야우등 고속버스로 속초 터미널

근처 전통 해장국집에서 따뜻한 국물을 마주한다.(01:00)

미시령(826m)은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과 인제군 북면의 경계에 있는 고개로 조선시대에는 미시 파령(彌矢坡嶺)이라 했다.

옛사람들은 미시령 남쪽을 설악산으로 미시령 북쪽을 금강산으로 구분하였으니 오늘 산행 구간은 명실상부 금강산으로  산행이다.

한가위 보름달이 구름 사이로 들락날락거리고 미시령터널 갈림길부터 미시령 정상에 오르는 내내 교행 하는 차량의 불빛 한번 없는 미시령 휴게소 철조망 앞에

서고(02:00)... 언제나 그렇듯 단골 택시기사님은 냉정하게 돌아서지 못하고... 어서 가시라는 손짓으로 마루금을 찾아 오른다.

어느새 가끔 한가위 달의 부끄러운 얼굴을 숨겨주던 뭉게구름은 잠자러 가고 휘영청 밝은 달만 얼어붙듯 청명한 하늘에 보초를 선다.

결코 편안한 등 로라 할 수 없는 상봉에 이르는 길은 바위길에 가파른 오르막이 금세 입에 단내가 나게 한다.

가파른 오름을 30여분 오르면 전망바위에 서고 미시령 옛길이 달빛에 교교하게 다가서고 건너 황철봉으로 이어지는 그리메가 뚜렷하다.

동으로 속초시가지의 불빛이 처연하고 달빛 아래 펼쳐진 산 그림자가 괴기스럽다.

지난 한국전쟁 중, 이곳은 동부전선의, 제3군단 보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홍천-인제-간성을 잇는 주 보급로 확보를 위한 국군 6개 사단(3,5,7,9,11사단)이 춘천,

인제, 미시령, 속초를 연하는 미주리 라인(Missouri Line)으로 그 중심이 이곳 미시령인 것이다.

이곳 미시령에서 진부령에 이르는이구간에서 얼마나 많은 억울한 죽음이 피아간에 벌어졌을까?

이 역사의 현장을 이렇게 평화롭게 걷는다는 게 미안하다.

전쟁이 끝나면 금방 돌아가리라 얼마나 많은 젊음이 어머니를 그리고 애인을 그리며 이산 마루, 저산 골짜기 어딘가에서 처절하게....

그래서 이렇게 음산한 기운이 이산을 감싸고 있으리라...

그 억울한 영혼에 깊게 머리 숙여 예의를 표하며 조심조심 바위능선을 넘는다.

(사실 산행 후 울 천사가 내게 토로한 말은 이산의 기운이 이상하게 썩 기분 좋은 게 아녔다고...)

아마도 이런 역사적 사실에 대해 둔감했던 천사지만 본능적으로 느끼는 기운이 있었으리라....

산행 전에 이번 산행길의 기가 세다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천사가 겁먹을까 봐.....

날이 새고 마산봉을 지나며 건너 향로봉의 슬픈 겨울 이야기를 할 때야 지난밤의 느낌을 토로하는 울 천사.... 밤새 마음고생 심했나 보다.

자기가 겁내 하면 내게 영향 줄까 봐 무섭고 두려운 생각을 참아낸 울 천사 그래서 천사다.

상봉(1239m)은 건너 신선봉(1204m) 보다 고도가 높으나 금강산 봉우리에 속한다는 기록은 없지만 정상에는 돌탑과 표지석이 있다.(03:10)

상봉에서 화암재에 이르는 구간은 암릉구간으로 오늘 야간산행을 준비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구간이다.

