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또한 지나가리/방방곡곡 여행기

여수랑..순천이랑...놀자(번암지교/蟠岩之交)

無碍人 2022. 11. 28. 21:59

2022년 11월 26~27일 맑음 번암 지교 31명

 

유년의 기억 속에 생생한 교훈 한 가지가 있다.

짧은 겨울 해가 다 지도록 친구와 놀다 들어와 군불을 지피는 엄마 곁에서

쫑알쫑알 친구와 있었던 일을  말하고 있었다.

그 나이 또래 아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언 손발을 이쪽 저쪽 아궁이 앞에서 녹여 주던 엄마가

내 말을 듣고 하신 말씀이다.

"그래 엄마 팔아 친구 사는 거란다"

그때 그 말 뜻을 이해 못 했다.

아직은 엄마가 내 우주였던 나이인데

그 엄마를 팔아 친구를 사는 거라니???

엄마 입장에서도 당신으로부터 떨어져

슬슬 관계를 넓혀가는 아들이 섭섭해서였음은 내가 엄마 나이 되고 알았다.

그리고 그 말

"부모 팔아 친구 산다"가

엄연한 우리 속담이라는 것도 아주 오래 뒤 어른이 되고 알았다.

그리고 이제야

그 말 뜻이 실감 나, 공감으로 다가온다.

우리는 오늘 부모 팔아 친구 사러 간다.

대부분 부모가 곁을 떠난 나이가 돼

친구 따라 강남을 간다.

 

여행은 풀랜, 진행, 먹거리, 그리고 날씨까지 완벽했다.

탄탄한 기획과 완벽한 진행, 맛난 음식, 더없이 청명하고 포근한 날씨까지...

40년 전 군사 정부 시절

선견지 견학이라는 연수 프로 그램이 있었다.

직장이나 마을 단위에서도 흔했던 견학과 여행을 겸한 프로그램이다.

아직도 농촌이나 공무원 사회에서는 존재하는 것 같다.(그때와 다르겠지만)

기획부터 진행까지 상의하달 상명하복이 근간이다.

연수자(여행자)의 의견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완벽하게 프로그래밍된 매뉴얼 따라 진행하는 군사문화의 전형이었다.

그래도 그 연수 프로 그램이 근로자나,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농어민들에게는 한가닥

숨통을 열어주는 요즘 말로 하면 힐링코스였다.

"나를 따르라", "돌격 앞으로", "하면 된다"는

구호가 난무하던 시절에 안성맞춤의 연수 여행 프로였다.

그때처럼 완벽하게 기획된 여행이다.

우린 그 시절을 지났고 그런 분위기에서 교육받았다.

중학교 때, 교훈인지 구호인지 기억은 안되지만 차유황 교장 선생님이

강조하던 구호가 "하면 된다"였다.

그 친구들에게서

또 깨우치고 배웠다.

복고풍의 여행이 불편할 수 있지만

참고, 견디고, 따르고, 내색하지 않음을...

이런 게 나잇값이다.

친구들이 존경스럽다.

 

5년 동안 마음고생 심했을 집행부 친구들에게 감사하다.

동창회를 이끄는 것은 봉사다.

그것을 묵묵히 해준 친구들께 경의를 표한다.

새로운 집행부가 출발한다.

동창회를 동창모임으로 바꾼다는데 그게 뭐가 다른지 감이 안 온다.

앞뒷문이 다 열린 게 동창회라면 앞뒷문에 경비 세우는 게 동창 모임인가?

새로운 친구들이 잘 기획하면 따르면 되겠지

내 친구 모환춘이 나를 이렇게 표현한다.

"숫돌에 잘 갈아 날이 시퍼렇게 선 칼 한 자루"라고...

정확한 표현이다 나도 공감한다.

그 나를 내가 잘 알기 때문에 난 어느 모임에서나 리더를 하지 않는다.

언제, 내 그 시퍼런 칼날에 누가 마음 다칠지 모르니 최소한 내 나름의 안전장치다.

새 집행부를 구성하는 모임에서도 그 시퍼런 칼을 칼집에서 뽑아 들 뻔했다.

다행히 도로 집어넣긴 했지만,

시 샛말로 호박이라도 찔렀다면, 또 어느 친구가 마음을 다쳤을지 모른다

나도 모르게...

'래옥아! 너 나이가 몇 갠데 아직도 그 모양이니'  ㅉㅉ

 

 

1. 여행경로

   용산-남원 ktx

   여수 돌산 갈치야 점심

   향일암 답사

   오동도

   동백회관 저녁

   해상 케이블카-여수 밤바다.

   해리 펜션 (동창회 새벽 큰 끝 등대 트레킹)

   해장국집

   순천 국가정원 탐방

   순천만 명품식당(꼬막정식)

   남원 광한루원

   남원역-용산 ktx

 

2. 번암지교

    서경회

    김나연, 김태용, 모철환, 모 환춘, 박석동, 배병선, 서송배, 양옥선, 이영철,

    이용환, 장은아, 장은옥, 장창국, 정 다남, 조래옥

    남원

    강석기, 강승기, 배영숙, 장기수, 장승연, 양영식

    전주

    김달재, 배종순, 서기수, 소윤옥, 신향자, 이춘안, 장경애, 장 백화, 최홍식, 황인태(31명)

 

@. 번암지교(蟠岩之交) ?

      번듯한 외양은 아닐지라도 바위처럼 든든한 친구

      (배병선 친구가 만든 신조어)

  

사진은 친구들이 단톡방에 올린 것을 편집해 올렸습니다.

저작권은 없고 불편한 사진은 내려 드릴 수 있습니다.

언젠가 이 사진첩 함께 펼쳐 볼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