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또한 지나가리/해파랑길

해파랑길 3코스(기장군청-일광해변-동백항-임랑해변)

無碍人 2023. 4. 5. 06:45

2023년 4월 1일 토요일 맑음 곱방4명 환춘, 병선, 복순

 

지난 2주 동안 내 머릿속은 온통 "콤프라치코스"로 가득 찼다.

생소한 단어지만 그 강렬함이 꿈속에 나타날 정도였다.

빅토르 위고의 장편 "웃는 남자"에 빠져 살았다.

콤프라치코스(Comprachicos)

위고가 만들어낸 소설 속 범죄 조직인지 분명하진 않지만,

빅토르 위고가 처음 사용한 

아이들을 납치해 인위적으로 기형을 만든 뒤 팔아넘기는 악질 범죄 조직 이름이다.

스페인어로 '아이와 사다'는 단어를 함성해 만든 "아이들을 사는 사람"을 의미한다.

"웃는 남자"는 그윈플렌이라는 위대한 영웅 이야기다.

권력다툼에서 몰락한 귀족출신 그윈플렌은 아이 때 콤프라치코스에 팔려

늘 웃는 모습의 기형으로 성장하여 신분을 회복하지만 다 부질없다는 내용이다.

내가 주목한 것은 "웃는 남자"라는 스토리가 아니라

중세 유럽의 그 잔인한 인간의 민낯이다.

중세 유럽의 귀족들은 무역으로 얻은 막대한 부를 바탕으로 기형아를

사들여 "애완 인간"으로 데려다 키우는 게 유행이었다.

그러다 보니 수요가 폭발하여 기형으로 태어난 아이가 부족해 급기야는

기형아를 만들어 공급하는 조직이 생겼다.

그게 콤프라치코스다.

아이를 납치해 마치 분재를 하듯

관절 마디를 줄로 꽁꽁 묶어 가둔 뒤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음식만 제공해 기형으로 자라게 했다.

물리적 힘을 가해 척추를 변형시키고 얼굴에 이물질을 주입하여

뼈와 근육을 녹여 기형을 만드는 식이다.

어려서 항아리를 옷처럼 입혀 키를 못 자라게 해 난쟁이를 만들기도 했다.

이렇게 특이하게 변형된 아이들은 귀족들 애완인으로 팔렸다.

그 수요처가 궁궐과 교회 그리고 귀족가문이었다.

궁궐에선 기형의 사내를 거세까지 해 왕의 여자를 관리하는 용도로...

교회에선 주교나 교황을 대신해 기도하거나 찬양을 위해 남성을 제거해 변성기를 없애

목소리를 얻는 용도였다.

그렇게 만들어진 아이들은 기형이 심 할수록 비싼 값에 팔렸고 팔리지 않은 아이들은 

굶겨 죽이거나 동물 먹이로 버려졌다.

팔려간 아이들도 나이가 들어 쓸모 없어지면 버려져 구걸을 하거나 서커스단에 팔려

괴물쇼를 하다 비참하게 생을 마감했다.

실제로 17~18세기 영국과 미국에선,

프릭쇼(freak show),

즉 기형쇼라 해 일반인들과 다르게 생긴 기형적인 외모가 있는 사람을 모아 서커스처럼

곡예를 하기도 했다.

어렴풋한 기억이지만 60년 전 시골 장터에 약장수가 들어와 약을 팔 때

팔이 셋인 사람이 왔다고 몰려 가기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땐 인권이라는 게 뭔지 모르던 무지한  시대였다.

 

"즐거운 시대를 웃으며 산다면 희극이겠지만 

 잔인한 시대를 웃으며 살아야 하니

 그 시대는 영락없는 비극이다"     -웃는 남자 중에서-

 

지난해 12월 진행하다 멈춘 해파랑을 다시 이어간다.

심야버스로 이동하면 시간 여유가 있고 친구들과 유유자적하는 한가함이 참 좋다.

그런데 무박이라는 게 보통 체력 소모가 심한 게 아니다.

편한 잠을 못 잔다는 게 점점 버겁다 싶어..... 찾았다.

우리가 바로 합류할 수 있는 산악회를...

