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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금병산(652m)-점순이 그리고 들병이... 본문

이 또한 지나가리/山·名山산행기

춘천 금병산(652m)-점순이 그리고 들병이...

無碍人 2019. 2. 12. 11:05

2019년 2월 9일 토요일 청명 아그들 10명


아그들방 소풍날이다.

겨우내 따뜻했는데...

날잡으니 춥다고...영하의 날씨가 신경 쓰이지만 청명한 하늘이 반갑다.

웃고 떠들고 동심으로 돌아간 춘천행 전철은 설렘으로 어느새 봄이다.

여러번 다녀 갔는데...

내 블러그 기록은 2014년이다.

그때 금병산을 다녀와 김유정 단편 20여편을 찾아 읽었는데...다시 복기해본다.

그때보다 더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실레(중리)마을은 온통 김유정 덕으로 사는거 같다.

하긴 전국의 문학인들은 성지 처럼 다녀 갈테니....

(이하 2014년 1월15일 산행후기 수정보완)


금병산(652m)은 춘천 중앙고속도로가 지나는 원창고개에서 남서쪽으로 뻗어올라 춘천시내와 신동면 일대를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산으로 건너 삼악산과 달리 전형적인 육산이다.

특히 금병산이 떡시루처럼 품고있는 실레(중리)마을은 30년대 한국 소설의 꽃 김유정의 고향이며 마을 전체가 김유정 소설 작품의 무대로

김유정의 30여편의 단편중 12편이 이 실레 마을에 실제로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로 전해진다.

김유정은 1908년 태어나 유아기때 서울로 이사하여 재동 초등학교를 거쳐 휘문고보, 연희 전문 학교에 입학했으나 당대 최고 명창

박녹주에 빠져 학교에 결석이 잦아 제적당하고......

고향인 실레 마을에 내려와 2년여간 '금병의숙'이라는 야학 활동을 하다가 서울로가 1933년부터 38년 죽을때가지 짧은 5년동안

30여편의 주옥같은 소설을 발표하여 당대 최고의 작가 반열에 올랐다.

그의 조부는 실레마을의 대부분의 토지를 소유한 부자였다.

다섯째 누이의 실레마을 과수원에서 요양을 하며 끝까지 붓을 꺽지 않았던 그는 스물아홉 젊은 나이에 폐결핵으로 요절한 천재다.

그의 탁월한 언어 감각은 재미와 감동이 지금에도 손색이 없는 작품으로 우리곁에 영원히 살아있는 이야기 꾼이다.

김유정역은 옛 신남역을 남쪽으로 조금 이동하여 새로 지은 역사로 말끔하게 단장돼 찾아오는 이들을 반기고...

역사에서 나오면 "봄봄"의 무대 점순이네 집이 정면 좌측으로 있고 유정이 야학을 하던 '금병의숙' 느티나무가 보인다.

늘 내외만 하던 점순이가 주인공 '나'를 꼬시던 그 마당을 기웃거리고...

 

"밤낮 일만 하다 말 텐가!" 
하고 혼자서 쫑알거린다.

고대 잘 내외하다가 이게 무슨 소린가, 하고 난 정신이 얼떨떨했다.

그러면서도 한편 무슨 좋은 수가 있나 없는가 싶어서 나도 공중을 대고 혼잣말로, 
"그럼 어떡해?" 하니까, 
"성례시켜 달라지 뭘 어떡해." 
하고 되알지게 쏘아붙이고 얼굴이 빨개져서 산으로 그저 도망친다. 

 

점순네 집 앞으로 점순네 닭갈비가 먼저 눈에 들어 씁쓸 하지만 현실 세계는 또 사는 방법이 있으니....

금병 초등학교 뒤로 "산골나그네"의 덕돌이내 주막이있고 주막에 흘러 들어온 열아홉 나그네 들병이가 병든 남편을  숨겨둔

물레 방앗간이 개건너(川)에 바라다 보인다.

나그네가 남편을 재촉해 도망치던 장면이 눈에 선해 눈시울을 붉히고...

