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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또한 지나가리/山·名山산행기

홍천 가리산(1051m)

無碍人 2014. 2. 5. 10:25

2014년 2월2일 일요일 비온후 연무 천사랑

 

어제는 겨울비가 장마비처럼 내렸다.

지난해 4월에 결혼한 울 딸네미 지난 추석과 설날 꼭 가야하는 것 처럼 시댁에 다녀 오는 것을 지켜본 애비 마음이 대견 하면서도 착찹하다.

짐 많다고 딸네미 공항에서 호출하여 아이들을 데려오고....

시댁 가기전 선언한 1년동안 부부가 직장 그만두고 가겠다는 '세계일주'라는 화제로 맥주 한잔 앞에 놓고 마주 앉았다.

시댁 가서도 똑 같은 선언을 했다고....

시 어른들 반응도 비슷하다.

'결정하고 통보한게 아니라 계획을 알려줘 고맙다는....'그 쪽 어른들 반응에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아이들의 당차고 진솔한 이야기에 나는 자꾸 '만약에...' '만약에...' 하면서 일어나지도 않은 염려를하고...이런 내가 싫다.

'시어른 의견을 기다려보자' '다른 대안을 생각해보자' 하며 또 어정쩡한 결론으로 서둘러 마무리하고....쫒아내 듯 아이를 돌려 보내고 둘만 남는다.

울 천사는 나보다 훨씬 쿨 하다. 자꾸 말리지 말란다. 자기도 한번 해보고 싶은 일인데 아이들이 자랑 스럽다고 한 술 더 뜬다.

결론 내기 쉬운 일은 아니다. 아이들 인생이 걸린 문제인데....

 

많은 비가 내렸다

오늘 아침까지도 안개비가 계속 내리고...홍천군 두촌면 가리산에 이르는 춘천고속도로는 온통 겨울비에 흠뻑 젖어있다.

누군가 겨울비를 '남자의선택'이라 했다는데....어쩌다 유리 창안에 노래하는 소녀를 봤다 하더라도  소녀의 뜰에서 서성일 수 밖에없는...

다른 곳을 쳐다보는 겨울 나무처럼....시인 박남준은 겨울비를 "눈 되지 못하고 눈 되지 않고 ..."라고 노래했다.

이계절이 선택한 것 이다. 봄 오는 길목에 마중물처럼....

가리산 휴양림 산막촌을 지나 큰장구실골에 이르는 계곡은 어제 내린비로 이미 봄이 성큼 다가온 듯 졸졸 물흐르는 소리가 눈녹는 소리와 더불어

합창을 하고... 내린 눈은 다 녹았는데 녹은 눈이 살짝 얼어 등로는 빙판이다.(09:40)

안개비는 살살 이마를 간지르고 잔뜩 물먹은 생강나무는 금새 터질듯 힘겨워한다.

하늘을 찌를 듯 쭉쭉 뻗어 상승감이 최고인 낙엽송이 물먹어 물내음 향긋하고 숲 여기저기 옛 사람의 삶의 흔적이 보인다.

여기에 터전을 이루고 화전밭에 목숨을 의지하며 살았을 사람들의 숨소리가 들리는듯...

가섭고개까지 등로에 눈은 없는데 내린비와 녹은 눈이 얼어 빙판을 이루고 가볍게 상쾌하게 가섭고개에 선다.(10:40)

가삽고개라고도 하는데 이고개의 이름이 부처에게 출가한 그 가섭존자에서 온 이름이 맞는지 잘 모르겠지만 가리산의 대표적 상징물인 큰바위 얼굴

과 연리지로 봐서 불자 가섭과 연관지어도 괜찮을듯 해서 새로운 상상을 해본다.

가섭은 부처에게 출가한 제자로 가섭은 전생에 단금사였다.

사대부중이 탑안에 부처를 모셨는데 부처님 상호에 개금한 부분이 약간 손상이 있어 어떤 가난한 여인이 금구슬을 가져와 가섭에게 개금을 부탁한다.

이를 인연으로 가섭과 여인은 "육체 관계없는 부부가 되자"고 서원한다.

신실한 개금불사의 공덕으로 91겁동안 부처의 몸이 금빛이였고 가섭은 하늘나라에 태어나 하늘의 복이 다 한 다음 중인도 마갈타국 바라문집에

가섭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난다.

"가섭"을 한자로 음광승존(飮光勝尊 광명을 머금은 수승한존자)라 하는데 금빛에 의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가섭은 전생의 서원대로 부인과 육체 관계 없이 부인을 정법으로 이끄는 인연을 보여 남녀 사랑의 한 지평을 열었다.

탓나한 스님은 "몸이 가까워 진 다고 마음이 가까워 지는것은 아니다" 비구와 비구니가 공동체 생활을 하는 회상에서 늘 이야기 했다.

