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 45코스(설악해맞이공원-대포항-아바이마을-속초등대전망대-영랑호-장사항)
2023년 10월28일 토요일 맑음 나홀로/시유네랑
조정래 아리랑 5권을 읽고 있다
아리랑은 4부 12권으로 구한말부터 1945년 해방 전까지 일제의 침탈과
일제 강점기 동안의 우리 민족의 저항 의식과 민중의 끈질긴 생명력을 담고 있다.
제1부 아~ 한반도 1~3권
제2부 민족혼 4~6권
제3부 어둠의 산하 7~9권
제4부 동트는 산하 10~12권
동학농민운동을 일본의 무력으로 진압하고
무능한 조선 조정은 밀물 들어오듯 몰려오는 일본의 침탈 앞에 두 손 두 발 다 들고 바라만 본다
나라가 위기에 처하면 지배층과 약삭빠른 인간들은 모두 기회주의 자가 되고
민초들은 현실에 저항하며 끈질긴 삶을 견뎌야 한다.
우리나라 최고의 곡창 김제 평야에 일본의 토지수탈의 암흑이 드리우고...
민초들은 저항과 의병으로 나라를 구하고자 백방으로 나서지만
지배층인 양반 지주계급과 새로운 기회주의자인 중인계급, 보부상으로 돈의 위력을 맛본
신흥세력은 앞장서서 일본의 앞잡이가 되고 치부에 열을 올린다.
500년 조선 왕조에서 온갖 특권을 누려 오던 일부 개념 있는 양반들이 나라를 구하겠다고
의병을 일으키지만 그들의 나라는 왕조일 뿐 민중이 아니다.
소리만 요란했지 의병이라는 게 공자왈 맹자왈 굴레를 못 벗어난다.
집안에 총칼로 무장한 강도가 들었는데 '사람이 그러면 못쓴다 물러가라' 한다고
물러갈 강도가 어디 있겠는가?
최익현이 그랬고 유인석, 이인영이 그랬다.
봉건유교 사상에 젖어 신분주의 한계를 못 벗어난 안타까운 인물들이다.
바람 앞에 선 국운이 안타까워 멀리 미국땅에서 장인환이, 하얼빈에서 안중근이 민족혼이
살아 있음을 알리지만 이미 기울어진 배, 결국 침몰하고 만다.
그 현장에 젊은 이승만의 기회주의 행동만 눈살 찌푸리게 하고...
될성부른 나무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이승만의 기회주의 이때부터다.
그가 하버드에 재학중일 때
일본의 조선 침탈을 옹호하던 미국인 정치고문 스티븐슨을 샌프란시스코에서
장인환과 전명운이 저격 살해한다.
교민들 성금으로 사건을 변호하는데 영어 잘하는 이승만을 변호사 통역으로 초청한다.
사건 재판이 길어지자 이승만은 호텔비만 축내고 돌아가고 만다.
그의 기회주의적 성향이 첫 발휘되는 순간이다.
이후 이승만은 하와이 국민회의 장악 시도로 온갖 파렴치한 방법을 동원하고
최초의 해외 교민사회의 분열의 장본인이 된다.
1919년 3월 만세운동 후 대한민국 임시 정부가 수립되고
이승만은 임시정부 대통령이 된다.
대통령이 되는 과정에도 온갖 추태를 보여준 이승만은
임시 정부 내의 노선 갈등으로 이승만의 외교 독립론과 이동휘의 무장 투쟁론,
안창호의 실력 양성론이 제기된다.
이 과정에서 사회주의 계열과 무장투쟁론자들이 임시 정부를 대거 이탈한다.(1923년)
이런 혼란 중에 이승만은 미국 대통령 윌슨에게 '위임통치 청원서'를 제출하고
임시 정부는 이승만을 대통령에서 탄핵한다.(1925년)
임시 정부는 이승만의 행위를 이것은
"독립운동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이런 이승만이 해방 후 미 군정을 등에 업고 정부 수립에 나섰으니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
1960년 4.19 혁명으로 대통령에서 그는 탄핵 위기에 놓였으나 5월 29일 하와이로 도주
탄핵은 면했으나 도망자가 되었다.
