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또한 지나가리/해파랑길

해파랑길 4코스(임랑해변-고리원자력발전소-울산효암천-신리항-신암항-나사해변-평동항-간절곶-솔개해변-진하해변)

無碍人 2023. 4. 27. 05:28

2023년 4월 22일 토요일 맑음  곱방친구2(환춘/병선)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 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이다.

"전쟁과 평화" "부활" 등 톨스토이 작품은 학창 시절 책에 푹 빠져 있을 때 두어 번씩 읽었지만

안나 카레니나는 읽은 기억이 없다.

책 살 돈이 없던 시절 학교 도서관에서 구해 읽던 게 책과 접하는 유일한 길이였다.

전쟁과 평화, 부활은 도서관 목록에 있었으나 연애 소설인 안나 카레니나는 없었지 않았나 싶다.

아니면 소설의 앞부분이 익숙한 것으로 봐 읽다가 그만둔...

그도 그럴 것이  분량이 번역본으로 1530쪽이나 되는  대작이다.

지난해 넷플릭스에서 2013년 영국에서 제작한 영화를 먼저 봤다.

그러나 1500쪽이 넘는 장대한 작품을 130분의 영화로 이해한다는 건 코끼리가 비스킷 먹기다.

제목이 안나 카레니나 지만 

실제 주인공 안나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오히려 레빈이 주인공이라 하면 몰라도..

레빈은 톨스토이 자신이 투영된 인물이다.

많은 등장인물, 역사, 사회, 산업, 노동, 문화적 방대한 배경에다 러시아 특유의 긴 이름과

**스키,**리치,**비치하는 등장인물 이름으로 처음엔 적응하기 힘들지만 금세 작품 속으로 빠져 든다.

이 작품이 무얼 말하려 하는지

딱 첫 문장에 함축되어 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 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불행한 가정은 안나와 브론스키

행복한 가정은 키티와 레빈 두 커플 이야기다.

"완벽한 예술작품" 동시대 작가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찬사다.

브리테니커 대백과 사전엔 

"세계 문학의 정점 중 하나"

"One of the pinnacles of world literature"라는 평가를 받는다.

방송에서 어느 작가가 무인도에 간다면 꼭 가져가고 싶은 책이라 하던데

그 작가는 이 작품의 방대한 분량이 시간 보내기 좋다는 의미로 말하지 않았나 싶다.

내 삶의 무게가 느껴질 때 

내 삶에 회의가 생길 때

아니면 다른 삶에 흥미가 생긴다면 꼭 읽어야 한다.

잘되는 가정은 다들 비슷하게 근심이 없고 건강하고 화목 하지만,

안 되는 가정은 애정이든 금전이든 자녀든 천차만별의 이유로 불행하다.

이게 요즘 유행하는 안나 카레니나 법칙이다.

 

슬며시 돌아와 자리 잡은 봄 따라 남도 천리길은 꽃길인데

함께 못한 꽃님이 

늘 뭉쳐 떠들던 석기, 기수 친구 빈자리가 크다

편의상 이라지만 꼭 이 방법이 최선인가?  

마음이 무겁다.

임랑 바다는 봄바람이 거칠다.

봉대산 가는 숲길도 살랑되는 바람결이 누군가의 일상을 포구에 묶어 뒀다

함께 버스 타고 온 아낙들이 호기롭게 앞서더니 이내 호흡을 가다듬고

멀찍이 뒤 따르다 자취를 감춘다.

걸음은 부산을 뒤로하고 울산땅 효암천 물길을 따른다.

물은 맑은데 물속은 안전할까?

괜한 걱정에 고리 원전 담장에다 눈만 흘기고....

우리 삶 속에.. 깊숙이 들어온 문명의 이기

특히 변변한 자원도 없는 가난한 민족에게 당장은 배고픔을 덜게 한....

마냥 배척만 할 일이 아님을 알면서도

미래 아이들에게 미안함이 앞서는 건 나만 그런 걸까?