 

 "아 얼른 좀 오게유."
똥 끝이 마르는 듯이 계집은 사내의 손목을 겁겁히 잡아 끈다. 병든 몸이라
끌리는 대로 뒤툭거리며 거지도 으슥한 산 저편으로 같이 사라진다.
수은빛 같은 물방울을 뿜으며 물결은 산벽에 부닥뜨린다. 어디선지 지정치 못할
늑대 소리는 이산 저산서 와글와글 굴러 내린다.

 

금병초등학교를 지나면 작품 "솥"에서 근식이가 들병이 꾐에 빠져 자기집 솥을 훔쳐 나오던 근식에네 집을 지나 "만무방"에서 응오가 자기집

벼를 훔치다 자기집에 얹혀사는 형 응칠이에게 붙잡히던 수아리 다락논이 있다.

남의집 소작농으로 살아가는 응오가 자기논의 벼를 훔쳐야하는 그 시절 민초들의 삶이 가슴저린다.

우리말 '만무방'은 염치가 없이 막된 사람이라는 뜻으로 일제 감점기 소작농들의 삶이 어땠는가 미루어 짐작할수 있다.

 

"성님까지 이러케 못살게 굴기유?"
제법 눈을 부라리며 몸을 홱 돌린다. 그리고 늣기며 울음이 복바친다. 봇짐도 내버린 채
"내것 내가 먹는데 누가 뭐래?"
하고 데퉁스러히 내 뱃고는 비틀비틀 논 저쪽으로 업서 진다.
형은 너머 꿈속 가태서 멍허니 섯을뿐이다.

 

응칠이 송이 따 먹넌길을 지나 수아리 저수지위로 금병산 마루금에 들면 작품"산골"에서 도련님이 이쁜이와 만나던 수작골이다.

 

"난 안데려가지유!"

하고 애원 못 한것도 아니니 공연히 눈물부터 앞을 가렸고 도련님이 놀라며

"너 왜우니? 여름에 꼭 온다니까,어여 들어가라"

 

춘향이와 이몽룡이 헤어지던 오리정의 한장면같다.

부잣집 도련님과 종의 자식 이뿐이의 사랑 그리고 이뿐이를 좋아하는 석숭이....

슬픈 사랑 이야기지만 가슴은 훈훈해지고

이내 가파른 마루금을 오르기전 "소낙비"의 춘호처를 만난다.

춘호는 노름자금 2원을 구해오라고 열아홉살 마누라를 닥달하고...순진한 열아홉 시골 아낙이 이 가혹한 현실에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이 시절 민초들의 슬픈 삶이 회화적으로 그려진 작품이다.

춘호처가 열심히 살며 도라지 더덕을 캐던 그  비탈길에서 우리 어머니들을 그리워한다.

 

가물에 콩 나기로 어쩌다 도라지 순이라도 어지러운 숲 속에 하나 둘 뾰족이 뻗어오른 것을 보면 그는 그래도 기쁨에 넘치는 미소를 띠었다.

때로는 바위도 기어 올랐다. 정히 못 기어오를 그런 험한 곳이면 칡덩굴에 매어 달리기도 하는 것이었다.

땟국에 절은 무명적삼은 벗어서 허리춤에다 꾹 찌르고는 호랑이 숲이라 이름난 강원도 산골에 매어달려 기를 쓰고 허비적거린다.
골 바람은 지날 적마다 알몸을 두른 치맛자락을 공중으로 날린다.

그제마다 검붉은 볼기짝을 사양 없이 내보이는 칡덩굴이 그를 본다면, 배를 움켜쥐어도 다 못 볼 것이다. 마는

다행히 그윽한 산골이라 그 꼴을 비웃는 놈은 뻐꾸기 뿐이었다.

 

춘호처와 작별하고 작품"가을"에서복만이가 계약서 쓰고 소장수에게 아내 팔아먹고 넘었다는 고갯마루에서 한숨돌린다.(12:20)

한 마을에 같이 살다가 팔려 가는걸 생각하니 도무지 남의 일 같지 않아 공동 묘지까지 전송 나간 것도 나였다.

내 등뒤에 섰는 복만이는 잘 가라는 말 한 마디조차 하지 않아 여간 밉지 않았다.

여태껏 굶어 죽지 않은 것은 상냥한 그의 아내 덕택이었는데도 말이다.

