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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현이기사

뱀 수학을 사로잡다.

無碍人 2013. 6. 13. 08:16



안녕? 나는 12년 만에 생일을 맞은 뱀이야. 2013년도는 뱀의 해라고 해서 다들 나에게 많은 관심을 가지더라구. 특히 땅꾼들은 비싼 값에 팔기 위해서 겨울잠을 자고 있는 데도 날 찾아다니고, 나를 신으로 모시는 사람들은 내가 집을 나갈까 봐 노심초사 하고 있지.
그런데 최근 들어 부쩍 나에게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있어. 바로 수학자들이지. 수학자들은 왜 나한테 관심을 갖는 걸까?



뱀은 혐오동물 중 하나지만, 지혜를 가진 신령스러운 동물로 손꼽힌다. 옛 우리 선조들은 몸뚱이 전체가 한 번에 허물을 벗는 모습을 보고 뱀이 초능력을 발휘한 것으로 믿었다. 이런 뱀의 능력을 신통하게 여겨 재물을 관리하는 신으로 모시기도 했다. 대개 집집마다 뒷마당 장독대에 숨어사는 구렁이를 키웠는데, 이를 ‘업’이라는 신으로 섬겼다. 구렁이가 집밖으로 나가면 집이 망한다고 걱정할 정도였다.

뱀이 허물을 벗는 모습을 보고 관심을 가진 또 다른 사람은 수학자들이다. 몸을 둘러싸고 있는 비늘을 어떻게 한꺼번에 벗어낼 수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사실 뱀의 비늘은 전체적으로 한 장으로 돼 있다. 따라서 정상적으로 탈피하면 허물은 조각난 부분이 없이 한 장으로 이루어진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수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뱀은 비늘이 얇은 쪽부터 몸집이 커진다. 뱀의 비늘은 2겹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몸이 자라면서 둘 중 안쪽 비늘이 함께 성장해 기존에 있던 비늘을 밀어내며 허물을 벗는다. 그런데 뱀은 몸이 먼저 자라고 이후에 비늘이 자란다. 즉, 외부를 둘러싸고 있는 비늘보다 안에 있는 몸통이 먼저 커지는 것이다. 그 결과 비늘은 자연스럽게 한쪽 방향으로 구부러지면서 나선형으로 자라게 된다. 만약 비늘이 일자로 곧게 생기면 뱀이 비늘을 빠져나오기 힘들어 군데군데 구멍을 내야 한다. 하지만 나선형인 덕분에 한꺼번에 몸을 바깥으로 빼낼 수 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은 뱀의 비늘에서 볼 수 있는 나선이 그 유명한 아르키메데스 나선이라는 점이다.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 아르키메데스는 당시 그리스의 3대 난제였던 ‘원과 넓이가 같은 정사각형의 작도’와 ‘임의의 각을 삼등분 하는 작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을 연구했다. 그 결과 평면에서 같은 시간 동안 일정한 속도로 회전했을 때 그려지는 곡선을 발견했다. 이것을 아르키메데스의 나선이라고 한다.








뱀은 긴 몸을 꿈틀거리며 옆으로 미끄러지듯이 움직인다. 이런 특이한 뱀의 걸음걸이는 일찍이 과학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미국 조지아공대 데이비드 후 교수팀은 비교적 작고 온순한 뱀인 퍼블란 밀크 스네이크를 마취시킨 뒤, 뱀의 몸통을 앞, 뒤, 옆으로 기울여 각 방향의 마찰력을 측정했다. 그 결과 앞 방향의 마찰력이 가장 작았고, 옆 방향이 가장 컸다.

뱀은 이동을 하기 위해서 근육을 수축하고 이완하기를 반복하는데, 이때 마찰력이 큰 몸통의 옆쪽이 제동장치의 역할을 해서 머리와 꼬리가 먼저 움직이고 나중에 몸통이 움직이게 된다. 그 결과 S자 모양의 사인곡선 형태로 이동한다.

실제로 대부분의 뱀이 지나간 자리를 보면 사인곡선이 그려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뱀의 이런 이동방식은 수영을 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파도를 따라 사인곡선으로 이동하면, 이동하는 데 쓰는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

그런데 특정 지역에 사는 뱀은 사인곡선이 아니라 다른 형태로 이동하기도 한다. 주로 모래땅에서 사는 뱀은 일반적인 뱀과 반대로 이동한다. 먼저 머리와 꼬리를 지지대로 쓰면서 몸통을 옆으로 미끄러뜨린다. 다음에 머리와 꼬리를 몸통 쪽으로 당겨 이동한다. 이 때문에 쉽게 모래를 판다. 한편 사막에 사는 한 방울뱀은 나선형으로 이동한다. 뜨거운 모래와 닿는 걸 가능한 줄이기 위해서 용수철처럼 몸을 감은 뒤 이동하는 것이다.

이처럼 과학자들이 뱀의 이동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뱀의 이동 원리를 이용해 로봇을 만들기 위해서다. 실제로 뱀의 긴 몸과 사인곡선으로 이동하는 것을 이용해, 나무나 기둥을 기어오르는 로봇이 이미 개발되었다. 이 로봇은 바퀴로봇이 갈 수 없는 좁은 공간이나 기둥 위를 올라갈 수 있어 수색이나 구조작전, 폭발물 탐지 등에 쓰인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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