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리 부부 산방

호남정맥 9구간종주(방축재-봉황산-일목고개-서암산-서흥고개-설산-괘일산-무이산-과치재) 본문

이 또한 지나가리/호남정맥(完)

호남정맥 9구간종주(방축재-봉황산-일목고개-서암산-서흥고개-설산-괘일산-무이산-과치재)

無碍人 2014. 11. 2. 20:08

2014년 10월 6일 월요일 맑음 나홀로

 

해마다 여름 벌초 행사후 지내던 가을 제사를 음력 9월 윤달로 한가위 뒤로 미루 었다가 일요일인 어제 10월5일에 치뤘다.

벌초야 고향을 지키는 사촌 아우가 하는거고 우리는 늘 참가하는데 의의를 두어온 행사지만 그래도 거르지 않고 이 행사를

계속하고 있으니 윗대 어른들 유지를 잘 받들고 있어 다행이다 싶다가도 우리대 이후가 걱정된다.

하지만 우리대 이후는 세상 변하는 순리대로 그때그때 알아서 변할테고 현재는 현재를 사는 우리가 최선을 다 할뿐이라는

생각이 들어 스스로를 위로한다.

제사후 인근 요양원에 계시는 둘째 큰어머님을 찾아 뵈었다.

고향에 계시는 첫째 큰어머님도 건강하시고 요양원에 계시는 둘째 큰 어머님도 총기가 또렷 하신게 건강 하시다.

다만 연세들이 있으시니 보행 하시는게 불편 하신걸 빼고는 보행기에 의지해 활동하시는데 무리가 없어 다행이다 싶다.

남원에서 광주행 버스를 이용해 담양 터미널에 내리고 늦은 오후 땅거미가 몰려 오기 직전 담양의 죽녹원을 도보로 이동해

둘러보았다.

해가 뉘엿뉘엿 지는 어스름이라 대숲에서 내 디카는 화려한 풍경을 제대로 담을수는 없었지만 모처럼 여유를 갖고 천천히

걷는것도 나쁘지 않다.

대숲에 바람 지날 때 ‘쏴아아~’하는 소리를 들으며 걸어드는 죽녹원 대숲길은 청량한 정취로 온몸을 감싼다. 

여기저기 댓잎 아이스크림 가게가 '아~ 담양이구나' 싶은게 담양에서만 볼수 있는 풍경이다.

죽녹원은 담양군이 성인산 일대에 조성하여 2003년 5월 개원한 대나무 정원으로, 약 16만㎡의 울창한 대숲이 펼쳐져 있다.

죽림욕을 즐길 수 있는 총 2.2km의 산책로는 운수대통길·죽마고우길·철학자의 길 등 8가지 주제의 길로 구성된다.

어둠이 내리는 죽녹원 산책길을 최대한 천천히 걸어 입구 국수집이 성시를 이루는 골목을 지나 담양시가지를 배회

하다 터미널 근처의 '대나무랜드'에 찾아든다.

잔치국수 한그릇 말아 들까 했는데 제사후 먹은 음식이 아직 내 장을 편하게 하지 않는것 같아 눈을 질끈 감고 참는다.

언제부턴가 배부름 보다는 약간의 공복 상태가 훨씬 편하다는 것을 깨닫고 부터는 공복을 즐기고 있다. 

담양 사람들은 고려 초부터 매년 음력 5월 13일을 죽취일로 정해놓고, 야산에 대나무를 심고 친목을 도모해 왔다.

그리고 지금까지 담양 대나무축제를 열어오고 있다고 한다.

대나무는 사군자의 하나로 그 예찬의 역사도 깊지만 당연 압권은 송나라 소동파의 어잠승록균헌(於潛僧綠筠軒)에 있는

대나무 예찬이다.

