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리 부부 산방

나이 소환해 뭐 하시게요?(남설악탐방지원센타-대청봉-중청대피소-무너미고개-공룡능선-마등령-비선대) 본문

이 또한 지나가리/山·名山산행기

나이 소환해 뭐 하시게요?(남설악탐방지원센타-대청봉-중청대피소-무너미고개-공룡능선-마등령-비선대)

無碍人 2021. 5. 25. 18:01

2021년 5월 23일 일요일 날씨 맑음 병선 환춘

 

남설악 탐방 지원센터 새벽 3시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산악회 차량이 수시로 정차하며 산님을 쏟아 낸다.

수백 명쯤 되는 산님들이 굳게 닫힌 철문 앞으로 모여들고

마라톤 선수들이 출발 선에 선 것처럼 모두 비장하게 철문이 열리길 기다린다.

9년 만의 공룡능선 산행이다.

2012년 9월 26일 백두대간 종주산행 중 다녀가고 오늘 다시 공룡을 만나러 왔다.

철문이 열리고 가파른 설악의 오름에 하나 둘 이마에 불 밝히고 산님들 거친 숨소리와

스틱 부딪히는 소리가 설악의 적막을 깬다.

천성이 무리 중 산행을 못하는 성질이라 앞으로 치고 나갈 수밖에 없다.

산님 무리 중에 섞이면 산님들 엉덩이만 보고 올라야 하니 더디고 힘들다.

출발 시간이 같으니 초반 무리수를 두더라도 앞으로 나 갈 수밖에 없다.

대간 정맥 끝나고 자신감을 상실했는데 지난해 가을 한라산, 겨울에 지리산 산행에서

무리 중 선두로 나서며 자신감을 회복했다.

2.5km 지점,

요란한 물소리에 설악폭포 근처임을 직감할 때 내 앞에 두 명의 젊은이가 있다.

또다시 가파른 오름에서 서너 명의 산꾼에게 길을 양보하고 정상 근처 완만한 등록에서

양보한 내 자리를 다시 되돌리며 대청에 선다.

05시 5분,

2시간 5분 만에 오색-대청봉(5km) 구간을 오른다.

오늘 3번째로 정상에 오른 산꾼이다.

30대로 보이는 선두로 오른 산꾼이 인사를 한다.

"연세도 많으신 것 같은데 체력 좋습니다"

'뭐시라! 연세라고'

기분이 별로다.

그냥 체력 좋다 하면 되지 나이는 왜 소환해

그것도 연세라고...

대꾸도 없이 대청봉 일출 감상에 마음을 비운다.

내가 너무 옹졸했나?

그래도 나이로 사람을 비교하는 건 아니지

그렇지 않아도 단통 방마다 온통 나이 가지고 쑤시고 박고 찢고 뭔 짓인지...

그렇게 나이 먹는 게 두렵냐?

나이 들먹이는 것 자체가 생체기라는 것 몰라

나이는 숫자라 잖아

 

공룡엔 추억 하나가 저장돼 있다.

백두대간 종주 중 희운각 대피소에서 만난 김천의 행촌님

대간 정맥 종주를 하며  모르는 산님과 함께 동행 산행을 한 게 딱 두 번 있는데 그중 한 분이 행촌 님이다.

막 은행원으로 정년을 하시고 백두대간 종주에 나섰던 길이데..

지금은 사진작가로 이름을 내고 계신다.

그 행촌님이

나한봉에 이르렀을 때 모이 주머니를 꺼내 여기저기 새 모이를 주던 기억이 난다.

생경했지만 사연을 듣고 감동했었다.

행촌님이 새 모이를 주게 된 사연은 대간 종주 중 만난 도사님 때문이라고..

고치령에서 랜턴을 잊고 산에 들었다가 어둠이 지나기를 기다리며 만난 기도하는 도인이

"산에 들면 아무래도 풀도 밟게 되고 여기저기 흔적을 남겨 산에 사는 생물에 피해를 줍니다.

그걸 조금이라도 보상하는 것으로 새 모이를 줘보세요?

새들은 여기저기 통하여 당신 소식을 전할 겁니다" 했다 한다.

그때부터 행촌님은 꼭 새 모이를 가지고 다니면서 새들과 노닌다고...

그 선한 모습이 마음에 새겨져 있다.

9년이 지났는데도 가끔 근황을 접하면 반가워하시고 김천 지나면 들러 가라는 덕담을

잊지 않으신다.

짧지만 소중한 인연 가슴에 새기고 있습니다.

좋은 작품 많이 하시고 건강하시길 빕니다.

 

5월의 공룡에선 만나야 할 귀한 생명이 있다.

솜다리

참 솜다리, 산 솜다리 

서양에선 에델바이스라 불리는 멸종 위기 식물

40년 전엔 설악산 여행을 가면 

산 솜다리 압화를 액자로 만들어 기념품으로 팔았다.

그래서 지금은 멸종위기에 있다.

그 솜다리 꽃이 5~6월에 핀다.

오늘 추억을 더듬고 바위틈에 솜다리 꽃을 찾는 게 내가 공룡에 온 이유다.

오늘 처음 만난 솜다리는

바위틈에 가냘프게 핀 여리디 여린 솜다리가 바람에 몸을 맡기고 있다.

이게 마지막 남은 건 아니겠지 안타깝게 동영상에 담는다.

이후 3송이의 꽃을 피운 튼실한 녀석과 2송이 꽃을 피운 가여운 솜다리를 만났다.

어딘가 사람 발길 안 닿는 곳에 또 있을 거야... 위로가 위로로 끝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1. 산행코스

   남설악탐방지원센터-설악폭포-대청봉-중청대피소-희운각 대피소-무너미고개-공룡능선-마등령-금강굴-비선대

   (18km, 9시간 40분)

 

2. 산행 경로

   03:00분 -  남설악탐방지원센터(오색)

   05:05분 - 대청봉

   05:35분 - 중청대피소

   06:25분 - 희운각 대피소

   08:30분 - 희운각 기점 3km 지점

   10:25분 - 마등령

   12:15분 - 금강굴

   12:40분 - 비선대

 

@. 교통편

     반더룽 산악회 버스

 

3. 산경표

출발역 사당

화장실 입구에 용아장성 사진이...

철문이 열리길 기다리는..

대청봉 일 출 봤다.

5월 23일에..

중청 대피소

진달래가 이제 한창이다.

중청

화채봉 능선

화채봉 칠선봉 권금성 건너 달마봉

용아장성

소청대피소 용아장성

공룡능선

신선봉 법봉 1275봉 큰새봉 나한봉 세존봉

신선봉

대청봉 중청봉 소청봉

 

울산바위

신선봉

나한봉 1275봉

산솜다리(한국의 에델바이스)

 

산솜다리

두꺼비 바위?

마등령

세존봉

달마봉

화채능선

천불동계곡

금강굴

비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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