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이 또한 지나가리 (813)
지나리 부부 산방
2021년 7월 27일 화요일 맑음 천사랑 섬 생활 2일 차 눈치 빠른 내가 이곳 생리에 익숙해지는 시간으론 충분하다. 일출 전 살그머니 펜션을 나와 시골길을 걸어 삼각산에 오른다. 접경지에선 일몰 후에서 일출 전까지 바닷가, 산은 출입 금지다. 그러나 도로나 농로를 걷는 거야.. 새벽 4시 농로와 간선도로 따라 삼각산 입구에 이르고 여명이 밝아지는 시점에 산에 오른다. 이미 어제 한번 오른 산이지만 오늘은 숙소인 G펜션에서 서내동으로 도보 이동한다. 삼각산엔 염소들이 산다. 흰색과 검은색 갈색 염소 가족이 산에 오르는 나를 반긴다. 처음엔 멀뚱멀뚱 날 쳐다보더니 이내 우두머리 신호로 사방으로 흩어진다. 갈색 염소가 혹 고라니 아닌가 싶어 펜션 사장님께 물었더니 이 섬에 고라니는 없단다. 백색 염소와 흑..
2021년 7월26일 월요일 맑음 풍랑주의보 천사랑 여행지에서 아침은 황금 시간이다. 특히 패키지 여행에서 아침 시간은 숙소 주변을 살펴보는데 적격이다. 접경 지역이라 일출전 통행이 자유롭지 못하지만 새벽 5시 원 황제의 유배지 흔적이 남아 있나 싶어 서내동 대청초등학교를 둘러 보러 갔다. 그러나 코로나로 학교는 폐쇄 됐고 운동하는 아저씨 한분이 있어 원 유적에 대해 물어봤더니 그런 거 없단다. 학교를 한번 둘러보고 도보로 옥죽동해변과 선착장에 들러 일출을 보고 모래사막 송림을 지나 숙소 옆 식당으로 왔다. 삼각산에 오르기 위해 일행보다 30분 일찍 식사 후 일행과 중간지점에 합류하기로 예정돼 있다. 식사 후 펜션으로 돌아오는데 펜션 사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오늘 풍랑 주의보로 배가 없단다. 하늘을 쳐다봐..
2021년 7월 25일 일요일 맑음 폭염 천사랑 아이들과 함께 가기로한 제주행 항공권을 반납했다. 코로나19로 제주 방역 단계가 3단계로 격상됐다. 제주는 아이들만 다녀오기로 하고.. 인천에 살면서 인천의 섬 여행을 거의 못해 본 것 같아 가볍게 백령도, 대청도를 다녀오기로 한다. 가볍게라 했지만 배로 4시간(인천에서 211km) 걸리는 접경지역이다. 수도권이 방역 4단계로 집합이 금지됐다. 백령도행 쾌속선 코리아 킹 호 정원이 449명인데 휴가철인데도 100여 명 남짓 탑승이다. 여행객은 거의 없고 군인 주민이 대부분이다. 우리는 대청도에서 1박 하고 백령도에 1박 후 돌아오는 여정을 계획했다. 3일 내내 날씨는 쾌청으로 예보됐다. 멀리 올림픽이 열리는 이웃 나라 도쿄에 태풍이 상륙한다는 예보가 있긴 ..
2021년 6월 19일 토요일 맑음 천사랑 나를 한결같이 설레게 하는 게 있다. 그건 천사와의 만남이다. 무슨 팔불출 같은 소리냐고 하겠지만 나는 천사와 집 밖에서 만나기로 하면 가슴이 뛴다. 하물며 어디 여행이라도 가자고 하면 말해 뭐하랴... 여행이라고 하면 기차타고 비행기 타고 멀리 가는 걸 여행이라 할 수 있지만 우리 부부의 여행은 꼭 그런게 아니다. 딸네 집에서 귀가 할때 둘이서 함께 걸어오는 40분 공원 산책 한 달에 두어 번 뵙는 어머니댁 나들이 한가하고 무료할 때 나서는 계양산 산행, 굴포천 나들이... 등등 함께라면 나는 언제나 설렌다. 그리고 또 나를 설레게 하는 게 있다. 그건 산행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해 운동이다. 아침마다 하는 근력운동 2시간 저녁에 하는 자전거타기(실내) 1시간..
2021년 6월 13일 일요일 맑음 곱방친구4(석기, 기수, 환춘, 병선) 요맘때면 이 땅에 가장 힘든 삶이 있었다. 보릿고개 지난해 가을에 수확한 양식이 떨어지고 아직 보리는 미쳐 여물지 않은 5~6월이 식량 사정이 가장 나빴다. 이땅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유사 이래 계속 반복되는 슬픈 굶주림이다. 국토의 70%가 산지인 데다 교통이 불편해 물류 이동이 제한돼 가뭄, 홍수, 해충의 피해가 심한 흉년이면 그 정도가 심했다. 특히 일제 강점기에서 한국전쟁을 거치는 기간엔 굶주려 부황이 나거나 죽는 이 가 많았다. 전후 세대인 우리는 그 보릿고개 마지막 세대다. 처음 학교에 들어갈 때 가슴에 이름표 보다 무명 손수건을 먼저 달았다. 코 찔찔이들의 콧 수건이었다. 우리에 겐 손수건이라는 원래 이름보다 콧 수건..
