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리 부부 산방
지리 한신을 만나다(중산리-천왕봉-장터목-세석평전-한신계곡-백무동) 본문
2020년 5월 16일 토요일 비 온 뒤 맑음 친구 배 법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 세어 무엇 하리
나는 지금 오월 속에 있다.
피천득 "오월"중에서
월악산 영봉을 만난 후 내 종주 본능이 꿈틀 된다.
내친김에 낙남 종주 중 새벽에 굉음을 들으며 올랐던 한신이 보고 싶다.
한신계곡
45년 전
18살 그 푸르던 날에 지리를 처음 만난 게 한신이다.
교련복에 런닝화라 불리던 운동화를 신고 올랐다.
그 시절 아웃도어라는 개념도 없었다.
내게는 한신은 특별한 기억이 있다.
질풍 로도와 같은 방황기 였다.
그때 친구 용태와 학교 수업을 빼먹고 탈출했던 곳이 한신 계곡으로 지리에 드는 거였다.
입학시험이 있던 때였다.
고등학교 입시에서 손가락 안에 드는 성적으로 시골 읍내 학교에 장학생으로 입학한 나는
1학년을 최고 성적으로 마쳤다.
2학년 1학기 여름방학에 집으로 보내온 성적표는 역시 최고였다.
그 여름 방학 어느 날 우연히 학교 교무실에 들렀는데 마침 1학기 생활 기록부를 작성 중이었다.
선생님이 안 계신 교무실에서 당연히 내 기록부를 보게 됐다.
그런데 통신표와 달리 기록부에는 최고가 아니었다.
친한 친구에게 내가 양보를 한 거로 기록되어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내게 보낸 통신표와 생활 기록부가 다르다니...
그때부터 난 반항아가 되기 시작했다.
지금 같으면 통신표와 생활 기록부가 다르다고 따졌을 텐데..
그러지 못하고 담임 하는 일에 무조건 반기를 들고 어긋나기 시작 했다.
그러다 급기야 수업을 빼먹고 여수로...지리산으로..
그때 참 많이 방황했다.
그때 친구 용태와 한신계곡에 들었다.
그 얼마 전까지 한신 계곡은 미 답사 지역이었다.
우리가 들기 전 전주 영생대(현 전주대) 산악부에서 선답을 했고 그들이 표시한 시그널을 보고
등산로도 없는 계곡을 올랐다.
모범생이 말썽쟁이가 되었던 곳 한신...
그땐 담임을 괴롭히기 위해 학교를 갔다.
내가 졸업을 한건 아마 담임이 수업 일 수를 맞춰줘서 가능할 정도로...
담임 덕분에 졸업은 했지만
난 지금도 그 담임을 안 본다.
언젠가 들리는 애기로 내 얘기를 하더라는데...
내가 왜 자기한테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정말 몰라서 모른다고 했는지
아님 그걸 기억해 그 많은 제자 중에 내 얘기를 하는 건지 만나 따져보고 싶지만... 이 나이에
한신은 또
내게 된장국... 그리고 봉덕이
봉덕이는 친구 용태 동생이다.
가끔 용태가 자취하는 곳에 반찬을 가져다주곤 하던 나와 동갑내기(용태가 나보다 두 살쯤 위)
말 없던 조용한 친구였다.
오빠와 남동생에 밀려 학교를 다 마치지 못한 그 시절 그냥 슬픈 우리 누이였다.
나와 특별한 인연은 없지만 용태네 놀러 가면 조용히 식사를 챙기며 오빠라고 깍듯이 대해 주던..
그 친구 봉덕이가 우리가 한신에 들 때
무 잎 시래기를 잘 삶아 된장에 조몰락 거려 싸준...
물만 붓고 끓이면 된장국이 되는 그..... 그 맛은 내가 태어나 처음 맛본 가장 맛있는 된장국이었다.
그 된장국이 내겐 인생 맛,
아직도 그 맛을 내 혀로 기억한다.
그 봉덕이가 오래전에 갔다.
그래서 한신은 봉덕이... 된장국으로 기억된다.
이제 한신은 '5월의 알탕'으로 기억되려나
어제 내린 비로 계곡은 요란하고 폭포는 웅장하다.
아직 물은 차가운데 그 물에 들고 싶다.
오롯이 내 인생의 첫 방황이 시작 된, 그곳에 온 몸을 맡기고 싶다.
내가 아직 살아 있다는 사실이...
5월의 신록만 보고 있어도 즐겁다는 시인의 말이 이해가 되는
그래 내 나이 세어 무엇하랴...
안 그러요? 장선생
사진으로 보는 당신도 참 많이 늙었더군요.
이제 한번 봅시다.
아무 생각 없이 이제 술 한잔 따를 수 있을 것 같소...
1. 산행코스
중산리-망바위-로터리산장-법계사-개선문-천왕봉-제석봉-장터목-세석평전-한신계곡-백무동
(11시간 16분, 21km)
@. 교통편
남부터미널-중산리 주말 심야에만 출발하는 시외버스
백무동-동서울터미널 시외고속버스
3. 산경표
로터리 산장
법계사
'이 또한 지나가리 > 山·名山산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원적산 귀룽나무(보지 않고 믿으라고요? 내게 그 믿음을 허 하소서..) (0) | 2020.06.15 |
---|---|
내 반골 정서의 반은 지리산이 만들었다.(성삼재-노고단-반야봉-삼도봉-뱀사골-반선) (0) | 2020.06.09 |
월악산 종주산행(보덕암-하봉-중봉-영봉(1097m)-마애불-덕주사) (0) | 2020.05.04 |
거마산-성주산-소래산-상아산-관모봉 (0) | 2020.04.28 |
영종도 백운산/백련산/건강백세길 (0) | 2020.04.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