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리 부부 산방

[서울] 북한산 등산로 맛집 본문

이 또한 지나가리/방방곡곡 여행기

[서울] 북한산 등산로 맛집

無碍人 2008. 7. 18. 10:52
서울시내 등산로에서 만난 맛 [북한산 맛의 고수, ‘돼지 할머니’]

 

북한산 정릉출입소 앞. 투박한 식당 간판이 50m나 되는 초입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다. 해장국에서 손두부, 파전에 막걸리까지 ‘산 음식’으로 대표되는 메뉴에서 제법 트렌디한 카페까지 늘어서 있다. 조금 유명하다 싶은 음식점마다 방송사와 각종 매체에 출연한 경력을 자랑 삼아 내걸어 놓았다. 겹겹이 내걸린 간판에 각양각색의 현수막까지 더해져 등산로 초입은 부산하기만 하다. 지나가는 등산객을 향해 ‘여기로 오시라’는 호객행위도 벌어진다.

그 요란함 속에 무림의 고수처럼 유난히 평정을 지키는 곳이 있다. 그 이름은  ‘돼지 할머니네’. ‘○○○방송 출연’이라는 흔한 현수막 한 장 걸려 있지 않다. 세월의 때를 잔뜩 입은 시커먼 무쇠가마솥 두 개만 요란스럽게 끓어 넘치고 있다. 가마솥 뚜껑이 들썩거리기 시작하니 백발의 노인이 뚜벅뚜벅 걸어 나온다. 노인은 뚜껑을 열어젖히더니 꼬챙이로 푹 익은 돼지머리를 건져낸다. 행동 하나하나에서 고수의 ‘아우라’가 느껴진다. 가마솥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 뒤로 자리를 잡지 못해 순서를 기다리는 손님들이 비친다. 30년 전통의 북한산 맛집은 이렇게 우연처럼 걸려들었다.

“30년 동안 했지. 벌어먹고 살려고 시작한 일이야. 지금이야 이렇게 번듯하게 자리를 잡았지만 그때만 해도 우리보다 못 사는 건 거지밖에 없다고 할 정도로 목구멍에 풀칠하기가 힘들었어. 그때에 비하면 양반 된 거야.”

말을 이으면서도 고기를 자르는 손길은 멈추지 않는다. 정확한 손놀림으로 1인분의 머리고기를 접시에 담아낸다. 쌈장과 새우젓을 담고 깍두기 한 사발까지 얹어 손님에게 건네는 데 걸리는 시간은 1분여. 30년 내공이 빛나는 순간이다.

“손님은 많은데 일손이 부족하니까 큰딸이 도와주러 나오고, 둘째 딸이 나오고, 그래도 일이 많으니까 며느리들까지 나왔어. 지금은 집안 여자들 모두 여기에 매달려 살지.”

칠순을 맞은 노모는 고기를 썰고 쉰을 바라보는 큰며느리는 순댓국을 푼다. 김치와 양념장을 푸는 것은 둘째 며느리의 몫. 제일 젊은 서른일곱 살의 둘째 딸은 홀 서빙을 맡고 있다. 모두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서 있다. 노모의 진두지휘에 따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주방이 움직인다.

‘돼지 할머니치고는 아주 날씬하다’는 말에 “내가 돼지라서 붙은 이름이 아니야”라며 손사래를 친다. ‘돼지 할머니’라는 애칭은 유난히 덩치가 좋았던 둘째 아들 덕에 붙은 이름이란다. 오가는 손님들이 아들에게 건네는 ‘돼지’라는 농을 가게 이름으로 삼았다. “옛날에는 명이 길라고 일부러 이름을 막 지어 부르기도 했으니까. 손님들이 정을 담아 불러준 별명이니 그냥 가게 이름으로 붙였어. 원래는 ‘돼지네’였는데 내가 나이 들고 했으니까 ‘돼지 할머니네’로 바꿨지. 이름을 바꾼 지 5년쯤 됐네.”

