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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현이기사

총쏘는 게임이 생명체라고?

無碍人 2014. 3. 10. 12:49

위키미디어 제공

하늘을 나는 글라이더가 연속해서 총을 쏘고 있다.

격자판 위에서 무한히 움직이는 이 패턴은 미국의 수학자 존 콘웨이가 개발한 생명게임으로 만든 인공생명체다. 인공생명체 하면 프랑켄슈타인 괴물이나 SF 영화 속 로봇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패턴이 인공생명체일까?

헝가리계 미국 수학자 폰 노이만은 인공생명에 대한 명확한 정의조차 없었을 1940년대에, 스스로를 재생산할 수 있는 컴퓨터 알고리즘만 만들어 낸다면 프랑켄슈타인 괴물과 같은 인공생명체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가 생화학적인 생명체가 아니라 컴퓨터 프로그램 상에서 인공생명체를 만들겠다고 주장한 것은 당시에는 DNA가 유전 물질이라는 것도 몰랐기 때문이다.

또한 프랑스의 수학자 르네 데카르트의 영향을 받아 생명을 일종의 기계로 보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데카르트는 살아 있는 생명체가 사실상 복잡한 기계와 다를 게 없다는 ‘기계론’을 주장했다.

결국 1948년 폰 노이만은 미국의 수학자 스타니스와프 울람과 함께 인공생명 연구를 시작했다. 이 두 명의 수학자는 생명을 장기판과 같은 수많은 격자 상의 공간에 위치한 코드로 보고, 몇 가지 규칙에 따라 움직이는 장치를 생각해 냈다. 이것이 바로 '2차원 세포자동자'다.

세포자동자란, 격자 칸 하나하나를 세포로 보는 일종의 모형이다. 세포들은 주변 세포의 상태에 따라 영향을 받아 일정시간이 지나면, 즉 다음 단계에 이르면 스스로 세포의 상태가 변하는 알고리즘을 따른다.

안타깝게도 폰 노이만은 병에 걸려 세포자동자 이론을 완성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그의 아이디어 덕택에 컴퓨터로 구현된 다양한 구조들이 오늘날까지 인공생명체로 불리게 되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컴퓨터 바이러스다.

사실 세포자동자에 대한 아이디어는 폰 노이만에 의해 1940년대에 나왔지만, 당시에는 학계는 물론 대중들에게도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존 콘웨이가 생명게임을 고안한 이후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미국의 과학 칼럼가 마틴 가드너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이라는 잡지에 생명게임을 소개하면서 이벤트를 걸었는데, 이것이 폭발적인 인기를 끈 것이다.

생명게임은 2차원 세포자동자의 일종으로, 초기값만 입력하면 정해진 네 가지 규칙에 의해 컴퓨터 상에 다양한 패턴이 만들어진다. 전혀 변화가 없는 고정된 패턴, 일정한 행동을 주기적으로 반복하는 패턴, 한쪽 방향으로 계속 전하는 패턴 등이다.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초기값에 따라 다른 패턴이 만들어진다는 걸 알고 있었던 존 콘웨이는 마틴 가드너의 기사에 이벤트를 걸었다. 세포 수가 무한히 많아지는 인공생명체를 만들거나, 반대로 이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밝히는 사람에게 상금을 주겠다고 한 것이다.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인공생명체 만들기에 뛰어들었고,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 학생이던 빌 가스퍼가 처음으로 조건을 만족하는 패턴을 만들었다. 그가 만든 패턴은 일명 ‘글라이더 총’으로, 끊임없이 총을 쏘는 인공생명체다.

빌 가스퍼가 고안한 ‘글라이더 총’의 초기값이다. 이 패턴을 이용하면 2, 3, 5, 7…처럼 소수만을 발생시키는 장치를 만들 수 있다. - 위키미디어 제공
빌 가스퍼가 고안한 ‘글라이더 총’의 초기값이다. 이 패턴을 이용하면 2, 3, 5, 7…처럼 소수만을 발생시키는 장치를 만들 수 있다. - 위키미디어 제공

생명게임은 수학과 컴퓨터 과학에도 큰 의미가 있다. 생명게임으로 만들어진 특정한 패턴을 이용하면 여러 가지 계산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컴퓨터가 수학문제를 해결할 때 사용하는 알고리즘의 문제 처리 방법과, 생명게임에서 나타는 특정 패턴의 움직임이 같기 때문이다. 생명게임으로 만들어진 패턴은 일정한 규칙을 갖고 움직이기 때문에, 세포 각각에 알고리즘을 짤 때 사용하는 AND, OR, NOT과 같은 연산자를 적용시키면 계산을 할 수 있다.

이밖에도 수학동아 9월호 특집 기사에서는 자기 복제가 가능한 인공생명체, 인공생명체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방법 등 인공생명체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기사출처 : 수학동아 9월호>

수학동아 조가현 기자 gahy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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