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리 부부 산방

춘천지맥 4코스(거니고개-가마봉-달음재-범의터안부-소뿔산-군통신탑-오매자고개-황병고개) 본문

이 또한 지나가리/영춘지맥(진행중)

춘천지맥 4코스(거니고개-가마봉-달음재-범의터안부-소뿔산-군통신탑-오매자고개-황병고개)

無碍人 2018. 9. 12. 09:38

2018년 9월6일 목요일 맑음 나홀로


5월에 춘천지맥을 이어가고 유럽여행과 폭염으로 묵혀두다가 선선해져 이어 보기로 하고 홍천행 버스에 오른다.(08:10)

거니 고개(322m)는 홍천군 두촌면 건남리에서 인제군 남면 어론리로 넘어가는 고개다.

조선시대 건이원(巾伊院)이라는 원집이 있었다하여 건이치(建伊峙), 건률현(巾栗峴),인현(艮寅峴)이라 한자를 달리하여 불리기도 했다.

이곳에 구전 되는 노래에 "낮은고개라 넘기좋기는 거니고개,놀기 좋기는 합강정"이라는 구절이 있는 걸로봐 홍천에서 인제를 오가는

넘기쉬운 고개로 알려져왔다.

영조 때의 문인이자 서화가 능호관(凌壺觀) 이인상(李麟祥 1710~ 1760)은 1754년 무더위가 물러가자 동해 바다와 설악산으로

행길을 떠났다. 인제에서 홍천으로 가는 거니 고개를 넘다 근처 마을에서 하룻밤을 묵어 가기로 했다.

때는 아마도 이맘때로, 능호관이 이곳을 지나며 남긴 한시(漢詩)가 있어 옮겨본다.


車泥村叟 거니촌수
山叟面如獸 산수면여수   欵門便笑迎 관문편소영
凝塵掃土室 응진소토실   細斧劈松明 세부벽송명
沙熱黃粱飯 사열황량반   鹽芬紫菜羹 염분자채갱
欣然同寢食 흔연동침식   臥問曲淵程 와문곡연정


거니촌 노인네
산골 노인네 얼굴은 짐승 꼴인데   문 두드리자 웃어대며 맞아들이네.
먼지 찌든 흙집 방을 빗질하고는   도끼로 관솔 쪼개 불을 붙인다.
모래알처럼 따끈따끈한 기장밥에  소금 간한 쑥부쟁이 국을 차리네.
기분 좋게 한 밥상에 밥을 먹고서  누워서는 곡연(曲淵) 길을 물어보노라.


1754년 그해도 금년처럼 더웠을 것이다.

심신이 지친 한양 앙반님네가 문을 두드리며 하룻밤 유하기를 청한다.

몰골이 짐승처럼 생긴촌노가 흰이를 드러내며 맞이한다.

산골에서 약초나 캐고 숯이나 굽는 촌노의 몰골이야 말해 무었하랴

간신히 비와 눈을 가릴 움막은 멍석한장 깔려 있고 관솔불로 처마와 천정 여기 저기 그으름과 먼지가 덕지덕지...

손님을 맞이하는 촌노는 분주하고 정성으로 지은 기장밥에 쑥부쟁이국을 마주한 촌노와 선비가 그려진다.

관솔불 아래 나란히 누워 곡연(曲淵), 백담사 가는길을 묻고 답하던 곳이 여기 어디메쯤이라니....

대간과 정맥, 지맥을 이어가며 지나는 곳의 유래와 살았던 사람들의 흔적을 되 집어가는게 내 일상이니...

내가 지나는 이 길에 내 채취가 아름답게 새겨지길 기대해 본다.


거니고개에는 성(性)을 테마로 한 청정조각공원이 있다.

화양(華洋) 고명규(高明圭) 작가의 작품이라 한다.

예술 작품에 문외한인 나로서는 이 작품들이 생경 하지만 이렇게 공개된 장소에....

참 우리도 많이 거시기 해졌다.(09:20)

오늘 구간은 전 구간이 출입 통제구간이다.

수년전부터 이곳 갑둔리와 금부리 계곡 일대를 육군 과학훈련단 훈련장으로 쓰면서 민간인을 통제하고있다.

점점 단속이 심해져 출입 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지금은 근근히 억지로 진행하고 있지만 조만간 완전히 출입이 통제 될것 같다.

군의 제재를 받지않고 무사히 통과 하기를 기원하며 조심조심 가마봉을 오르는데 인기척이난다.

몸을 숨길까 하다가 그냥 부딪치기로 한다.

다행히 군인은 아니고 거니촌 노인을 닮은 약초꾼이다.