 

可使食無肉(가사식무육)   고기없는 밥은 먹을 수 있어도

不可居無竹(불가거무죽)   대 없는 곳에서는 살 수 없다

無肉令人瘦(무육영인수)   고기 먹지 않으면 여위 겠지만

無竹令人俗(무죽영인속)   대가 없으면 사람이 속되게 되느니

瘦尙可肥(인수상가비)   여윈것이야 살찌게 할 수 있지만

使俗不可醫(사속불가의)   선비의 속됨은 고칠수가 없음이라

 

또 당나라 시인 백거이는 ‘양죽기(養竹記)’에서 대나무의 속성을 여물고(竹本固 죽본고), 바르고(竹性直 죽성직), 속이 비어 있고

(竹心空 죽심공), 곧은 것(竹節貞 죽절정)으로 정의하고 이를 곧 군자의 덕으로 묘사했다.

대나무 고장 담양에서 대나무랜드에 여장을 푸니 신새벽부터 Ktx 타고 부지런을 떤 하루가 또 저문다.

대나무 랜드는 담양에서 제일 큰 찜질방인데 별로 찜질방을 좋아 하지 않아 그리 많이 가는 편은 아니지만 지금껏 내가 가본

찜질방중 이런 규모에 이렇게 깨끗한 곳은 처음인것 같다.

더군다나 자정을 넘는 시간 부터는 손님도 크게 줄어 '남자수면실'에 혼자 덜렁 독방을 차지 하니 호텔급이다.

대나무랜드의 숙면은 호텔급이였고 모처럼의 객지 잠인데도 편안했다.

더군다나 한시간 일찍 일어나 온갖 찜질방을 섭렵하고 녹차탕 에메랄드탕을 오가며 호사를 누리다 도보로 이동하여

담양터미널 뒤 24시 해장국집 '본때'에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터미널로 이동한다.(06:00)

광주출발한 남원 순창행 직행버스로 순창군 금과면 방축재에 이른다.(담양06:30분출발,금과우체국 06:50착)

방축재는 순창군 금과면과 담양군 금성면을 이어주는 24번 국도로 금과 검문소를 지나 금과동산이라는 소공원에서

마루금이 시작된다.

현재는 24번국도 확장 공사로 마루금 연결에 우왕좌왕 출발부터 20여분 알바를 하고 겨우 마루금을 찾아든다.(07:10)

아마 국도공사가 마무리 되면 국도 하단 통로를 이용하여 시멘트 포장도로 따라 이동 하면 될거 같다.

20여분 왔다리 갔다리 하다 겨우 찾아 오르고 88고속도로 까지 시멘트 도로를 반복하며 진행한다.

마루금은 고속도로 노견을 따라 우틀하다 고지봉을 오른후 고지봉에서 좌틀하여 88 고속도를 횡단 하면 되는데,

선답자의 산행기를 우습게 확인 한 내 탓으로 일단 고속도로 부터 건넜다.

당연 알바로 30여분 왔다리 갔다리 그 와중에도 등로도 아닌데 산밤은 왜그리 많은지 욕심껏 주워 담고...

간신히 마루금에 복귀는 했는데 고지봉은 버렸다.(08:30)

3일에 민둥산 다녀오고 벌초 행사 참석하고 너무 바쁜 며칠을 보내다 보니 선답자의 산행기 검토를 소홀히 한 댓가를

톡톡히 치룬다.

오늘 등로는 지천이 밤이고 도톨이다.

조금 철이 지나서 밤은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올가을 밤과 도톨이가 풍년이라 가을내 떨어진 밤이 등로에 그대로다.

아무도 올가을엔 이 등로를 아직 안 지났나 보다.

산밤이라는게 땅에 떨어지면 금새 벌레의 공격을 받아 온통 벌레 투성인것을 지난번 강천산 구간에서 경험한 탓이라

일일이 주워서 가끔 한두개 확인 사살을 한후 멀쩡하다 싶으면 주워 담는데도 금새 배냥 무게가 묵직하다.

이목고개 봉황산 일목고개를 지나 송지 농원에 이를 쯤에는 급기야 배냥의 내용물은 온통 배냥 밖으로 쫒겨나고

온통 밤으로 한배냥 가득하고 오로지 무게를 줄이기위해 과일과 간식을 먹어치우는 웃기는 짓을 하고 있다.

상신기 마을지나 송지농원 중앙통로에서 서암산으로 오르는 길목에 앉아 배냥을 다시 정리하고 배냥에 통째로 밤만 쏟아

넣고 밤도 크고 튼실한걸로 골라 배냥 무게를 줄여 본다. 참 한심한 산꾼이다.

