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또한 지나가리/해파랑길

해파랑길 5코스(진하해변-덕산대교-덕망교-청량운동장-구 덕하역)

無碍人 2023. 6. 8. 18:07

2023년 6월 3일 토요일 맑음 모환춘,강석기,배병선,최복순,최귀자

 

해파랑 가는 날이다.

심야 버스 타고 5시간씩 해파랑길 시작은 험난했다.

수면 부족으로 여행길이 고행길이다 싶어 산악회 버스를 이용해 봤다.

이 또한 피곤하고 뭔가 1% 부족한...

아직 체력으론 산악회 일행과 보조를 맞춰 가는데 문제는 없다.

그런데 체력 단련도 아니고 5시간 전후로 출발... 앞만 보고 간다.

무얼 보러 왔는지? 무얼 느끼고 무얼 생각하는지 도무지 여유가 없다.

맛집 들러 맛난 것 먹고, 카페에서 차 한잔 앞에 놓고 망중한은 꿈도 못 꾼다.

이건 아니다 싶어 1박 2일 게스트 하우스 예약하고 ktx 타고 간다.

 

대구 친구 철인 석기가 승용차로 울산역 픽업하여 여유롭게 진하해변이다.

옆자리 운전하는 석기 친구 고마워 슬쩍 돌아본다.

아~ 한숨, 마라톤과 헬스로 단련된 친구인데...

질끈 동여 멘 꽁지머리 친구 옆모습이 할매다.

순간 가슴이 철렁

다른 친구도 살핀다.

얼마 전 아버지를 여읜 친구 목주름이 슬프다.

염색 안 한 친구는 더 저민다.

이 친구들이 정녕 내 친구라고??

나는?

난 그 정도는 아냐... 강하게 고개를 흔든다.

며칠 전 내 폰에 들어온  짧은 글 한토막이 생각난다.

 

어떤 친구가 가벼운 감기 증상으로 동네 병원을 찾았다.

차례를 기다리며 주위를 살피는데

전문의 자격증 패 이름이 왠지 낯설지 않다.

50년 전 고등학교 시절 같은 동아리 친구 이름과 같다.

키 크고 멋지게 잘 생겼던 친구 얼굴이 떠 올랐다.

서글서글한 눈매에 항상 웃음끼 가득한 호감형 친구였다.

그 친군가?

진료실에서 마주한 의사는

대머리에다 몇 가닥 안 남은 머리는 백발에 주름진 얼굴

이 사람이 내 친구 일리는 없어

그 친구가 이렇게 늙었을 리는....

그래도 혹시나 싶어

진료 끝나고

"1977년 N시의 N고등학교 졸업하지 않았어요?"

"아 네! 맞아요? 저 그 학교 나왔어요

 혹 선생님? 무슨 과목 담당 하셨죠?"

 

사람은 자기 늙는 건 모른다.

열심히 운동하고 거울 앞에 설 때마다

거울 속 내 모습은 10년 전 세상 떠난 내 아버지, 그때 그 모습이다.

걸음은 화야강 따라 버찌 향 가득 담고 북으로 간다.

철인 친구가 준비한 야생 더덕향과 취향도 함께

아직 더덕향이 가시기 전인데

오늘 우리들 점심

당구대 삼겹살이다.

언젠가 서민 갑부에 출연해 더 유명한 집이다.

화려한 불쇼에 불향 가득한 당구대 철판 삼겹살

질리다.

향에 질리고 양에 질리고

소식 체질이라 아직 더덕향이 가시지 않은 난

두고두고 그리울 게다.

램던트(자투리/그루터기) 게스트하우스 저녁은 없다.

불맛 불향 가득했던 점심 탓으로 모두

우리 부부야 저녁이 실종된 지 꽤 됐는데

다른 친구들 까지...

그래도 함께해서 천국살이다.

 

1. 탐방경로

   진하해변-명선도-명선교-덕산대교-덕망교-덕하시장-덕하역

   (18km, 5시간)

 

@. 교통편

     광명역-울산역 ktx

      울산역-진하해변 석기픽업/택시

 

2. 탐방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