소장수는 신세 많이 졌다며 인사를 하고 가다가 돌부리에 채어 넘어져 다시 일어나 가고 복만의 아내는 벌써 산 하나를 넘었다.

 

김유정 소설속 여자 주인공은 모두 열아홉 내외 어린 아낙이다.

맞고 팔리고 사랑에 울고 그래도 강하다.

산골 나그네의 나그네가 병든 남편을 지키며 들병이가 됐어도 강한 아내였고,

매 맞는 춘호처가 그렇고,도련님을 사랑한 이뿐이가 그랬고 팔려가는 복만처가 그랬다.남편과 가족을위해 몸을 던지는 강한 여자다.

김유정의 여자 점순이는 적극적인 여자다.

봄봄의 점순이나 동백꽃의 점순이가 그렇다.

봄봄의 점순이는 묵묵히 일만하는 "나"에게 성례 시켜달라하라고 은근히 압박하고...

동백꽃의 점순이는 소작농인 나에게 악동처럼 굴며 문득문득 사랑의 감정을 감추지 않는 여자다.

가혹한 삶이지만 세상이 변하고 있을 즈음에 시대상이 엿보인다.

작품"동백꽃" 점순이를 보자

 

“그래 그래, 인젠 안 그럴 테야.”
“닭 죽은 건 염려 마라. 내 안 이를 테니.”
그리고 뭣에 떠다 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퍽 쓰러진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폭 파묻혀 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점순이의 노골적인 사랑 놀이가 흐믓하다.

춘천에는 동백꽃이없다 위도상으로 상록 활엽수인 동백꽃이 살 수 없다.

더군다나 노란 동백꽃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유정의 소설속 동백꽃은 이지역에 많은 봄철에 산수유처럼 노랗게 피는 생강나무를 동백꽃이라 한다.

지난해 봄 건너 삼악산을 오를때 지천으로 피어있던 생강나무가 생각이난다.

이 지역 산에 많이 자생하는 나무다.

금따는 콩밭길을 지나며 원초적 물욕에 잠시 혼미해 지지만 이내 금병산 정상에 서고(13:00)

금병산은 '진병산'이라고도 하는데 임진왜란때 '을미의병''정미의병'의 군사들이 진을 쳤다하여 그리 부른다.

금병산에 오르면 춘천 시가지가 정면으로 보이고 우측으로 대룡산(899m)으로 대변되는 대룡산군이 그리고 오봉산군이 정면으로....

좌측으로는 삼악산군이 춘천댐옆 삿갓봉(716m),검봉산(530), 삼악산(654m)이 춘천시를 에워싸고있다.

금병산의 아기장수 전설은 김유정의 미완성 작품(두포전)으로 유정이 세상을 떠난후 동화작가 '현덕'이 뒷 부분을 완성했다.

 

장수골 늙은 양주
착하게 살아

마나님 용 꿈꾸고
노승에게 아들 얻어

두포는 효성 깊고
맹호 같아서

칠태가 해 하려도
당할 수가 없구나

아-- 두포 두포
날개 잃어도 덕 갖춘 태자

       -두포전- 날개 잃어도

 

위는 김유정의 소설을 노래로 부른것이다.

금병산 아기장수 이야기는 인천 철마산,홍천 백우산의 아기장수 전설과 내용이 유사하다.

다만 유정이 미완성한 작품으로 동화작가 현덕이 동화로 완성하면서 해피엔딩으로 끝나게 된게 다르다.

김유정 소설속 들병이는 병에 술을 담아 팔러다니던 무능한 남편이 있는 아낙들로 홍천에서 실레 마을로 넘어와

술과 웃음을 팔던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손에 술병을 들었다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쉽게 말해서 이동식 술집이다.

봄비에 젖은 배꽃처럼 싱그럽고 화사한봄날 길손이 다니는 길목에, 예의 술과 안주를 들고 있다가 출출하거나 목이 컬컬한 사내를 불러들여

술과 몸을 파는 것인데 길가 풀숲에 치마를 펼치면 바로 침실이 되는것이다.

욕심을 채운 사내는 떠나고 아지랑이 하늘거리는 들녘에 누워, 자신을 처지를 한탄하던 들병이들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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