부부라는 이름으로 한둥지에 살며 늘 몸을 맛대고 살지만 마음은 천리에 있는 부부가 있는 것에 비하면 몸은 멀리해도 마음이 통하는

부부가 어쩌면 이시대에 필요한지도....

나이들어 서로 데면데면 해 지는 부부 사이 몸도 멀리 있고 마음도 멀리 있다면 그것이 지옥이다.

다행히 천사와 나는 몸도 마음도 늘 함께 하며 한곳을 바라보고 있으니 늘 천사에 감사 하다.

 

가리산(加里山1051m)은 그 생긴 모양이 곡식을 쌓아둔 낟가리 모양이라 하여 가리산이라 하며,백두산에서 지리산으로 이어지던 백두대간이

오대산의 두로봉에서 서쪽으로 가지를 쳐 한강기맥을 이루고 한강기맥을 일군 산줄기는 불발현과 구목령 부근 (삼계봉,청량봉)에서 또 다른 산줄기를

만들어 남한강과 북한강으로  이어진다.

삼계봉(1065m)에서 남동쪽으로 가지를 쳐 태기산, 덕고산, 봉화산, 풍취산, 매화산, 치악산, 감악봉, 용두산, 가창산, 삼태산, 국지산, 태화산을 일군

다음 영월의 각동리 중말에서 그 맥을 다하는 산줄기를 영월지맥, 북쪽으로 가지를 친 산줄기는 청량봉(1052m)에서 응봉산,백암산,가마봉,소뿔산,

매봉,가리산,대룡산 연엽산,봉화산,새덕산등을 일군 다음 춘천 춘성대교 북한강에서 맥을 다하는 산줄기를 춘천지맥이라 하며 영월지맥과 춘천지맥

을 이어주는 한강기맥 11km를 포함하여 272km를 영춘지맥이라 부른다.

가리산은 이 영춘지맥중 춘천지맥의 중간쯤에 있는 산으로 홍천군 두촌면과 화촌면,춘천시 북산면,동면에 걸쳐있는 산으로 봄에는 진달래 산행지로

유명하며, 홍천강의 발원지및 소양호의 수원(水原)을 이루고 있으며, 전형적인 육산에 3개의 암봉이 북서쪽의 소양호를 조망하기 좋고, 서쪽으로 대룡산,

북쪽의 향로봉에서 설악산,점봉산,오대산으로 이어지는백두대간 능선이 조망되는 최고의 전망산이다.

그런데 오늘 가리산은 간간히 내리는 안개비와 개스로 시계는 10m도 안돼고, 가섭고개로부터 암봉에 이르느 길은 겨우내 쌓였던 눈이, 어제 내린 비로

녹았다 얼어 빙판길이다. 오름길은 아이젠 없이 올랐는데 더 이상은 안될 것 같아 뱃터 갈림길에서 아이젠으로 무장을 하고....(11:00)

2봉에 이르는 암릉은 평상시 같으면 아기자기한 암릉 타는 재미가 솔솔한 안전시설을 잘 갖춘 등로이지만 오늘은 사정이 다르다.

내린눈이 여기저기 녹다가 얼어 눈길보다 더 미끄럽고 자꾸 몰려오는 개스로 분위기 마저 괴기스럽다.

더군다나 많은 여성 산꾼들이 참여하여 암릉에 메달려 등로는 시장 바닥을 연상케하는 홀산꾼에게는 낯 설은 풍경이다.

2봉은 전망좋은 봉우리인데 바로 건너 3봉과1봉이 개스에 묻혀있을 정도로 시계는 제로고... 희미하게나마 큰바위 얼굴을 만날수 있는게 오히려

행운이다.(11:20)

개스에 묻혀있는 큰바위 얼굴은 오히려 더 선명하게 사람의 형태를 보여주고....

250년전 조선 영조때 이곳에서 공부한 한선비가 판서로 출세를 하고 난뒤 이바위가 그 판서의 얼굴을 닮아가고 그래서 여기서 공부한 사람이

또 출세를 많이해서 지금도 수능공부하는 학부모가 전국에서 많이 몰려온다고....

좀 어설프긴 한데...어째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왔던 너새니얼 호손의"큰바위 얼굴"이라는 단편이 생각난다.

너새니얼 호손이 여기를 다녀 간것도 아닐테고...

큰바위 얼굴이 바라다보이는 통나무집에 살고있는 어니스트는 큰바위 얼굴을 닮은 훌륭한 사람이 나타날 거라는 예언을 믿고 기다리는데

돈많이 번 상인,군인, 정치가등  성공한 사람들을 보게 되지만 큰바위 얼굴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고 나이들면서 지나간 세월만큼 자연을 사랑하고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인물로 성장한 어니스트 자신이 큰바위 얼굴을 닮아 가는데 어니스트는 큰바위 얼굴을 닮은 사람을 기다린다는.....

그런데 씁쓸한 뒷맛이 남는것은 가리산의 큰바위 얼굴은 너무 1차원적이다.