그런 그의 기념관을 짓는다고?
개가 웃을 일이다.
그가 했다는 독립운동은 "독립운동이 아니다"라고 이미 선배들이 결정했다.
대통령직은 직을 버리고 도망자가 된 게 명백한데 무슨 기념관?
대통령에 쫓겨난 기념관, 이승만 사대주의 기념관이라면 모르겠다.
아침운동으로 해파랑길 45코스에 나선다.
늘 일어나는 시간에 맞춰 숙소 근처를 지나는 코스다.
설악 해맞이 공원(설악항)에서 시작스 되는 45번째 코스는 속초 구간에 속한다.
설악산 입구에 있는 포구로 원래 내 물치항이었으나 양양군에 같은 이름의
포구가 있어 설악항으로 변경됐다.
해오름이 시작되는데 바다 연무로 아쉽다.
이내 대포항 입구를 지나 발걸음은 가볍다.
대도시에나 있을 법한 하늘을 찌르는 웅장한 빌딩이 전망 좋은 바닷가에 세워지고 있다.
롯데리조트에 이르면 외옹치항이다.
속초 해수욕장까지 데크길로 산책로가 잘 개설돼 있다.
아침바다가 조용히 일렁이는 해변 데크길 운동 나온 속초 시민과
여행의 설렘으로 이른 새벽을 여는 사람이 함께 걷는다.
속초 해수욕장 대관람차가 이곳 랜드마크처럼 멀리서도 잘 보인다.
청초호가 가까워지며 내가 머무는 숙소를 어림해 본다.
청초호는 동해안에 발달한 석호다.
석호는 모래가 해안을 따라 밀려가다가 바다 쪽에 쌓여 형성되는 둑 모양의 '사취',
해안의 세찬 바람이나 바닷물에 의해 운반되어 쌓이는'사구'등에 의해 바다와
분리되어 생기는 호수다.
석호중에는 바다와 접한 부위의 개폐 여부에 따라 담수화된 석호가 있고 해수인 석호가 있다.
청초호는 어선이 드나들 수 있을 정도로 바다와 연결돼 있었으니 당연 해수다.
지금은 인공으로 속초항과 연결돼 속초항의 내항 역할을 하고 있다.
인근 영랑호는 바닷물 유입이 차단돼 담수화 되었다.
속초항과 연결된 금강대교 아래가 아바이마을이다.
아직 이른 아침인데 아바이 마을의 식당들은 한참 영업 중이다.
튀김골목의 튀김 냄새가 허기를 자극한다.
튀김 한 접시 막초 한잔하고 싶은데 아이들 만나 영랑호 맛집 찾기로 해 눈 질끈 감고 지난다.
아바이 마을은 전쟁 후 함경도 사람들이 정착하며 생겨난 마을이다
'아바이'는 할아버지를 정겹게 부르는 함경도 사투리다.
동명항이다.
거문고 소리가 난다는 영금정(靈琴亭)에 오른다.
일제강점기 항구 개발로 지금은 거문고 소리를 잃었다고 한다.
정자 아래 넓은 암반이 지금도 멋진데 저곳에 무슨 짓을 해 소리를 잃었는지 안타깝다.
철석 되는 파도 소리가 성대 결절 극복한 가수의 탁한 목소리처럼 슬픈 아침이다.
동명항 속초 등대는 9시부터 개방이다.
8시 40분
20분쯤은 기다려야 360도 전방향을 조망하며 설악과 동해를 가슴에 품을 수 있다.
시유가 먹던 과자 한 봉지로 아침을 대신하며 기다린다.
사람이 출근 안 한 것 같은데 9시가 되니 자동문이 스르르 열린다.
설악을 본다.
대청 넘어 서부능선으로 중청, 소청, 그 넘어 귀때기청이 보이고 공룡능선도 신선봉 황철봉으로 이어진다.
