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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양평 용문산(1157m) 눈 내린 새벽에 오르다-曉雪偶吟(효설우금) 본문

이 또한 지나가리/山·名山산행기

경기 양평 용문산(1157m) 눈 내린 새벽에 오르다-曉雪偶吟(효설우금)

無碍人 2014. 1. 24. 11:39

2014년 1월 21일 화요일 맑고 연무 나홀로

 

어제는 종일 눈이 오락가락하며 수도권에 제법 많은 눈이 내렸다.

예정대로라면 금남 한구간을 당겨야 하는데...산은 별로 험하거나 고도가 높거나 하지 않은데, 대중교통을 이용해야하는 홀산꾼에게는 궂은 날이면

마루금에 접근하는 교통편이 걱정이라...

쌓이는 눈을 보면서 산꾼은 설산을 가고 싶은 욕망에...여기 저기 평일에 가는 산악회를 검색하여 산수산악회 오대산 산행 신청을하고...

눈쌓인 설국을 만나리라는 기대에 부프는데.... 밤 열시 산행 취소라고??

오대산 지역에 많은 눈이 내리고 있어 산행 신청 산님이 없다고?  '아마추어 같은 이라고...' 혼잣말로 독설을 내밷고...혼자 갈수 있는 산을 찾다보니

용문산이 적격이다. 전철로 접근 가능하니 날씨탓 안해도 돼고...고도가 1157m이니 충분히 고산의 정취도 맛볼수 있으리라...

기실 용문산은 젊은날 많이 갔다고 생각돼는 익숙한 산인데 한번도 정상에 오른적이 없는산이다.

그도 그럴것이 용문산 정상은 40년동안 출입이 통제돼 용문산을 갔다 한들 용문사 주변 어느 계곡에서 놀다 오는 정도로....

정상 출입이 가능하게 된게 2007년부터니... 익숙하면서도 정작 잘모르는 용문산이 오늘 내게로 왔다.

1호선 전철과 중앙선 전철을 이용하여 용문역에 서고 매시 정각과 30분에 있는 용문사행 버스로 쉽게 용문관광단지에 이른다.(11:30)

근처 식당에서 황태 해장국으로 간단하게 몸을 데피고 새벽부터 말끔하게 제설이된 산사로 설국여행을 떠나고...(12:00)

어릴적 이렇게 눈내리던 밤이면 뒤안 대나무밭에서는 "딱" "딱" 하며 대나무 부러지는 소리가 들리고,멀리 뒷동산 소나무들이 눈 무게를 못이겨 "툭" "툭"

목숨 내려 놓던 소리를 들으며 자랐다.

부러진 솔과 대나무는 그해 정월 대보름에 달집 짓던 용도로 제 임무를 다하기도 했는데...

조선 중기의 대학자이며 문장가인 택당 이식(李植, 1584~1647)의 한시가 내 산행에 맞춰 잘어울린다.

 

曉雪偶吟(효설우금)  눈 내리는 새벽에 우연히 읇다.

 

凍水鳴何細(동수명하세)  얼음장 밑으로 쫄쫄 물이 흐르는
深宵靜不風(심소정부풍)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고요한 이밤
忽聞山木響(홀문산목향)  툭툭 가지 꺽는 소리 들려와

知是雪花(지시설화몽)  눈이 펑펑 내린 것을 알 수 있었네
窓全白(권만창전백)  휘장을 걷고보니 창밖이 환한데
開爐火失紅(개로화실홍)  화롯불을 쑤석여도 불씨를 살릴 수 없네
會看旭動(회간청욱동)  날이 개고 아침 해가 솟아오르면

千嶂玉朧朧(천장옥룡룡)  천산이 희뿌연 옥빛으로 변해 있으리

 

용문사 은행나무는 천년쯤은 더 살 수 있을 듯 건재하고.... 천연기념물 30호라나 어쩐다나 호들갑이지만 인간들의 등급에는 관심없다는 듯 청청하다.

산사라는게 언제나 들면 경건하고 숙연해지는법 수도하는 스님들 방해될까 조심조심 두리번 거리다 서둘러 마루금에 들고....

시인이 들었음직한 개울물소리가 눈덮인 계곡아래 졸졸거리고...소복소복 쌓인 눈 못이겨 꺽인 솔가지 어지럽다.

지난밤 힘들었을 숲은 언제나 처럼 고요하고 자연앞에 고개 숙인 모습이 숙연하다.

