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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또한 지나가리/山·名山산행기

내 설악 그 품으로..(오색-대청-중청-소청-봉정암-오세암-영시암-백담사)

無碍人 2021. 10. 26. 11:53

2021년 10월 23일 일요일 맑음 환춘이랑

 

오색의 새벽은 부산하다.

열이레 달이 처연히 밝고 아직 이른 추위지만 옷깃을 자꾸 여미게 하는 바람이 차다.

수천쯤 될 산님들이 설악의 단풍을 맞으러 모였다.

굳게 닫힌 철문 앞엔 발 디딜 틈도 없다.

가까스로 차지한 자리에 두 발을 모으고 철문이 열리길 기다려 어둠 속으로 몸을 마낀다.

산님들의 거친 숨소리와 스틱과 바위가 부딪히는 둔탁함이 고요를 깨운다.

선두로 치고 나가지 못하면 산님들 엉덩이를 바라보며 내내 올라야 한다.

군중 속 산행의 불편함을 알기에 젖 먹던 힘까지 동원해 초반 속도를 올려 스무 명 정도의 선두 그룹에 선다.

후미와는 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대청에 오른다.

5km, 2시간 20분

오전 5시 20분이다.

오늘 대청봉 일출이 6시 40분

1시간 20분을 버텨야 한다.

다행히 바람은 없다.

산님들이 모여들기 전 표지석에 인증샷하고 바람이 없는 바위틈에 몸을 의지하며 일출과 후미에서

오는 친구를 기다린다.

10분도 안돼 온몸이 사시나무 떨듯 떨리고 저절로 이가 마주치는 소리를 낸다.

바람은 없어도 대청 날씨는 영하권이다.

이틀 전 내린 첫눈이 낮에 녹아 얼었다.

동해쪽 하늘엔 어느새 해무가 짙게 드리우고 오늘 설악은 일출을 보여 주지 않을 거 같다.

견디기 힘든 추위에 정상에서 기다림을 포기하고 중청대피소로 피난을 결정한다

대피소에서 흠뻑 젖은 내피를 갈아입고서야 추위로부터 벗어난다.

겨울 산행

특히 늦가을부터 초겨울 산행은 보온에 신경 써야 한다.

아예 한겨울은 보온만 하면 되지만 이때는 지나치게 보온에 신경 쓰다 보면 땀으로 온몸이

젖고 젖은 몸이 화를 부른다.

얇은 옷을 여러 벌 준비해 벗었다 입었다 반복해야 한다.

하절기 잊고 있던 동절기 수칙을 깨우쳤다.

오늘은 아니지만 이제 배냥에 아이젠도 필수로 준비해야 할 때다.

 

봉정암은 해발 고도 1244m 설악산 가장 높은 곳 기암 절벽 아래 있다.

남설악 오색에선 대청을 넘어야 하고,외설악 설악동에선 천불동 계곡을 지나거나 마등령을 넘어야 한다.

내 설악 백담사에선 수렴동 계곡 급한 물살을 거슬러 해탈고개에서 숨이 깔딱 넘어가야 하고,

영시암 오세암에서 108배를 올려야 한다.

세상 번뇌 다 내려 놓고 마지막 불자의 길이라면 용아장성 암릉을 넘으면 거기가 봉정암이다.

봉정암 대웅전엔 부처가 없다.

부처님 뇌사리가 봉안된 불뇌보탑(5층석탑)이 있다.

부처님 뇌사리를 모셨으니 대웅전에 부처를 따로 모실 필요가 없다.

불뇌보탑은 기단석이 없다.

용아장성의 자연 암반이 기단석이다.

좌측으로 용의 이빨이라 불리는 용아장성과 우측으로 공룡이빨이라 불리는 공룡능선의 억센

기를 눌러 불국정토를 만들려 했으니 용아와 공룡의 급소에 부처의 뇌사리를 모셔

설악의 기를 눌렀다.

 

봉정암에서 오세암 가는 길은 고만 고만한 고개를 다섯번쯤 오르락 거려야 한다.

내설악의 단풍은 절정을 치닫고 있다.

500년전 그리고 100년전에도 이 길엔 사람이 있었다.

세상에 실망한 매월당이 있었고 입 하나 덜어 보려 절간에 머슴 살러온 만해도 있었다.

그 들이 걸었던 그 길을 오늘 나는 호기심 가득 내 삶의 후반전을 이길에 그린다.

 

어느 시인이

다시 연애를 하게 된다면

술집 여자하고 눈 맞아야지

가끔은 목욕바구니 들고 조조 영화 보고

비 오는 날 가면 문 닫아 걸고

밤새 말없이 술 마셔 주는 여자와....

 

한마디로 편한 여자 만나고 싶다

그말을 이렇게 돌려 한거 아닌가

내가 다시 연애를 한다면

내가 설악산 가자 하면

유럽여행 가려다 말고 따라 나서는 여자와...

난 설악이 좋다

내 감성 80%를 키워준 지리산 보다 더 좋다.

 

코나19 비대면 1년 5개월

설악산 만 6번째다.

이렇게 단기간에 설악을 자주 찾은적이 없다.

친구가 설악산 갈 건데 가장 좋은 코스 추천을 부탁한다.

내 답은

설악 모독하지마라

설악산에 가장 좋은 코스는 없다.

내 체력과 시간에 맞는 코스가 있을 뿐이다.

 

1. 산행코스

   오색탐방지원센타-설악폭포-대청봉-중청대피소-소청대피소-봉정암-오세암-영시암-백담사

   (20.4km, 10시간)

 

@. 교툥편

     사당역 반더룽산악회 금요무박

 

2. 산경표

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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