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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碍人 부부 산방
2026년 9월 23일 맑음 천사랑 오늘은 오디오북을 내려놓는다. 천사와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며 발걸음을 맞춘다.아침 햇살 가득한 합덕제는 조용하다. 추석을 앞둔 들판의 벼는 어느새 노랗게 익어가고, 고개 숙인 벼 이삭 사이로 결실의 계절이 다가왔음을 느낀다. 합덕제는 단순한 저수지가 아니다. 오래전부터 이곳 농경을 지탱해 온 물의 터전이다. 농촌의 역사는 결국 물을 다스리는 역사와 함께해 왔다는 생각이 든다. 합덕수리민속박물관을 지나 합덕전통시장으로 들어서자 분위기가 달라진다. 조용한 들판 대신 사람들의 목소리와 상인의 손놀림이 시장을 채운다. 추석을 앞둔 시장에는 과일과 햇곡식, 나물과 전을 부칠 재료들이 가득하다. 전집은 명절 준비로 부산스럽고, 우리도 떡집에 들러 바람떡과 송편을 사니 마음이 한..
2026년 9월 16일 수요일 맑음 나홀로 제국의 흥망을 들으며 내포의 길을 걷다서해랑길 65-5코스는 합덕수리민족박물관에서 아미산 입구까지 19.6km를 잇는다. 내포의 너른 들판과 낮은 산줄기를 따라 걷는 길이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는 결코 평범하지 않다. 농경의 역사를 품은 합덕제, 천주교 순교의 피가 서린 합덕성당, 그리고 백제 부흥군의 한이 남아 있는 몽산까지 지나간다.오늘은 최현우의 『고대인도왕국 무굴제국』을 귀에 꽂는다. 내포의 들판을 걸으며 인도의 거대한 제국 이야기를 듣다 보니, 전혀 다른 두 공간의 역사가 묘하게 포개진다. 한쪽에는 물을 다스리며 삶을 이어온 사람들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광대한 땅을 다스리기 위해 제도를 만들고 종교와 문화를 조율했던 황제들이 있다. 역사란 결국 ..
2026년 9월 11일 금요일 나홀로 오늘 걷는 길에는 김상기의 『제자백가사상』을 오디오북으로 장착한다.아미행복교육원에서 복부산으로 들어서자 숲길이 시작된다. 눈앞에는 나무와 흙, 바람이 펼쳐지고 귀로는 춘추전국시대 사상가들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산과 들, 하천과 마을을 차례로 지나가는 내포의 길 위에서 수천 년 전 사람들이 세상을 고민하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묘한 기분이 든다.제자백가의 사상은 결국 ‘사람은 어떻게 함께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공자는 인과 예를 이야기하고, 맹자는 사람의 선한 마음을 믿는다. 노자와 장자는 자연의 흐름에 따르는 삶을 말하고, 묵자는 차별 없는 사랑을 강조한다. 상앙과 한비자로 대표되는 법가는 법과 제도로 사회의 질서를 세우려 한다. 방법은 서로 다..
2026년 9월 8일 화요일 청명 나홀로 역사를 배우는 것은 오래된 미래를 만나는 것이다윌라 오디오북 《생각하는 힘: 세계사 컬렉션 16편》을 리스닝하며 걷는다. 내가 하는 독서의 절반쯤은 역사서이거나 대하소설이다. 어려서부터 역사에 관심이 많았고, 유년 시절 꿈을 적으라면 ‘인류학자’, ‘역사 선생님’, 혹은 ‘서점 주인’이라고 했던 기억이 있다. 오늘 귀에 흐르는 이야기는 ‘에게 그리스 문명과 로마 제국’이다. 그러나 오늘 걷는 서해랑길 64-3코스는 서양의 고대 문명이 아니라 이 땅의 역사와 문화를 따라가는 길이다. 걷는 동안에는 잠시 오디오를 접어두고 우리 땅에 남아 있는 역사의 숨결을 느껴보기로 한다.해미읍성 성문을 나서자 바람이 성벽 위를 스친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가을 햇볕은..
2026년 9월 2일 수요일 맑음 나홀로 AI 이후의 길을 걷다오늘은 제이슨 솅커의 《AI 이후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를 오디오북으로 장착하고 길을 나선다.인터넷 강의를 듣고 취득한 자격증이지만, 명색이 ‘챗GPT 전문가 1급’ 아닌가. 자격증 하나 따놓고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스스로도 조금 민망하다. 그래서 그 이름에 걸맞은 내가 되고 싶다.이 나이에 무엇인가를 새로 이루어 보겠다는 욕심은 아니다. 다만 남은 삶이 끝나는 날까지 내가 살아가는 시대의 문명에서 뒤처지고 싶지 않다. 오늘보다 내일의 세상을 궁금해하고, 새로운 기술 앞에서 호기심을 잃지 않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그래서 요즘 인공지능 관련 책을 무차별적으로 읽고 듣는 중이다. 하나를 이해하면 또 모르는 것이 생긴다. 그래도 계속 읽다 보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