주간 산행이라면 별문제가 없겠지만 야간에 바위능선을 이동한다는 것은 적잖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상봉에서 직진으로 급하게 바위능선으로 하강을 하고 일곱 번의 줄타기를 해야 비로소 오늘의 난코스를 벗어날 수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청명한 날씨에 한가위 보름달이라 대낮처럼 밝은 달빛이 우리 부부에게 복 받은 산행을 선물하고 어렵지 않게 화암재에서 한숨 돌린다.(04:20)

화암재는 물굽이 계곡에서 화암사로 넘어가는 고개로 화암사가 있는 쪽 계곡을 화암사 계곡 그 반대쪽 화암재 넘어 계곡을 화암계곡 혹은 물굽이 계곡이라 부른다.

아마도 고개 이름은 고개 넘어 금강산 화암사에서 따온 듯하고 화암사는 금강산 팔만구암자의 첫 번째로 꼽는 고성군 토성면 신평리에 있는 전통사찰로 신라

혜공왕 5년(769년) 진표율사가 비구니 도량으로 창건한 절이다.

절 인근에 수바 위(穗岩)라는 바위가 있는데 화암(禾岩)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요즘은 바위가 아름답다 하여 수암(秀岩)이라 부르며 뻬어날秀 수바 위라 한다

인가에서 멀리 떨어진 화암사는 시주받기가 힘들어 수행하는 수도승이 힘들어했는데 수바위에서 쌀이 나왔다는 전설이 전하기도 한다.

이 화암사를 품고 있는 봉우리가 신선봉(1204m)인데 금강산 일만 이천봉 중에서 제1봉이 여기서 시작된다 할 수 있다.

금강산은 1500m 이상의 거봉이 10개, 1200m 이상의 준봉이 60여 개로 크고 작은 모든 봉우리를 합하면 일만 이천봉이라 하는데 그중에 제1봉이 신선봉, 2봉이

마산봉 3봉이 향로봉으로 남쪽으로부터 붙여진 순서이다.

신선봉은 대간길에서 살짝 비껴 서있는데 화암재 지나 가파르게 오르면 갈림이 있고 갈림길에서 10여분이면 다녀올 수 있다. 

배낭을 나무에 걸어두고 신선봉으로 향하고 신선봉 직전에 헬기장이 있고 정상은 암봉으로 낮이었다면 암봉의 모습을 디카에 담을 수 있었을 텐데.... 달빛에

비치는 모습만으로 만족해야겠다.

그렇지만 달빛에 비추이는 신선봉 암릉은 결코 만만한 풍광이 아니다.

정상부 너덜과 큰 바위 그리고 사방으로 탁 트인 전망이 가히 금강산 일만이천봉의 첫봉우리로 손색이 없다.

동쪽으로 탁트인 전망에 바다가 지척이고 산아래 어디쯤 수바 위가 있고 근처에 화암사가 있을 텐데 달빛에 구분하기란 쉽지가 않다.(05:00)

신선 봉지나 대간령에 이르기 전 헬기장에서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천사와 나는 일출을 맞는다.(06:25)

헬기장에서 마지하는 일출도 장관이지만 일출에 맞춰 피어오른 서쪽 산아래 소양호 물안개도 한 폭의 산수화를 연상케 하고, 이미 낮달이 되어 마산봉에 걸려있는

한가위 달이 농익어가는 가을 산빛에 절경을 연출한다.

대간령(大間嶺641m)은 인제군 북면과 고성군 간성읍, 토성면의 경계에 있는 고개로 신선봉(1204m)과 마산봉(1052m) 사이에 있다 하여 새이령 이라고도 한다.

새이령은 소간령과 대간령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북동쪽으로 1000m 이상의 험준한 산지로 급경사를 이루고, 발원한 물은 문암천으로, 남서부 산지에서 발원한 물은

북천을 거쳐 한강으로 이어간다. 예전에는 주요한 교통로였으나 북쪽의 진부령과 남쪽의 미시령의 도로 개통으로 퇴락의 길로 접어든 옛길이 되고 말았다.(06:50)

대간령에서 오늘 처음으로 대간 종주 남진에 나선 산님 한 분의 단잠을 깨우고 안전산행과 대간 완주 축하 덕담을 주고받는다.

