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리 부부 산방
여수랑..순천이랑...놀자(번암지교/蟠岩之交) 본문
2022년 11월 26~27일 맑음 번암 지교 31명
유년의 기억 속에 생생한 교훈 한 가지가 있다.
짧은 겨울 해가 다 지도록 친구와 놀다 들어와 군불을 지피는 엄마 곁에서
쫑알쫑알 친구와 있었던 일을 말하고 있었다.
그 나이 또래 아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언 손발을 이쪽 저쪽 아궁이 앞에서 녹여 주던 엄마가
내 말을 듣고 하신 말씀이다.
"그래 엄마 팔아 친구 사는 거란다"
그때 그 말 뜻을 이해 못 했다.
아직은 엄마가 내 우주였던 나이인데
그 엄마를 팔아 친구를 사는 거라니???
엄마 입장에서도 당신으로부터 떨어져
슬슬 관계를 넓혀가는 아들이 섭섭해서였음은 내가 엄마 나이 되고 알았다.
그리고 그 말
"부모 팔아 친구 산다"가
엄연한 우리 속담이라는 것도 아주 오래 뒤 어른이 되고 알았다.
그리고 이제야
그 말 뜻이 실감 나, 공감으로 다가온다.
우리는 오늘 부모 팔아 친구 사러 간다.
대부분 부모가 곁을 떠난 나이가 돼
친구 따라 강남을 간다.
여행은 풀랜, 진행, 먹거리, 그리고 날씨까지 완벽했다.
탄탄한 기획과 완벽한 진행, 맛난 음식, 더없이 청명하고 포근한 날씨까지...
40년 전 군사 정부 시절
선견지 견학이라는 연수 프로 그램이 있었다.
직장이나 마을 단위에서도 흔했던 견학과 여행을 겸한 프로그램이다.
아직도 농촌이나 공무원 사회에서는 존재하는 것 같다.(그때와 다르겠지만)
기획부터 진행까지 상의하달 상명하복이 근간이다.
연수자(여행자)의 의견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완벽하게 프로그래밍된 매뉴얼 따라 진행하는 군사문화의 전형이었다.
그래도 그 연수 프로 그램이 근로자나,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농어민들에게는 한가닥
숨통을 열어주는 요즘 말로 하면 힐링코스였다.
"나를 따르라", "돌격 앞으로", "하면 된다"는
구호가 난무하던 시절에 안성맞춤의 연수 여행 프로였다.
그때처럼 완벽하게 기획된 여행이다.
우린 그 시절을 지났고 그런 분위기에서 교육받았다.
중학교 때, 교훈인지 구호인지 기억은 안되지만 차유황 교장 선생님이
강조하던 구호가 "하면 된다"였다.
그 친구들에게서
또 깨우치고 배웠다.
복고풍의 여행이 불편할 수 있지만
참고, 견디고, 따르고, 내색하지 않음을...
이런 게 나잇값이다.
친구들이 존경스럽다.
5년 동안 마음고생 심했을 집행부 친구들에게 감사하다.
동창회를 이끄는 것은 봉사다.
그것을 묵묵히 해준 친구들께 경의를 표한다.
새로운 집행부가 출발한다.
동창회를 동창모임으로 바꾼다는데 그게 뭐가 다른지 감이 안 온다.
앞뒷문이 다 열린 게 동창회라면 앞뒷문에 경비 세우는 게 동창 모임인가?
새로운 친구들이 잘 기획하면 따르면 되겠지
내 친구 모환춘이 나를 이렇게 표현한다.
"숫돌에 잘 갈아 날이 시퍼렇게 선 칼 한 자루"라고...
정확한 표현이다 나도 공감한다.
그 나를 내가 잘 알기 때문에 난 어느 모임에서나 리더를 하지 않는다.
언제, 내 그 시퍼런 칼날에 누가 마음 다칠지 모르니 최소한 내 나름의 안전장치다.
새 집행부를 구성하는 모임에서도 그 시퍼런 칼을 칼집에서 뽑아 들 뻔했다.
다행히 도로 집어넣긴 했지만,
시 샛말로 호박이라도 찔렀다면, 또 어느 친구가 마음을 다쳤을지 모른다
나도 모르게...
'래옥아! 너 나이가 몇 갠데 아직도 그 모양이니' ㅉㅉ
1. 여행경로
용산-남원 ktx
여수 돌산 갈치야 점심
향일암 답사
오동도
동백회관 저녁
해상 케이블카-여수 밤바다.
해리 펜션 (동창회 새벽 큰 끝 등대 트레킹)
해장국집
순천 국가정원 탐방
순천만 명품식당(꼬막정식)
남원 광한루원
남원역-용산 ktx
2. 번암지교
서경회
김나연, 김태용, 모철환, 모 환춘, 박석동, 배병선, 서송배, 양옥선, 이영철,
이용환, 장은아, 장은옥, 장창국, 정 다남, 조래옥
남원
강석기, 강승기, 배영숙, 장기수, 장승연, 양영식
전주
김달재, 배종순, 서기수, 소윤옥, 신향자, 이춘안, 장경애, 장 백화, 최홍식, 황인태(31명)
@. 번암지교(蟠岩之交) ?
번듯한 외양은 아닐지라도 바위처럼 든든한 친구
(배병선 친구가 만든 신조어)
사진은 친구들이 단톡방에 올린 것을 편집해 올렸습니다.
저작권은 없고 불편한 사진은 내려 드릴 수 있습니다.
언젠가 이 사진첩 함께 펼쳐 볼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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