단순하게 높은 벼슬에 오르는 세속적인 성공을 닯은 큰바위 얼굴이라면 너새니얼 호손의 큰바위 얼굴은 3차원적 이다.

바로 이런 문화가 오늘날 이 금전 만능의 출세지향의 세태를 만든게 아닌지....

2봉에서 3봉으로 가는 산님은 아무도 없다.

모두 1봉으로 직행 하는데 언제 다시오랴 싶어 전망도 없는 3봉에 인증샷하고 1봉(가리산1051m)에 이르고....(11:40)

1봉에서 무쇠골재로 하산하는 암릉은 교통체증을 유발할정도로 지체를 거듭하고....

내리막 등로는 복합적인 난코스다.

겨울 산행에 나타나는 모든 악 조건은 다 갖추고 있다.

SNOW ICE, BLACK ICE, BROWN ICE....눈아래 빙판길,살짝녹은 흙길아래 빙판길,낙엽아래 빙판길...

모두가 다 위험하고 무섭지만 가장 위험한게 BROWN ICE다. 낙엽아래 얼음이 언경우는 예측이 안돼 '꽈당"하며 땅사기 딱 좋다.

그런데 이 와중에도 급하게 사람을 몰며 무서워하며 안된다고 앞지르기 하는 몰상식한 산꾼이 오늘 참 많다.

등산 면허재라도 실시해야 하는거 아닌지....무식한 산꾼은 산꾼이 아니다. 배려와 양보가 있는 산행은 언제쯤.....씁쓸하다.

 

연리지다. 아니 가리산의 참나무와 소나무의 사랑은 연리목이다.

두 나무가 온몸으로 부비며 두번을 감아오르는 형상이 애욕에 빠진 젊은 남녀같아 살짝 부끄럽기 까지 하다.

연리지는 흔히 '부부간의사랑' 혹은 '부자간의사랑'을 나타낸다고 한다.

부부간의 사랑을 말할때 연리지(連理枝), 비익조(比翼鳥),비목어(比目魚) 사랑이라 말한다.

당나라 시인 백거이(白居易백낙천)는 당현종과 양귀비의 사랑을 장한가(長恨歌)에서 이렇게 노래 했다.


재천원작비익조(在天願作比翼鳥 : 하늘에서는 비익조가 되기를 원하고)
재지원위연리지(在地願爲連理枝 : 땅에서는 연리지가 되기를 원하네)

 

사랑하는 남녀가 영원히 헤어지지 않고 사랑하기를 원하는 소망으로 서로 다른 집안에서 태어나 다른 환경에 살았지만, 결혼해서 한가정을

이루면, 연리지 처럼 뿌리가 다른 가지가 허공에서 만나, 한몸을 이루거나 비익조처럼 눈도 하나, 날개도 하나인 두마리 새가 하늘을 날려면, 암수가

한쌍이되어 날아야 하고, 외눈밖이 물고기 비목어가 바다를 헤엄 치려면 서로 붙어 다니며 서로 못보는 부분을 도와 주어야 한다.

시인 류시화는 "외눈밖이 물고기의사랑"에서

"두눈밖이 물고기처럼 세상을 살기위해

 평생을 두마리가 함께 붙어 다녔다는

 외눈밖이 물고기 비목(比目)처럼 사랑하고 싶다"라고 노래 했다.

사랑하는 천사야

원컨데 하늘에선 비익조가 되고.

땅에서는 연리지가 되어 비목처럼 금슬 좋게 살고 파요.

우리 그렇게 살고 있는게 맞는거지요?

다시금 큰장구실골에 이르고 눈녹아 제법 요란하게 흐르는 계곡에 대충 장비를 세척하고 매점을 겸하고 있는 휴양림 휴게소에서 담북장과 막걸리

한잔으로 뒷풀이를 한다. 천사랑 함께하는 산행은 이렇게 사치 할 수 있어 좋다(13:40)

 

1. 산행코스

   휴양림 산막촌-큰장구실골-화전민터-가섭고개-뱃터 갈림길-2봉-3봉-1봉-무쇠말재-큰장구실골-주차장

   (3시간 40분,6.9km)

 

@ 교통편

   7호선 3호선 이용 신사역

   신사역-가리산 산수산악회

 

2. 산경표


 

 

 

 

 

 

 

 

 휴양림 산막촌

 

 

 

 큰장구골

 

 

 

 화전민터

 

 

 

 개스 가득한 등로

 가삽고개 갈림길

 

 

 

 

 뱃터 갈림길

 

 

 

 

 

 

 2봉에 오르는 암릉

 

 큰바위 얼굴

 

 닮았다.

 

 

 3봉

 2봉

 

 

 

 

 

 

 

 1봉 가리산 정상(1051m)

 

 

 무쇠말재

 

 

 

 

 

 

 

 

 연리목(사랑나무)

 

 

 

 브라운 아이스(brown ice)

 

 

 눈 녹아 흐르는 계곡

 

 

 

 담북장으로 뒷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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