가끔 아직도 힘에 겨운 듯 "툭" 하며 내려 놓는 소리 싸하지만 정겹다.

누군가는 생명 내려 놓는 소리가 누군가에게는 추억의 한자락이 되고...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물소리에 봄을 엿보고 오른다.

용문산(龍門山1157m)은 경기도에서 화악산(1468m),명지산(1253m),국망봉(1167m) 다음으로 높은산으로 중원산(中元山:800m)· 백운봉(白雲峰:940m)·

도일봉(道一峯:864m) 등, 용문산과 연봉을 이루는 기암괴석과 고산준령이 마치 금강산을 닮았다하여 경기 금강산이라 일컫는다.

용문사 좌측 계곡으로 오르면 용각바위와 마당바위를 지나기 까지 계곡을 따르다 가파른 깔딱 고개를 오르면 정상에 이르는 암릉이 끝날듯 끝날듯 하며

이어지는 암괴가 겨울산행으로는 위험부담이 큰 산이다.

마당바위까지 계곡이라 하지만 겨울산행으로는 만만한게 아니다.

처음부터 오름이 시작되며 능선의 비탈면을따라 계곡을 여러번 건너며 이어지는 길은 눈없는 계절에도 난코스인데 오늘 같이 20cm정도 눈이

쌓여 있을 경우는 강원도의 눈산행지에 비교 할 수 없을 만큼 난 코스다.

원래 강원도의 눈산행지는 모두가 육산으로 완만한 능선을 자랑하며 충분히 안전이 검증된 산행지로 아무리 눈이 많아도 산행이 가능하지만

용문산은 눈 산행지는 아니다. 몇몇 산님들이 앞서갔는데 마당바위를 지나며 추월하고 한분의 산님이 러셀을 하며 앞서고 있다.

보통 사람들이 11자 걸음인데 이 앞서는 산님은 1자 걸음이다.

걸음걸이로 봐서 체격이 왜소하고 연세가 좀있는 산님 아닌가 혼자 생각하며 러셀 해준 발자욱따라 가고...(13:30)

원래 용문산은 '미지산' 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는데 태조 이성계가 등극하며 '용문산'이라 바꿔 불렀다 한다.

'미지'는 '미리'의 옛 형태이고, 미리는 경상도와 제주도에서 용(龍)의 방언으로 용의 옛말인 '미르'와도 음운이 비슷하다.

용문산 정상인 가섭봉(迦葉峰1157m)에서 장군봉(1045m),함왕봉(889m),백운봉(940m)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산줄기가 마치 한마리의 용이 꿈틀대는

모습으로 보인다 하여 용문산 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한다.

마당바위 지나 깔닥고개 오름을 극복하면 좌측으로 상원사, 우측으로는 가섭봉에 이르는데, 여기 부터는 등로의 눈이 장단지를 훨씬 넘기고

설화(雪花)가 만발했다.

세상에 어느 꽃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으랴....

아무리 요란하게 핀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요란하고 이렇게 화려 할 수는 없다.

가지가 여린 철쭉에 핀 설화, 가지 굵은 활엽수에 핀 설화,온통 눈폭탄을 머리에 뒤집어 쓴 소나무의 설화...

천국이 있다면 아마도 이런 모습이랴....날씨는 포근해 짐짓 등줄기에 땀이 흐르고 방한 장갑은 이미 가벼운 장갑으로 갈아 꼈다.

방한모가 거추장스러운 오후... 햇빛을 받은 설화는 영롱하다 못해 경이롭다.

오늘 용문산의 눈꽃은 상고대는 아니고 어제 내린눈이 조화를 부린 설화다.

이정표 상으로 900m 라는데 그 오름은 끝날듯 끝날듯 몇번을 계속돼며 오름을 극복할때마다 새로운 암릉과 새로운 세상을 보여준다.

'난 천국을 보았다' 혼잣말을 되뇌이며 가섭봉 오름 계단에 서니 앞서간 산님이 마악 하산을 시작하신다.

내 예상대로 60대후반의 왜소한 체격의 덕소에 사시는 산님이시다.

러셀해줘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덕담 몇마디 주고 받으며 작별하고 가섭봉 정상에 선다.(14:40)

용문산 정상 가섭봉(迦葉峰1157m)은 석가봉,아난봉과 함께 용문산 불교 3봉으로 불렸으며, 가섭은 부처님에게 염화시중의 미소를 보낸

마하가섭을 칭하는말로 아난존자와 함께 부처의 좌우에 있는 제자다.