대간령부터 마산봉에 이르는 길은 두 번의 암봉과 병풍바위로 400여 m의 고도를 급하게 때로는 완만하게 올려야 한다.

이미 신선봉을 지나면서부터 산은 암릉 산행에서 육산으로 편안한 등 로지만 간간히 나타나는 바위길은 산객의 지루한 산행에 활력소가 되고 날씨 탓인지 그렇게

예쁘게 물들고 있지는 않지만 제법 여기저기 울긋불긋 가을이 깊어간다.

마산봉 직전 전망대에 서면 바로 코앞에 다가선 칠전봉과 향로봉이 슬픈 길로 이어진 군사도로로 생채기를 안고 버티며"못가?"라고 외친다.

저도로의 전봇대 숫자가 317 개라지 전봇대 거리가 50m라면 17km 향로봉까지 진부령에서 17km.... 갈려고 한다면 어떻게든 갈 수 있는 길 하루 길이 숙제로 남겨진 걸 본다.

왜? 나는 이 전망대에서 마산봉 아래 알프스스키장부터 진부령에 이르는 평안하고 목가적인 풍경을 외면하고 향로봉의 슬픔을 먼저 보는 것일까?

저 전봇대 아래서 감전된 병사 대신 순국한 어떤 장교,... 눈 내리는 겨울, 길 잃은 하사관을 봄이 되어서야 찾았다는 향로봉....

한국전쟁 직후 고지를 지키던 병사 수십 명이 동사했다는 저곳.... 향로봉 그 너머 금강을  본다. 슬프다....

노산 이은상 님의 "고지가 바로 저긴데"가 오버랩되는 향로봉....

 

고난의 운명을 지고 역사의 능선을 타고

이 밤도 허위적거리며 가야만 하는 겨레가 있다.

고지가 바로 저긴데, 예서 말 수는 없다.

넘어지고 깨어지고라도 한 조각 심장만 남거들랑,

부둥켜안고 가야만 하는 겨레가 있다.

새는 날 피 속에 웃는 모습 다시 한번 보고 싶다.

 

전망대에서 슬픈 감상에 젖다 보니 천사가 갈림길에 이르러 쉬고 있다.

물 마시는 거에 인색한 내 탓에 울 천사 약간 토라져 있다. 간단히 목을 축이고 마산봉의 부드러운 능선을 오른다.

대여섯 명의 50대로 보이는 남녀 산님이 마산봉 쉼터에서 쉬고 있다.(09:10)

인근 간성에서 마산봉 산행에 나선 산님이시란다.

마산봉 정상에서 다시 한번 향로봉의 슬픈 능선에 눈길을 주고 멀리 갈 수 없는 금강산의 윤곽만이라도 담아 둘 애쓴다.

마산봉에서 막걸리 한잔으로 아침을 대신하고.....(09:40)

가파른 알프 스키장 절개지를 향해 30여분 드디어 알프스 스키장 리프트 앞에서고 이내 눈물고개에서 인증숏을 한다.

왜 눈물고개냐고? 지나온 대간길이 힘들어 울고 완주의 기쁨에 울고.... 그래서

스키장의 폐쇄된 콘도를 지나 4km의 숲과 농로를 걷다 보면 어느덧 진부령이다.

진부령에 이르는 길에는 이정표가 잘 표시돼 독도에 염려는 없다, 길가의 하우스에는 피망이 붉게 익어가고 가을꽃 산부추, 구절초, 코스모스가 여기저기 지나는

산객을 위로한다.

진부령 직전 도로의 우측면에는 대간꾼들이 완주 기념으로 세워둔 기념비가 즐비하고 갈 수 없는 길에 대한 아쉬움과 회한이  염원의 글에 담겨 지나온 대간길을

되돌아보게 하고, 천사와 나도 천사가 준비한 현수막을 펼쳐 마음껏 대간 종주의 기쁨을 만끽한다.