2021년 6월 6일 일요일 맑음 천사랑 펜데믹 이후 병원 갈 일이 없다. 연중행사로 환절기 한 번씩 가던 이비인후과도 간 적이 없다. 마스크 위력을 실감 하고 있다. 2년에 한번씩 받는 건강 검진이 나이 들면서 은근한 스트레스다. 특별한 증상이 없는데도 검진받으라는 건강보험관리 공단 문자가 압박이 된다. 매도 먼저 맞는 성격이라 일지감치 받기로 했다. 일단 치과부터 갔다. 특별한 이상 없다는 소견에 스케일링만 받고 왔다. 기본검사에 몇가지 더해 위,대장 내시경 까지... 검사 결과를 통보받는 날 대장에 선종이 2개있어 제거... 위는 깨끗하고.. 고질적이던 역류성 식도염도 말끔 하단다. 폐,심장 기능도 정상 청력,시력 정상 체질량지수 15.8% 복부지방율 0.8% 근육량, 골격근량, 무기질, 체수분, ..
2021년 5월 29일 토요일 맑음 천사랑 멍~ 불(火) 멍 물(水) 멍 산(山) 멍 길(道) 멍 비(雨) 멍 꽃(花) 멍 멍 때리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그게 평화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다. 멍 하게 수원 화성 그리고 수원 통닭
2021년 5월 23일 일요일 날씨 맑음 병선 환춘 남설악 탐방 지원센터 새벽 3시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산악회 차량이 수시로 정차하며 산님을 쏟아 낸다. 수백 명쯤 되는 산님들이 굳게 닫힌 철문 앞으로 모여들고 마라톤 선수들이 출발 선에 선 것처럼 모두 비장하게 철문이 열리길 기다린다. 9년 만의 공룡능선 산행이다. 2012년 9월 26일 백두대간 종주산행 중 다녀가고 오늘 다시 공룡을 만나러 왔다. 철문이 열리고 가파른 설악의 오름에 하나 둘 이마에 불 밝히고 산님들 거친 숨소리와 스틱 부딪히는 소리가 설악의 적막을 깬다. 천성이 무리 중 산행을 못하는 성질이라 앞으로 치고 나갈 수밖에 없다. 산님 무리 중에 섞이면 산님들 엉덩이만 보고 올라야 하니 더디고 힘들다. 출발 시간이 같으니 초반 무리수를 ..
2021년 5월 2일 일요일 안개비 맑음 곱방친구 3(기수, 환춘, 병선) 대간과 정맥을 종주하며 물길과 산줄기를 나누며 확인한 지 15년여... 지리산 천왕봉을 출발한 대간길은 서쪽을 향해가다 노고단을 지나 만복대에서 방향을 살짝 틀어 북쪽을 향한다. 정령치를 건너 고리봉에서 급하게 서쪽으로 고도를 낮춰 고기리, 덕치리, 노치마을까지 남한에서 유일한 곡중분수계(谷中分水界)를 이루며 물길을 나누고 수정봉에서 본격적으로 북진을 시작한다. 고리봉에서 대간길을 떠나보낸 산줄기가 대간길에 미련을 보이며 북쪽을 향해 따르는 지맥이 있으니 당당히 지맥이라 이름도 얻지 못한 세걸산 바래봉 능선이다. 대간 바래기 바래봉 능선은 대간길이 고남산을 지나 북진하는 지점에서 임천을 사이에 두고 구인월 마을에서 맥을 다한다. ..
2021년 4월 11일 일요일 청명 곱방 친구 4 지리산 둘레길 4,5코스(금계-동강-수철 23km) 풍경은 아름답지만 슬프고 잔인한 구간이다. 혼돈의 시기 인간의 무도하고 잔인함이 어디까지 인지 보여주는 현장 정부 수립이 끝나고 철학 부재의 이승만 정권은 제주 4.3 과 여수순천 사건을 해결하면서 친일파를 대거 기용, 스스로 정통성 없는 권력을 만들었다. 기득권을 지키려는 친일파에겐 불리한 입지를 뒤집는데 좌/우 대결 만큼 좋은 소재는 없었다. 제주 4.3과 여순사건에서 숙정대상이 된 군인과 노동자 농민들은 빨치산이 되어 지리산으로 갔다. 1948년부터 마지막 망실 공비 정순덕이 체포된 1963년까지 15년간 지리산은 해방구였다. 낮엔 대한민국 태극기가 펄럭이고, 밤이면 인민공화국 인공기가 휘날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