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또한 지나가리/山·名山산행기

눈 밟는 소리...덕유산 향적봉

無碍人 2021. 1. 20. 15:17

2021년 1월 17일 일요일 맑음 병선 환춘 기수

 

예전엔

밤 눈 내리는 소리가 좋았다.

뒤뜰에 사박사박 눈 내리면

대나무 숲에 딱 딱...

지금은

눈 밟는 소리가 좋다.

사각사각

소리하는 친구 뒤에 봄이 있다.

 

팬데믹...

모든 게 멈췄다.

조심스럽게 친구 둘과 고향 쪽 눈 산행에 나섰다.

운동하는 친구라 몸이 근질근질

방역 규칙 잘 지키며

오래 기다려 곤돌라 타고 설천봉-향적봉-백련사-구천동

고향 친구 기수 만나 눈길을 걷는다.

사각사각

꿈엔들 현실엔들 살아 있음에 감사하다.

 

어느 피부과에
팔순의 할머니가
피부 관리를 받으러 오셨다.
피부과 의사
"1회 관리에 30만원,

10회 선납하시면 150만 원입니다"
할머니 10회 선납하시며
"난 5회 정도면 될 거야"
피부과 의사
"왜 그러지요?"
할머니
"내가 말기암 환자인데
마지막으로 내 아이들 한테 예쁘게 기억되고 싶어서.."
피부과 의사
'멍.. ~'
그 할머니 4회 받으시고
더는 안 나타나셨다.

 

삶을 정리하면서 남은
사람에게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게 하는가
마지막 순간에도 희망을 놓지 않고 10회 피부 관리를....

우리가 노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머리는 손질 안 해 푸석푸석.

잠자리에 입었던 옷

어제도 오늘도 입고 있는

뒷방 노인네로 내 손녀 손자에게 기억되게
하고 싶지 않다.

내 노년을
꼿꼿하게 탄탄한 몸으로
깔끔하게 자기 관리하는
모습으로 기억되게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