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리 부부 산방

강릉 제왕산(841m) 본문

이 또한 지나가리/山·名山산행기

강릉 제왕산(841m)

無碍人 2014. 2. 23. 09:24

2014년 2월20일 목요일 맑음 가인산님

 

영동지방에 많은 눈이 내렸다.

2m가 넘는 103년만의 기록적인 폭설이라는데....

영동고속도로 따라 속사 나들목을 지나기까지 고속도로 주변의 산엔 별반 눈이 있는것 같지 않다.

옛 도암면이었던 대관령면 횡계리에 이르니 비로소 쌓인눈이 '눈이 많구나' 하는 정도인데....

대관령 휴게소에 이르니 온산이 눈으로 설국이 펼쳐진다.

도로야 말끔히 제설이 됐지만 도로변의 제설된 눈이 가히 집체만하게 산을 이루는 모습에 우리는 탄성을 지르고...(09:30)

대관령(832m)은 예부터 고개가 험해 "대굴대굴 크게 구르는고개"라는 뜻으로 '대굴령'에서 음을 빌려 "대관령"이 되었다 하고...

12세기 고려 시인 김극기가 처음으로 '큰빗장'이라는 뜻으로 대관(大關)이라 불렀고, 풍수가들도 '대관령을 '자물쇠'형국이라 하여 관문으로서

대관령을 넘나드는데 쉽지 않았음을 말하고 있다.

옛 강릉 사람들은 "평생 대관령을 넘지 않고 사는것이 가장 행복하다" 할 정도로 대관령은 강릉 사람들에게는 경외의 대상이였다.

율곡 이이가 대관령을 넘을때 곳감 100개를 가지고 한고비 넘을 때마다 한개씩 먹었더니 다 넘고 나니 곳감이 한개만 남았다 하여 아흔아홉고비라

하고, 강릉에 부임하는 수령들이 한양 600리길을 뒤로 하고 대관령을 넘을때 아흔아홉고비를 눈물로 넘었는데, 임무를 마치고 한양으로 돌아갈때

강릉 인심을 잊지못해 또 울고 넘었다하여 원님이 두번 울고 넘는 고개가 대관령이다.(원울이고개)

영동고속도로 준공 기념비를 지나 능경봉 갈림길에 선다.

출발전에 예정했던 산행은 능경봉을 오른후 제왕봉을 거쳐 대관령 박물관으로 하산하려 했는데 오늘 이곳 사정이 만만치 않다.

겨우내 내린눈이 2m가 넘는다고 하는데....능경봉 등산 안내도가 반쯤 눈에 묻혀있고 갈림길 안내 표지목도 목까지 눈에 묻혀 간신히 방향만 가리킨다.

다행히 제왕봉 방향으로 겨우내 꾸준히 산님이 지나 등로는 뚜렷하고....

능경봉(陵京峰1123m)은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와 강릉시 왕산면에 걸쳐있는 산이다.  대관령 남쪽 제일봉인 제왕산의 모산(母山)으로

대관령주변의 전망산으로 유명하며, 능경봉 일출은 능정일출(能政日出)이라하여 횡계팔경의 하나로 대관령 이남에서 전망이 가장좋은 산봉우리로

"높은 산정의산":높은 산정의봉우리"란 의미로 능정산 능정봉이 전음되어 능경봉이라 불리고 있다.

능경봉과 제왕산 주변엔  산성의 흔적인 돌담이 남아 있는데 이게 제왕산 산성터로 고려 우왕과 창왕이 설치했다고 한다.

제왕봉에 이르는 등로는 뚜렷해 걷기 편해도 한발짝만 등로를 벗어나면 들고있는 스틱이 모자랄 만큼 많은 눈이 쌓여 있고..

대관령에서 매봉을거쳐 선자령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능선이 그림처럼 다가선다,

굽이굽이 돌아오르는 대관령 옛도로는 정겹고 새로 뚫려 씽씽 달리는 고속도로의 차들이 대관령 터널로 빨려 들어가는 모습도 오늘은 싫지않다.

능경봉에서 골폭산(고루포기산1238m)으로 이어지는 대간 능선도 연무에 묻혀있는 발왕산과 건너 정선의 가리왕산의 윤곽도 희미하게 어림잡히고

맑은 날이면 보인다는 울릉도는 어림 안돼지만 눈시리게 다가서는 눈덮힌 강릉 시가지 모습도 여기서는 한가롭다.

오르고자 했던 능경봉이 자꾸 눈에 밟혀 자꾸 디카를 들이밀고...골폭산 아래 예부터 만인의 피난지로 알려진 5덕(五德)을 어림해본다.

고비데기(고사리많은언덕),안반데기(떡판처럼 넓고 평평한언덕),장두데기(긴언덕),황정데기(황장목이있는언덕),황철데기(황철나무많은언덕),

데기라함은 '작은언덕' '작은재'라는 의미로 평안북도 지방의 방언인데 이곳이 그쪽 지형과 비슷해 쓰이는지, 이곳은 고산 이지만 그 산세가 부드럽고

넉넉하여  풍요로움의 상징처럼 마루금이 다가서고..... 지나는 산객도 더불어 여유롭고 행복해진다.

대관령의 고도가 832m이고 제왕산의 고도는 841m이니 제왕산에 이르는 등로는 오름이 없다.