오후 3시. 점심때를 한참 넘긴 시간이건만 손님은 줄지 않는다. 제법 쌀쌀한 산바람도 아랑곳하지 않고 밖에 간이 테이블을 펴고 식사를 하는 이들도 있다. 할머니가 서빙을 하러 나서면 단골이 때를 놓치지 않고 막걸리잔을 건넨다. “성북구에 사는 사람치고 ‘돼지 할머니’ 모르는 사람이 없어요. 워낙 유명한 분이니까. 옛날에는 지나가는 거지들 거둬 먹이는 분으로도 유명했지요. 장사가 이만큼 잘 되는 건 그때 베푼 덕 때문인 듯싶어요.” 30년 단골이라는 김용태 씨가 쑥스러워하는 주인을 대신해 자랑을 늘어놓는다.

‘돼지 할머니네’는 유명한 정재계 인사의 단골집으로도 유명하다. 그들이 이곳에 남긴 에피소드 또한 제법 쏠쏠하다. “유명하신 양반이 산에 올라가다가 나뭇가지에 바지가 찢겨서 내려왔어. 단골이고 하니까 바지 벗어달라고 해서 내가 직접 꿰매줬지. 벌에 쏘여서 내려온 분한테 된장을 발라준 적도 있고, 지갑 놓고 왔다고 해서 공짜로 밥 먹고 간 사람도 있어. 모두 방귀깨나 뀌던 사람들이지. 누군지는 절대 말 못해.”

주인은 칠순의 노구임에도 이리저리 바쁘게 뛰어다닌다. 단골손님은 바쁜 손을 돕기 위해 물이며 반찬을 ‘셀프’로 가져다 먹는다. ‘여기요’라고 부른 후 한참을 기다리게 만들어도 누구 하나 불평하는 사람이 없다. 산으로 통하는 초입인데도 속세와는 전혀 다른 인정이 넉넉하게 흐른다. “고기 썰 힘이 있을 때까지는 이곳을 지켜야지.” 음식 만드는 일을 평생 업으로 생각한다는 돼지 할머니가 또다시 가마솥 앞에 선다. 네 시간 동안 우려낸 돼지머리를 꺼내고 육수를 퍼내고, 지나는 등산객에게 인사를 건네고…. 30년 동안 북한산을 지켜온 진정한 고수의 모습으로 말이다.

Information 02-918-8198 | 05:00~21:00 | 주차 불가 | 순댓국 4000원, 족발 1만5000원

전통 있는 명가의 집합소
북한산 등산로 맛집 10

1손으로 밀고 빚고 예와손만두
후미진 골목에 있지만 물어물어 찾아오는 손님만으로도 문전성시를 이룬다. 올해로 문을 연 지 25년. 홍두깨로 밀고 빚은 만두 맛 소문은 이미 수유동을 넘어섰다. 칼국수 또한 손으로 직접 밀어 만든 면발을 이용한다. 밀가루와 콩가루를 적절히 섞어 반죽한 면발은 쫄깃함과 고소함이 인상적이다. 간장에 절인 고추로 만든 소스는 알싸한 매운맛이 일품.
02-905-9659 | 11:30~21:00(일요일 휴무) | 주차 불가 | 만두 5000원, 아롱사태수육 1만5000원

2잊을 수 없는 탁주 맛 산마루
단호박, 밤, 대추, 콩, 표고버섯이 고명으로 나오는 돌솥밥과 불고기 등의 스물다섯 가지 반찬이 한 상에 차려지는 ‘영양돌솥정식’이 주 메뉴. 1층은 한식당으로, 3층 테라스 공간은 카페로 운영한다. 가게 이름처럼 북한산을 조망할 수 있는 테라스가 인상 깊다. 산마루에 가면 잊지 말고 꼭 먹어봐야 하는 것이 바로 옥수수로 담근 동동주. 경상남도 진주에서 들여오는 동동주는 향과 맛이 일품이다. 특히 숙취가 덜해 애주가의 사랑을 듬뿍 받는다. 인심 좋은 주인 아주머니는 테이크아웃을 요청하는 손님을 위해 페트병을 준비해 놓았다가 담아주기도 한다.
02-904-9747 | 10:00~22:30 | 주차 가능 | 영양돌솥정식 1만원, 게장정식 1만9000원

3이것이 바로 개성식 개성해장국
해장국집이라는 이름을 걸었지만 이 집의 대표 메뉴는 코다리찜이다. 수유동 등산로에 자리한 코다리찜 음식점의 원조가 바로 이곳. 숙취 제거에 탁월한 효능이 있는 명태와 콩나물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는 별미다. 특히 양을 넉넉하게 내오는 편이라 코다리찜 하나면 세 사람도 너끈히 먹을 수 있다.
02-906-8740 | 07:00~22:00 | 주차 가능 | 코다리찜 1만7000원, 해장국 4000원