 

신리항 지나 맛집을 더듬다 

나사 바다 앞에서 만난 아담한 쌀 국숫집

쌍둥인 줄 착각할 만큼 젊은 엄마와 딸이다.

유니폼이 멋진 모녀, 국수 맛도 일품이다.

마음씨도 곱다.

가져온 곡주를 마셔도 되냐고 물었더니 흔쾌히 허락한다.

둘째가 처가인 한산에서 가져온 한산 소곡주

일명 앉은뱅이 술이다.

도수는 희석식 소주급이다.(18도)

탁월한 맛과 향이 알코올의 쓴맛을 대부분 가려주기 때문에 정말 술술 넘어간다.

소주의 노골적인 쓰디쓴 알코올 맛

맥주의 홉맛, 막걸리의 쉰 맛, 양산형 곡주의 시큼한 맛도 없다.

그렇다고 과실청 탄 소주처럼 끈적한 단맛도 나지 않는다.

알코올의 쓴맛이 잘 가려져 오히려 뒷맛이 보리차처럼 구수하다.

소주는 취할 목적으로 마시고, 맥주는 시원한 목 넘김으로 마시지만,

한산소곡주는 달착지근하면서도 고소한 맛으로 마시는 술이다.

1.8리터 한 병인데 우리 셋이 앉은뱅이가 되기엔 조금 부족했다.

그래도 친구와 함께 여행지에서 마시는 소곡주는 예술이다.

 

간절곶

먼바다에서 간절곶을 바라보면 긴 간짓대(대나무로 된 긴 장대)처럼 보인다 하여 붙여졌다.

정동진, 호미곶과 함께 동해안의 대표적인 일출 명소다.

한때 포항 호미곶과 간절곶중 어디가 일출이 먼저냐고 설왕설래한 적이 있다.

천문 연구원의 발표로 겨울엔 간절곶

여름엔 호미곶이라 밝혀졌다.

당연히 새해 일출은 정동진보다는 5분, 호미곶 보다는 1분 빠르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새해 일출을 감상할 수 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풍경이라 곰곰이 곱씹어보니

제주의 섭지곶과 비슷하다.

나는 그런데 이곳엔 포르투갈 카보다호카가 소개돼 있다.

유럽대륙의 서쪽 끝과 여기는 무엇으로 통하는지 궁금하다.

위도상으로 같은 위치?

같은 땅끝?

자매도시?

포르투갈 시인 카몽이스 시 한 구절

"여기 대륙은 끝나고 바다가 시작되도다"

포르투갈 입장에서는 대향해 시대의 영광스러운 역사이겠지만

세계사적으로는 제국주의 착취와 노예무역의 시발점

포르투갈의 영광이 이 땅에도... 뭐 그런 거라면 사양해도 되겠다.

차라리 김지하가 어울린다.

땅 끝에서

"새가 되어 날거나

 고기되어 숨거나..."

자연에 동화되는 자연으로 돌아가는 순응하는 겸손한 삶이

더 값지다는 걸....

 

지난 3코스에 이어 "산바다여행"

여행사 버스 따라 완주했다.

여행사 일정과 코스를 소화하는데 우리 체력은 문제가 없다.

그런데 "이건 아니다"

나만의 생각이 아님을...

종주가 목적이라면... 혼자 하는 여행이라면..

여행사 일정을 따라다니는 것도 한 방법 이겠지만

친구들과 함께 고민해 보기로 했다.

다음 코스는 또 다른 방법을 시도해 보기로...

함께한 절친 음악대장, 일출봉 행복했다.

다음엔 꽃님이도 친구 석기, 기수, 정광이도 기대해 본다.

 

1. 탐방경로

    임랑해변-임랑항-월내교-고리원전-울산효암천-신리항-신암항-서생중학교-나사해변-평동항-간절곶

    -솔개공원-솔개해변-대바위공원-진하해변(19.9km, 4시간 30분)

 

@. 교통편

     산바다여행 리무진 버스

 

2. 여행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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