진부령(529m)은 인제군 북면과 고성군 간성읍 사이의 고개로 칠전봉과 마산봉 사이에 있다.

그 고갯길이 60여 km에 이르며 북쪽의 추가령, 남쪽의 대관령과 더불어 3 대영(嶺)으로 불릴 만큼 영서와 영동을 잇는 중요한 교통로였다.

진부령  표지석에서 인증숏 하고 교통편을 알아보려 24시 마트에 들렀는데 아는 게 없다.

원래 풍미 식당에서 안내를 했는데 연휴로 식당 주인은 서울에 가고 없고 인근 모든 식당이 개점휴업 중이다. 모두 추석을 가족과 함께...(12:00)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고 간성 터미널에 확인하니 서울행이 5시 30분쯤 표가 있단다.

난감해하며 지나는 군내버스라도 타고 원통으로 이동하려고 정류장을 지키고 서있는데 직행버스가 들어오는데 자리가 많다.

간성 터미널 직원이 무슨 착각을 한 건지???? 동서울행 직행을 타고(13:20) 졸다가 보니 어느새 한강을 달리고 동서울에 내리니 16:00 다. 참 빠르다.

부개역에 내려 뒤풀이는 솥뚜껑 삼겹살집에서 오븟하게 둘이서.... 아들은 알바 가고, 딸네미는 대만 여행 가고...(17:30)

 

 

1. 산행코스

    미시령-샘터-상봉-화암재-신선봉-대간령-마산봉-알프스스키장-진부령

    (10시간, 15.7km)

 

2. 산행 경로

   20:50분 - 부개역 출발
   22:30분 - 강남 고속터미널
   12:50분 - 속초 터미널
                 명품 해장국에서 요기
   02:00분 - 미시령
                 샘터-암봉(전망대)
   03:10분 - 상봉
   04:20분 - 화암재(사거리)
   05:00분 - 신선봉
   06:10분 - 헬기장
                 간식 후 일출 대기(일출 06:25)
   06:50분  - 대간령(큰새이령)
   07:20분 - 암봉 1-암봉 2
   07:40분 - 병풍바위
   09:10분 - 마산
                 막걸리에 부침개 포도 햇반으로 아침(0940출)
   10:30분 - 콘도
   12:00분 - 진부령
   13:20분 - 동서울행 직행 탑승
   16:00분 - 동서울터니널도착
   17:20분 - 부개 도착

 

@. 교통편

   강남터미널-속초:심야우등고속

   속초 터미널-진부령:택시 20000원

   진부령-동서울터미널-직행버스

   전철 1호선,2호선,7호선

 

3. 산경표

 

 

 

 

 

상봉

 

 

 

속초의 빛

 

금강산 신선봉 정상

 

 

 

 

 

신선봉

 

 

 

 

 

소양호 아침 안개

 

 마산봉 직전 전망 봉우리에 걸린 낮달

 

 

 

 

 

대간령

이산님 이제 대간 종주 남진을 시작하셨단다.

꼭 완주를 기원합니다.

 

 

 

 

 

 

 

지나온 신선봉 능선

 

 

 

 

 

칠정봉에서 향로봉으로...

 

마산봉

 

신선봉 상봉 황철봉

 

 

 

 

 

우측 멀리 금강산이...

 

 

 

 

 

 

 

 

 

향로봉 능선

 

알프스 스키장

 

이름하여 눈물고개

대간 종주 힘들어서 울고 완주에 감격해서 울고...

 

 

 

칠정봉에서 향로봉으로...

 

 

 

 

 

 

 

 지나온 마산봉 신선봉

 

 

 

 

 

 

 

 

 

 

 

 13번을 따라와 준 울 천사 충분히 자격 있습니다.

 

 

 

아들은 알바 가고.. 딸네미는 대만 여행 가고... 둘이서 자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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