화채봉에서 칠성봉 권금성으로 이어지는 외설악이 손끝에 있고 울산바위는 코앞이다.
발아래 영랑호와 속초시 청초호가 그림처럼 펼쳐지고 항구에는 조업 준비하는 어선들이 분주하다.
혼자 즐기기 너무 아깝다.
시유를 불러 볼까 전화를 한다.
어제 장거리 이동이 많이 힘들었나 보다.
비몽사몽 아직 꿈속이다.
잰걸음으로 장사항 46코스 시점에 이르고 본격적으로 영랑호 탐방에 나선다.
영랑호는 가을이 깊었다.
영랑호 둘레길은 8km에 이른다.
신라시대의 화랑이었던 영랑·술랑·남랑·안상 등이 금성으로 무술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가던 중
이 호수에 들르게 되었다.
영랑이 호반의 풍취에 도취되어 무술대회조차 잊어버렸다는 전설이 있어 영랑호라는 이름이 유래되었다.
가을이 깊었다.
만추의 가을을 걷는다.
사람은 우측방향으로 일반통행, 자전거와 자동차는 좌측방향 일방통행이다.
자동차 통행 구간이 있어 옥에 티처럼 보인다.
봄에 화려 했을 왕벚꽃이 가을에 붉게 물들어 황혼의 아름다움이 절정이다.
2019년 화재로 불타 폐가가 된 별장들이 숲에 아직 그대로다.
영랑호는 경포, 청초호와 더불어 대표적인 석호다.
바다에서 유입되는 부위가 막히고 청천천이 유입돼 점차 염도가 낮아져 오래전에 담수호가 되었다.
2021년 부교로 '영랑 호수윗길'이 생겼는데 글쎄다?
부교가 필요한지? 환경에는 괜찮은지? 궁금하다.
1970년대 유원지 개발로 오염되었다 이제 간신히 회생 중인데 더는 그만했으면 좋겠다.
영랑호에 호랑이 한 마리가 덫에 걸린 것을 지나는 나그네가 구해주었다.
호랑이는 자신을 구해준 나그네가 병중인 아내의 약초를 구하려고 가는 중인 것을 알게 되고,
이에 호랑이는 나그네에게 약초를 구해주게 된다.
그렇게 나그네의 아내는 병을 고칠 수 있었다.
나그네는 호랑이가 고마워 매일 호랑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영랑호 건너편까지 배를 타고 가져다줬다.
그러나 이를 시샘한 욕심쟁이가 나그네의 배에 구멍을 냈고 헤엄을 칠 줄 모르는
나그네는 물에 빠져 죽고 말았다.
이를 안 호랑이는 욕심쟁이를 물어 죽이고 혹시라도 자신을 살려준 나그네가 다시 찾아올까 봐
음식도 먹지 않고 오직 한 자리에 앉아 꼼짝도 하지 않고 나그네를 기다리다 죽게 되었다.
죽은 호랑이가 있던 자리에 커다란 바위가 생겼는데 호랑이를 닮았다고 하여 범바위라 하였다는...
영랑호 주변에는 이러한 바위들이 곳곳에 있다.
핵석(core stone)이라고 하는 암괴로 수직과 수평형태의 절리들로 인해 블록형태로 갈라진
화강암이 오랜 시간 풍화작용에 의해 둥근 형태로 남게 되는 것을 말한다.
영랑호 주변의 범바위, 공룡바위를 비롯한 물속의 이름 없는 바위들이 모두 핵석에 해당한다.
범바위 올라 망중한을 즐긴다.
울산바위가 지척이다.
시유가 5인용 자전거 빌려 타고 영랑호에 왔다.
시유랑 다시 영랑호 자전거로....
신나 하는 울 시유 늘 가족이 함께 하는 놀이를 좋아한다.
할머니 껌딱지지만 할아비도 함께 하는 놀이를 특히 좋아한다.
속초에 왔으니 대게를...
좀 비싸긴 하지만 가족이 모처럼... 이날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