조건은 단, 하나

멈추지 않고 해파랑 3코스를 바로 갈 수 있는...

"산바다여행"

영등포 출발이란다.

환춘 병선 그리고 나...

양재 탑승 가능한 꽃순이까지

3박자가 쿵닥쿵닥 잘 맞는데 기수와 석기에게 쬐끔 미안하다.

미안하다 기수야.. 석기야..

처음에 그랬듯 우리 일정에 다시 한번 적응해 봐

 

초행길이라..

서둘러 영등포역 도착

기다리는 "산바다여행" 버스 탑승

튼실한 김밥 한 줄 물 한병... 괜찮다.

쓰윽~^ 탑승자 면면을 살핀다.

우리 또래다.

'그렇구나!  해파랑은 대간/정맥 졸업한 산꾼들이 하는겨...'

혼자 중얼거려 본다.

 

대변항에서 봉대산은 지난번 2코스 때 넘었다.

우린 기장군청 출발이다.

3코스 16.7km 중 4.2km 뺀 12.5km가 오늘 우리 숙제다.

버스가 정오 넘어 도착했지만 오늘만큼은 遊遊... 놀멍 쉴 멍이다.

하늘은 파랗고 구름은 두둥실 바람은 살랑살랑...

벚꽃은 화알짝이다

천지가 꽃이고 온통 꽃바람이다.

바다는 푸르다 시리다 그립다 따듯하다.

갯바람에 여무는 오징어가 풍년이면 좋겠다.

'저놈 한 마리 오늘 꼭 울 천사 잡아다 줘야지....'

괜스레 발걸음이 가볍다.

 

일광해변

맛집 있다는데... 미청

이름은 중하지 않고

일광천국이 어느 집인들 맛집 아니랴..

양장구밥 이름 있다 해 그 미청식당 가봤다.

양장구밥 곱빼기...

가자미찌개  

막초 한잔

양장구는 "성게알"을 일컫는 경상도 방언이다.

성게알은 엄밀히 말하면 생식소

수컷 정소와 암컷 난소가 모두 해당된다.

바다 내음을 가득 머금었다.

달콤하고 쌉싸래한 맛이 살살 녹는다.

가자미찌개 가득 머금는다.

비릿한 입안이 칼칼함으로 가득 찬다.

 

임랑해수욕장

임랑(林浪}

아름다운 송림(松林)과 달빛에 반짝이는 은빛 파랑(波浪)의 두 글자를 따 林浪이다.

옛 기록에 의하면

"백설 같은 백사장에 노송이 즐비하여

 병풍처럼 푸른 숲을 이루고

 임랑천 맑은 물에 고기 잡이하다

 송림 위에 달뜨면 사랑하는 님과 함께 조각배 타고 달구경했다"

백설 같던 백사장엔 원전괴물 버텨 서고

병풍처럼 푸른 숲은 사라지고 노거수 한그루 쓸쓸하다

임랑천 맑은 물에 노닐던 물고기도 

조각배 타고 뱃놀이하던 님도 이제는 가고 없다.

자원 없는 나라에 기술만이 살길 이라던 선각자(박태준 님) 흔적이 어른 거린다.

이제 한발 더 디디면 부산 넘어 울산이다.ㅈㅈ

 

친구 음대장에게 전하네

표현이 서툴어 뜻이 왜곡 됐음을...

친구의 근심이 우리의 근심 이었음을...

친구 사정을 모를 때 "나 빼고 다녀오소" 하는 말

그 사정을 끝까지 몰랐다면 유효했네..

어찌어찌하여

친구가 못 가는 사정이 그거 였을 때

모두  멘붕...

처음 사정없음은 무효였고

그 새로운 사정으로 시작 됐음을

그래 기다리다....

그래도 정말 하느님 보우하사 옆지기님의 쾌유 소식에

함께 해야 한다는 의욕들이 앞서서..

섭섭함도 생긴 거라네...

너그럽게 이해 하소

 

1, 여행경로

    기장군청-죽성교-일광해변--칠암항--임랑해변(12.5km, 4시간)

 

@. 교통편

      산바다여행 리무진 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