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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리 부부 산방
바람/바람/ 바람의섬 한라산 백록담 본문
2020년 11월 8일 일요일 청명 아그들 6명
한라산이다.
지난밤 술꾼 친구들이 술 참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덕분에 청명 하늘에 발걸음도 가볍다.
수백 명이 출발한 성판악 아침은 여느 새벽 시장처럼 부산하다.
코로나 시대라 마스크는 필수, 거리 두기 2m, 잘 지키고 있다.
젊은 60대, 우리 친구들 준비는 꼼꼼히 출발도 더듬더듬 늦다.
일단 출발하고 수년 전 그냥 지나친 사라오름이 궁금해 마음이 급하다.
발 빠른 송배 친구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젊은 산꾼을 제치며 앞으로 나간다.
속밭대피소에 이르러 수십 명의 선두팀을 모두 제치고 선두다.
오랜 홀산 경험이 무리에 끼어 함께 하는 산행은 버겁다.
선두로 나 가거나 아니면 다 보내고 뒤에 서거나...
그러나 뒤에 서는 건 자충수인 경우가 많다.
앞서간 산님들을 계속 추월하다 보면 종일 무리 중에 있다.
사라오름!
물 한 방울 없다.
지난 여름 긴 장마 중에 사라오름 푸른 물이 궁금해 당일치기 한라산 산행에 나섰다.
그러나 ,
열심히 준비했는데 제주 도착하자마자 성판악 코스, 입산 금지라 윗세오름 바람만 마중하고 갔다.
오늘 황량한 호수 저편에 태양빛이 찬란하다.
또 와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
꼭 저 호수의 푸른 물을 보리라
물 먹으러 온듯한 노루 형제는 저만치 호수만 바라보고 우리도 황량한 호수에 인증숏만 남기고 돌아선다.
진달래 대피소에서 후발팀 친구들과 합류하고 마지막 오름을 오른다.
끊임없이 바다에서 만들어진 구름이 산허리를 감싸는데 정상부는 청명하다.
백록담!
역시 물이 없다. 한 방울도... 노루도 없다.
오직 바람! 바람! 바람!
일찍 도착한 송배와 나는 온전히 바람과 맞서고
시차를 두고 올라온 친구들이 인증샷 하는 동안 동태가 된다.
견딜 만큼 견뎠다 싶을 때, 탐라계곡 을 향해 내달린다.
마음이 급해서도... 시간에 쫓겨서도 아니다.
언몸을 녹이기 위해서다.
다행이다.
용진각 대피소까지 급경사 내리막이...
난 코스였는데 데크 시설이 잘돼 있어 고속도로다.
용진각 대피소가 있었던 너른 데크에 자리를 편다.
새벽에 내가 열심히 익힌 햇반과 족발, 파김치로 허기를 달랜다.
삼각봉 대피소 까지 넉넉히 걷다가 드디어 탐라계곡이다.
예상대로다.
비 와야 폭포 비와야 계곡 아니던가?
화산섬 제주만의 매력이다.
우리가 바라보는 곳에
아름다움이
우리가 머무는 곳에
기쁨이
우리가 함께 하는 곳에
행복이♡♡♡
@. 산행코스
성판악-사라오름-진달래대피소-백록담-용진각-삼각봉 대피소-탐라계곡-관음사
(8시간, 23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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