가섭봉 정상의 철재 조형물은 조각가 이재훈(양평군 지평면)이 군민의 염원을 담아 미래를 승화한것으로 국수-용문간 전철 개통에 즈음하여

설치 한것이라 한다. 조형물에 핀 설화가 아름답다.

간단하게 간식으로 요기를하고 장군봉 방향으로 하산길을 재촉한다.

참 포근하고 따뜻하다.바람이 없는 탓이리라 그래도 패트병의 물은 얼음이 반이다.(15:00)

장군봉으로 하산길은 직접 러셀을 해야한다. 앞서간 산님은 원점 산행으로 하산한 듯 하고....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만들며 간다는것은 신비 하고도 힘든 일이다.

가섭봉에 오르는 오름길이 얼마나 편했는지 앞서간 산님께 감사하며 조심조심 독도에 주의 하며 설국에 새 길을 만들고...

2km 정도를 러셀하니 장군봉(1045m) 정상에 이르고, 여기는 몇분의 산님이 다녀 갔는지 다시 길은 뚜렷하고....(15:30)

장군봉의 설화는 키 큰 활엽수에 서풍이 알맞게 불었는지 훨씬 요란하고 스케일이 크다.

따뜻한 오후 햇살에 가끔 눈폭탄을 지나는 산꾼에 퍼부어 주기도 하지만...충분히 천국이다.

장군봉으로부터 상원사에 이르는 2km의 하산길이 갑자기 지옥길이 될줄은 장군봉의 아름다운 햇살아래서는 상상도 못했다.

가섭봉에서 장군봉에 이르는 완만한 등로는 갑자기 돌변해 급경사 내리막으로 선답자 두어분이 지났는데 길은 없고 누군가

뒹굴고 넘어지고 주저앉고 한 흔적만이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조심조심' 또 '조심' 홀산꾼의 숙명이다

넘어지고 기고 엉덩이 붙이고 미끄럼타고....

한 시간이면 상원사에 이르고 17:15분에 있는 연수리서 용문가는 버스를 타려 했던 계획은 수포로....

간신히 상원사에 이르니 17:00분......15분만에 연수리 종점을 향해 뛰리라...그러나 이내 불가능하다는 것을 산책나온 마을 아주머니에게

전해 듣고...상원사는 고려때 절로 한때 보물 367호였던 신라 범종이 있다.

최근 이 범종의 진위가 학자들에 의해 밝혀지고 있어 다시 보물로 지정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상원사에서 용문사로 이어지는 등로가 있는데 이미 어둠이 내리고 거리도 만만찮아 준비 없이 야등을 하기는 위험할것같아 천천히 도로 따라

연수리 방향으로 걷는데 렉스턴 승용차 한대가 올라 오더니 차를 돌린다.

반가움에 무작정 온몸으로 히치를 시도하고 고맙게도 용문역 까지 태워다 주신다.(17:40)

용문 사는 젊은이 인데 내게는 오늘 당신이 천사였소.... 감사했습니다.

 

1. 산행코스

   용문사-용각바위-마당바위-상원사 갈림봉- 암릉- 가섭봉-장군봉-상원사(5시간,5.8km)

 

@. 교통편

   1호선,중앙선 전철

   용문- 용문사 매시 정각과 30분에 배차

   연수리-용문 2시간 간격배차

 

2. 산경표

 

 

 

 

 

 

 

 

 

 

 

 

 

 

 

 

 

 

 천연기념물 30호

 

 

 

 용문사

 봄오는 소리 들리나?

 

 

 

 

 

 

 

 

 

 용각바위

 

 

 

 

 마당바위

 

 

 

 

 

 

 

 

 

 한분의 산님만 지났다.

 

 

 

 

 

 

 

 

 

 

 

 암릉마다 설화가....

천국이 있다면 이모습이....

 

 

 

 

 

 

 

 

 

 

 

 

 

 

 

 

 

 용문산 가섭봉(1157m)

 

 

 

 

 

 

 

 

 조각가 이재훈의 작품

 

 장군봉 방향은 러셀해야한다.

 

 

 

 

 

 

 

 

 

 

 

 

 

 

 

 

 

 

 

 

 

 

 장군봉

 

 

 상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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