그래서 이렇게 2m의 폭설에도 산행이 가능한 겨울산의 명소가 된것이랴...

돌탑봉을 지나(10:00) 제왕봉(840.6m) 정상에 이르는 등로의 소나무는 다른 산의 소나무와 차원이 다르다.

이렇게 많은 눈이 내리면 가장 수난을 격는것이 침엽수인 소나무인데 이곳의 소나무는 건재하다.

그 생김새가 마치 힘깨나 쓰는 격투기 선수같다. 몸통의 꿁기와 가지의 굵기가 울퉁불퉁 얼마나 많은 시련을 겪으며 그리 자랐는지 짐작이 간다.

또한 소나무 잎은 필요한 만큼만 달려있다. 필요없는 잎이 없으니 아무리 많은 눈이 와도 부러질 가지가 없는 것이다.

마치 인간 세상을 비웃듯이....인간은 가르침에 둔감하며 자꾸 가지려 하는데....염일방일(搛一放一) 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를 놓아야 한다는 진리를 미물인

제왕산 소나무도 온몸으로 실천하는데....그 늠름함이 그 도도함이 이미 해탈한 부처같다.

오늘 등로는 제왕산까지 열려있다.(10:30)

제왕산 으로부터 대관령 박물관 방향으로는 최근 며칠은 아무도 지나지 않은듯....등로는 50cm 정도의 눈이 덮여있다.

전에 내린 눈위에 다시 50cm정도의 눈이라 아무도 가지 않은길이 걱정돼 산님들과 의논을 한다. 횡계에서 강릉방향으로 이어지는 제왕산은 이번 겨울에

가장 많은 눈이 온지역이라 다소 긴장이 된다.

예측 할 수 없는 사고를 염려 하지만 많은 산님들이 진행하는 쪽으로 주장을 펼치고....

대관령 박물관 방향으로 하산을 결정하고 앞장 서 러셀을 한다.

제대로된 러셀을 해본게 언제 였는지...얼마전 용문산에서 잠깐 러셀 경험이 있었는데...오늘은 차원이 다르다.

무릅이상으로 쌓인 눈을 헤치고 나간다는 는것은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박물관에 이르는 등로는 오름이 없는 내림길의 연속이라 힘들기보다는 눈썰매를 타는 기분이라 우리 가인 산님들 오늘 완전히 동심으로

돌아가고...상제민원이 있는 주막골 까지 계속된 러셀에도 힘들기보다는 재미가 있다. 모두 행복한 오후 한때를 제왕산에 웃음으로 보답하고....

원(院)이라 하면 옛날 30리마다 하나씩 두게된 쉼터를 일컫는 곳으로 상제민원(上濟民院)은 윗동네에 있는 쉼터라는 의미다.(12:30)

우측 오봉산(541m)과 제왕산에서 발원한 물이 주막골부터 만나 계곡을 이루고 대관령 자연휴양림 계곡을 따라 하제민원(下濟民院)에 이르는 계곡은

온통 소복하게 쌓인 눈이 계곡의 바위마다  진경산수화 한폭을 보는듯 보이는 곳이 모두 그림이다.

하제민원의 민박촌에 이르니 이곳에 얼마나 많은 눈이 내렸는지 실감이 난다.

주차장에 모아 놓은 눈이 처마 끝에 머물고 한번도 안치운 어느 민박집은 지붕의 눈무게에 위태위태 해 보이고 마당의 손안된 눈도 처마를 위협한다.

주차장의 자동차는 분명 형태로 자동차가 있는 듯한데 그냥 언덕이 되고....

힘겹게 겨우 눈길을 뚫어논 마당에서 길을 조금 넓히는 주민의 삽질은 힘에 겨워 보인다.

미안한 마음에 목소리를 낮춰 서둘러 지나고....강릉에 부임한 원님이 두번 울고 넘었다는 원울이재(員泣峴)를 지나 계곡건너 옛길을 기웃거려 보는데

겨우내 아무도 지나지 않은 눈이 쌓인길은 정말고 내키를 훌쩍 넘겨 러셀로 가기는 불가능하고....도로 따라 박물관에 이르고....(13:30)

 

@ 산행코스

     대관령 휴게소-능경봉갈림길-돌탑봉-제왕산(840.6m)-주막골(상제민원)-하제민원-대관령박물관

     (4시간,8.6km)

 

 

 

 

영동고속도로 준공기념비

 

 

 

 

 

 

 

능경봉 갈림길

간신히 방향만 가리키고...

 

 

 

 

대관령 매보 선자령 능선

 

돌탑봉

 

 

 

몸통 가지 잎 꼭 필요한 만큼만 가지고 나머진 놓아준 소나무

 

 

 

 

 

선자령

능경봉

 

 

아무도 가지 않은 등로

 

 

 

 

 

행복한 산님

 

 

강릉시

 

 

 

 

 

 

 

 

 

 

 

제왕산 소나무

 

점점 더 많은 눈을 헤치고....

 

 

 

 

 

 

눈썰매는 기본

 

 

 

 

 

 

 

주막골(상제민원)

 

 

 

 

 

 

 

하제민원 참 많은 눈이 쌓였다.

자동차에 덟힌 눈

작은 언덕이다.

 

 

원울이재

 

대관령 박물관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