밤 주우러 왔는지 정맥 종주하러 왔는지 목적을 상실했다.(11:00)

서암산 산불 감시초소에 이르는 오름은 배냥 무게와의 전투를 치르고 빠질것 같은 어깨 통증에 서암산 갈림길을 지나

어느새 매 바위다.

서암산 오름을 놓친것이다.

매바위에 배냥을 두고 서암산을 다녀 올까 갈등하다 그냥 가기로 한다.

정맥길에서 살짝 비껴선 조망도 없는 봉우리 지나친다고 뭐 다르랴...스스로 위로 하지만 고지봉에 이어 서암산 까지

꼭 화장실 갔다가 일처리 야무지게 안한 기분이라 찜찝하다.

여전히 등로는 밤 투성이다.

초반의 밤보다 더 크고 튼실한게 즐비 하니 이놈의 욕심은 큰것은 주워담고 작은 것은 내보내고....못 말리는 산꾼이다.

서흥고개를 지나 설산 오름에 이르러 서야 내 밤 줍기는 멈춘다.

더이상 등로에 많은 밤도 없지만 더 내보낼밤도 더주워담을 배냥도 없다.(12:03)

설산(雪山526m))은 정상부의 암봉이 늘 눈으로 덮여 있는 것처럼 보여 설산이라 부르기도 하고 불교의 팔상도에서 부처가

탄생하여 열반까지의 그림중 설산고행(雪山苦行),즉 부처가 설산에서 6년간 수행한것을 빌어 썼다는 전설도 있다.

곡성군과 담양군, 순창군의 경계가 되며 담양의 산성산에서 맥을 이어받아 광주의 무등산으로 이어 주는 명산이다.

설산 정상에 서면 사면팔방으로 조망이 터진다.

주변의 들녘과 마을들이 아래로 내려다보이고 남쪽으론 무등산, 서쪽으로는 괘일산 암봉이 머리를 내민다.

동으로는 남원의 문덕봉과 고리봉, 동악산과 최악산 줄기들이 선명하고 북으로는 순창 아미산이 지척이고 그 너머에

강천산과 내장산의 줄기들이 아련하다.

괘일산과 이웃해 있으며 괘일산이 남성적이라면 설산은 부드러운 여성의 가슴처럼 생긴 산이다.

곡성 팔경에 동악조일(動樂朝日), 설산낙조(雪山落照)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동악산의 일출과 설산의 낙조가 아름답다 하여 곡성 8경중 동악다음으로 설산을 꼽는다.(14:14)

설산에서 괘일산(卦日山)으로 이어지는 안부에 금샘이 있다.

여성의 생식기를 닮은 금샘은 항상 물이 마르지 않는다 한다.

금샘을 지나 명품 소나무길을 따라 편안한 등로를 지나면 해가 산에 걸렸다(卦日)는 뜻의 괘일산(441m)이다.(15:00)

설산이 여성적이라면 괘일산은 우락부락한 남성적인 산이다.

그사이 여성성의 상징인 금샘이 있으니 설산은 음기가 쎈 농익은 여인네 같은산이고 괘일산은 울툴불퉁 남성의 상징을

닮은 양기가 쎈 산이니 음양의 조화가 잘맞는다.

괘일산의 철옹성 같은 암릉은  홀산꾼 한테는 마냥 즐길수만 없는 조심조심 지나야 한다.

더군다나 오늘은 목까지 찬 욕심으로 배냥 무게에 10.2kg(나중에 집에와서 계량) 밤무게를 더한 산행이다.

배냥무게에 지친 심신이라 괘일산의 우회로를 택하다 보니 암릉 정상을 또 지나치고....이래저래 오늘 정맥길 잇기는

건성건성 목적 상실이다.

괘일산을 지나 편안한등로를 이어가면 시그날이 나무에 걸려 있는 무이산을 지나고 무이산 지나 과치재는 직진인데

우틀하여 바로 신촌 마을 정류장에 선다.(16:25)

원래 목적은 방아재 였는데 10kg의 밤을 지고 연산 오름을 극복하기 힘들거 같아 과치재에서 접기로 한다.