4상다리 휘는 한정식 대궐집
목재 인테리어가 주는 아늑함과 토속 음식의 감칠맛이 조화를 이룬다. 20여 가지 반찬이 나오는 ‘시골밥상’이 주 메뉴. 직접 담근 국간장으로 나물을 무쳐내고 여름에는 호박잎, 겨울에는 머위 잎을 쌈채소로 제공한다. 다섯 가지 젓갈과 밑반찬을 함께 내오는 젓갈정식도 인기다.
02-908-9002 | 10:00~22:00 | 주차 가능 | 시골밥상 9000원, 쌈밥 8000원

520년 전통 해장국집 샘터마루
백련사로 오르는 좁은 길가에 있어 단골이 아니면 쉽게 찾기 어렵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20년째 자리를 지키는 데는 분명 특별한 이유가 있을 터. 북엇국과 육개장 등 해장하기 좋은 메뉴만 단출하게 내기 때문에 아침 일찍 북한산을 찾은 등산객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진다. 음식점 옆에 계곡이 있어 운치를 더한다. 육개장과 북엇국 등 대부분의 해장음식이 4000원으로 10년째 같은 가격을 고수하고 있다.
02-902-6456 | 06:30~20:00 | 주차가능 | 육개장·북엇국 각 4000원

6쉬어 가는 전통 찻집 허공방
2000년에 작고한 사시행인의 유작을 전시하는 갤러리 카페. 사시행인은 그림과 시로 법문을 행했던 거사. 그의 작품 20여 점이 카페 벽면을 장식한다. 다양한 전통차와 꽃차 등이 준비되며, 차에 따라 각기 다른 다기를 내오는 등 주인의 마음 씀씀이가 정성스럽다.
02-919-8991 | 10:00~23:00(토요일 휴무) | 주차 불가 | 꽃차 4000원, 전통차 4000~5000원

7소박한 감자수제비 항아리집
감자가루 반죽으로 수제비를 만드는데 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고춧가루를 살짝 푼 얼큰한 맛이라 소주 한잔 곁들이기에도 좋다. 화학조미료는 전혀 사용하지 않고 소금 간만 해서 담백하다.  
02-943-2179|  08:00~20:00 | 항아리수제비 4000원, 도토리묵 7000원

8고소한 콩비지 청수만남
북한산 정릉지구 매표소 옆을 15년째 지키는 명소. 새벽부터 달걀프라이와 커피를 판매하고, 갖가지 해장 음식으로 등산객의 속을 든든하게 채워준다. 특히 직접 만드는 콩비지 맛은 그 고소함이 가히 일품.
02-942-6543 | 05:00~24:00 | 콩비지·해장국 각 4000원

9두부요리 전문 산장두부촌
노릇하게 부쳐낸 두부부침 한 접시와 콩비지 한 그릇이면 등산객을 위한 거한 한 상 차림이 완성된다.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두부요리 전문’이라는 콘셉트로 속을 든든히 채우려는 등산객의 걸음을 멈춰 세운다. 해장국도 맛있지만 두부요리를 권한다.
02-919-1599 | 10:00~22:00 | 주차 불가 | 두부부침 8000원, 콩비지 4000원

10평양냉면의 진수 한박사 갈비냉면
서울 유수의 냉면집에서 실력을 쌓은 조리장 한광옥 씨가 8년 전 야심 차게 오픈한 곳. 경력 20년차인 그가 숙련된 솜씨로 뽑아내는 면발은 쫄깃한 것이 일품이다. 한우 양지를 고아 걸러낸 육수 맛은 평양냉면 본연의 맛이다.
02-916-7680 | 11:30~22:00 | 물냉면·갈비탕 각 4000원

'이 또한 지나가리 > 방방곡곡 여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동네뒷산 봉화산(해발920m)  (0) 2008.08.14
우리나라 섬 여행  (0) 2008.07.30
전국맛집(개략)  (0) 2008.07.27
가볼만한 한적한 휴가지  (0) 2008.07.21
[서울] 남대문 갈치조림  (0) 2008.07.18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