강원도 사투리를 구수하게 구사하는 약초꾼은 아래 원거리에 사신단다.

외관은 딱 능호관이 만났을 거니 노인과 닮았다.

아무렇게나 자란 구렛나루 하얀이 순박한 내 또래 정도의 나이에 낡은 약초가방...

버섯 있나 나와 봤는데 가믐과 혹서로 버섯이 자라지 못해 허탕이라 허허 하신다.

무인 산불감시 카메라가 있는 가마봉(923m)을 아까 약초꾼은 깃대봉이라 부른다

지맥길에서 400m 벗어나 있는 가마봉과 구분해 지맥꾼들은 작은 가마봉이라 부르는데 깃대봉이라 하는게 좋겠다.(10:55)

계속되는 과학훈련단 단장 명의의 경고판이 신경 쓰이고, 국방부 표지목을 따르는 등로는 편안하다.

달음재 안부에서 새끼를 거느린 멧선생을 5~6m 간격을 두고 마주 한다.

달음재를 내려서기 직전 내 위치가 멧선생 보다 높아 내려 보는 형국인데...

멧선생 '꾹~' 길고 강하게 소리를 하고 나를 향해 버틴다.

순간 새끼가 숲으로 사라지고 나를 노려보며 유유히 새끼 뒤를 따른다.

참 영리한 멧 선생이다.

모성애와 지혜로움이 사람 못지 않다.

난 그 순간에도 카메라를 뒤적이지만 거기까지고...

이후 키 낮은 산죽밭을 지나며 내 스틱 끄는 소리에 내가 놀라 뒤를 보고....실소하며 허허...

소뿔산(1118m)은 멀리서 보면 15분쯤후에 만날 1177봉과 함께 소뿔 모양이라 그리 부른다 한다.(14:04)

편안한 키 낮은 산죽길을 지나 통신탑 직전 군사도로에 서는데....

도로엔 장갑차,군용트럭,찦차,봉고차등 서너대의 군용차와 초병 부사관 장교들이 집결해 있다.

모든 군인들 시선이 나를 향하고...(14:40)

찍 소리도 못하고 초병의 안내로 군사도로 따라 하산을 강요 받고..

2km는 더 가야 황병고개인데...오늘 내 산행은 여기 까지다.

30여분 군사도로 따라 내려 오니 오매자농장 임도와 만나고 삼거리에서 우틀 하여 700m 정도 이동하니 446번 지방도가

지나는 갑둔리 김부탑 이정표가 있는 오매자농장 입구다.

시간도 남고해 김부탑에 다녀오려 900m 거리의 김부탑으로 이동하다 초병의 제지로 되돌아서고..

김부탑 푯말 아래 퍼질러 앉아 신남택시에 전화를 하니 기사님이 다짜고짜 숲에 몸을 숨기고 군인들 한테 들키지 말라 당부를 한다.

뭔 소리 이미 초병 한테 붙들려 있는데...(15:40)

호출한 택시에 오르고...2주간 특별 훈련 기간이라 도로 입구에서 검문중이라 민간인이 여기 못 들어오는데 어디서 왔냐구?

'하늘에서 뚝 떨어졌어요?' 실 없는 농담을 하고...... 신남버스 정류장에서 홍천행 버스로 환승한다.(16:30)


1. 산행코스

   거니고개-가마봉-신흥동안부-달음재-1076봉-범의터 안부-소뿔산-1077봉-통신탑 군사도로

   (5시간, 13km)


2. 산행경로

   05:02분 - 부평역
   05:41분 - 신도림환승
   06:40분 - 동서울터미널
   08:10분 - 원통행
   09:20분 - 거니고개(建伊峙 332m)44번국도
   10:55분 - 가마봉(可馬峰 925m)무인산불감시탑
   11:35분 - 신흥동안부
   12:38분 - 1044봉
                달음재안부
   13:10분 - 1076.4봉
   13:40분 - 범의터안부
   14:04분 - 소뿔산(1,118m)-1077봉
   14:40분 - 통신탑 군사도로

   15:40분 - 오매자농장 입구(김부탑)
                신남택시이동
   16:30분 - 신남터미널 홍천행(16:20분차 10분 연착)
   17:00분 - 인천행


@. 교통편

   부평-동서울 1호선, 2호선

   동서울-홍천 06:40분 버스

   홍천-거니고개 08:10분 시내버스

   오매자농장입구-신남터미널 택시 16000원

   신남-홍천 버스

   홍천-인천터미널


3. 산경표







거니고개 청정조각공원

휴게소 입간판사이로....








가마봉















범으터 안부









통신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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