얼마전 어느 유명 개그맨의 명강의가 생각난다.

"인생의 짐을 함부로 내려 놓지마라"라는 강의 였는데 산행중 무거운 배냥을 메고 정상에 오르면 맛있는 음식이

있다. 무겁다고 내려 놓는 인생의 짐이 오늘 내 밤이 아니여서 행복하다.

고르고 선별하고 주워 담은 밤이라서 맛도 상급 품질도 상급 천사가 좋아하는걸 보니 버리지 않고 가져온게 다행이다.

 

1. 산행코스

   방축재-봉황산-일목고개-서암산-서흥고개-설산-괘일산-무이산-과치재(9시간 15분,

 

2. 산행경로

   10.5일 장수 번암 선영 가을제사후
   담양 이동 죽녹원 탐방(터미널에서 도보20분,311번버스 수시운행)
   대나무랜드 24시찜질방-터미널 도보 10분안팕)

   05:30분 - 터미널 5분거리 "본때" 우거지해장국 아침
   06:30분 - 순창 남원행 탑승(금과정류장)
   07:00분 - 방축리 출발
   07:10분 - 방축재/금과동산
                 갈림길직진(공사중) 알바30분
                 88올림픽 고속도로 우측 도로갓길
                 안개잦은 지역(1km앞) 운행주의 표지판 ☞우측 숲으로 듬 밤줍느라 20분
   08:30분 - 316.9봉/고지산 알바로 우회 마루금 복귀
                 고속도로,좌측으로 우회구간 시작
                 지하수로/고속도로 중앙분리대 끝나는 지점,하수로로 통과
   08:50분 - 공사용 철계단
   09:25분 - 이목고개
   09:43분 - 봉황산
   10:23분 - 일목고개
                 임도 갈림길,백일홍 묘목밭 사잇길
                 밤줍느라20분소요
   11:00분 - 송지농원 중앙통로(복숭아과수원)
                 서암산1,500m표지판(글자지워짐)
   11:30분 - 산불감시초소
                 서암산 정상 지나침
   12:03분 - 서흥고개,서암산 정상1.06km. 괘일산 정상3.23km,이정표
                 59번 송전철탑
   14:14분 - 설산 
   15:00분 - 괘일산 정상
                 스텐 안내판(←성림 수련원1.2km. 괘일산0.4km→) ,성림수련원
                 갈림길/스텐 안내판(괘일산0.7km 성림수련원1km),성림수련원※길주의 지점 
                 성림 수련원 갈림길직진
   15:58분 - 무이산 정상
   16:25분 - 과치재

 

@. 교통편

    남원 -담양이동후 대나무랜드 숙박

   06:30분-금과행(광주터미널 0530분출발)

   과치재 신촌마을 버스(옥과발 16:40분 탑승 55분신촌도착)

   신촌~담양행(신촌출발시각) 7:20,12:45,14:40,17:35,20:55.
   옥과발~담양행(옥과출발시각):06:30, 09:20, 10:50, 12:40, 14:40, 16:40, 18:35

 

   담양-광주이동(직통 30분배차),완행 수시있음

   광주-인천(18:30분 탑승)

 

3. 산경표

 

담양메타세콰이어길

죽녹원

 

죽녹원 입구 대나무 국수거리...천변

대나무랜드 찜질방

24시 해장국 '본떼'

과치재 접근(신촌 하차)

순창 금과정류장

 

 

 

방축재

 

 

 

 

 

 

 

고지봉

 

 

88고속도로 절개지

 

서암산

 

 

이목고개

 

 

 

서암산

 

 

 

 

 

 

 

일목고개

 

 

 

 

 

 

 

 

 

 

 

 

 

 

멀리 강천산...

 

메바위

 

 

 

 

 

 

 

설산

 

 

밤줍느라 더뎌지고...

 

 

 

설산에서 괘일산으로 이어지는 마루금....

 

 

 

 

 

 

괘일산

 

 

 

 

 

무이산

 

 

 

 

신촌도로

 

오늘 주은 밤이 밤무게만 10.2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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