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리 부부 산방

평화누리(경기둘레길) 1코스(염하강 철책길/대명항-덕포진-부래도쉼터-쇄암리쉼터-포내리-문수산성남로) 본문

이 또한 지나가리/평화누리길(경기둘레길)

평화누리(경기둘레길) 1코스(염하강 철책길/대명항-덕포진-부래도쉼터-쇄암리쉼터-포내리-문수산성남로)

無碍人 2022. 9. 5. 21:00

2022년 9월 3일 토요일 맑음 천사랑

 

돌 같은 머리에

왕방울같이 부릅뜬 눈

몸엔 사마귀가 우둘투둘 밝힌 갑옷을 두르고

몸의 앞쪽은 원통형에 뒤는 납작한

기형으로 못생긴 삼식이

내겐 대명항은 그 삼식이로 기억되는 포구다.

처가가 인근 양촌면인 관계로

처음 천사와 대명 포구를 방문한 게 30여 년쯤 전

포구 노점 고무대야에 담겨 주인을 기다리는 삼식이를 처음 봤다.

그 못생기고 징그러움에 놀라고

그때 대명항엔 삼식이 매운탕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몇 곳 있었는데

그 매운탕의 깔끔한 맛에 놀랐다.

인터넷 검색창에 "삼식이"를 검색하면

"삼식이 남편"과 요즘은 "삼식이 삼촌"이 먼저 뜬다.

삼식이 남편은 은퇴후에 아내에게 아침, 점심, 저녁, 세끼를 차려 달라는 남편을 비꼬아 이르는 말이다.

삼식이 삼촌은 칸의 황제 송강호가 출연한다는 tv 드라마 제목이다.

삼식이는 삼세기의 전라도 식 표현으로

경상도에선 탱수, 강원도에서는 삼숙이로 불리는 쏨뱅이목 삼세기과의 바닷물고기다.

못생기고 바보같다는 놀림 말이 이 물고기에서 유래했다.

삼식이 남편도 그 어원을 찾는다면 이 삼숙이, 탱수라 불리는 삼세기 아닐까?

내 머릿속엔 '대명항' 하면 이내 '삼식이'로 기억된다.

30년 전과 사뭇 다른 대명포구

초지대교가 생기고 강화로 이어지는 뱃길은 끊겼지만

인천, 서울의 대도시에 가까워 한적했던 포구는 힘차고 요란하다.

어디 삼식이 없나 두리번거리는데 아직 철이 이니라 삼식이는 보이지 않고

여기저기 꽃게만 풍성하다.

그렇다 지금은 꽃게철이고 삼식이는 아직 철이 아니다.

삼식이는 여름엔 깊은 바다에 있다 겨울에 얕은 바다로 나오는 어종이다.

 

포구 옆 함상공원은 평화누리길, 경기 둘레길 시작점이고, 서해랑길 100구간 시점이다.

평화누리길은 김포, 고양, 파주, 연천까지 이어지는 서북부 189km가 개통돼 있고

2023년 강원도 철원, 화천, 양구, 인제, 고성구간이 개통 예정이다.

경기 둘레길은 대명항에서 시작하여 경기도 외곽을 한 바퀴 돌아 원점 회귀하는

총길이 860km의 15개 시. 군을 지나는 순환 둘레길이다.

서해랑길은 '서쪽 바다와 함께 걷는 길'이란 뜻으로 해남에서 강화까지 서해안 인접

31개 시. 군 109개 구간 1800km이다.

3개의 길이 염하강 철책 따라 함께 간다.

 

염하강은 인천 강화와 경기 김포 사이의 해협이다.

북쪽의 월곶과 남쪽 황산도 사이는 조수 간만의 차가 커 물살이 빠르다.

그 염하강 따라 남북 분단으로 만들어진 철책이 염하강 철책길이다.

접경지가 가까워 어쩔 수 없었다지만 70년이 넘도록 내 땅 내 바다인데 출입할 수 없다니...

이 아름다운 바다, 포구가 그냥 그림의 떡이었다.

다행히도 김포시와 국방부는 염하강 철책을 철거하기로 실무협의 중이란다.

내가 철책을 걷는 마지막 여행자 이기를 간절히 바라며

다음 서해랑길을 갈 때는 철책 없는 염하가 보고 싶다.

 

날씨는 걷기에 딱 좋다.

섭씨 27도로 간간히 바닷바람이 살랑거려 상쾌하다.

아직 못다 한 노래가 남아있는 매미는 염하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서 노래하고

가을의 전령 도토리는 발길 여기저기 뒹굴고 알밤도 여물어 환호하게 한다.

탐스럽게 익어가는 다래에 침이 고이고 고개를 숙이기 시작하는 벼논엔 풍년이 내렸다.

남쪽 먼바다에 발생했다는 태풍 '힌남노' 잘 견뎌 여름 내내 수고한 이를 기쁘게 하기를...

길은 철책 옆 군 순찰로로 이어진다.

왼쪽은 염하강 오른쪽은 김포 뜰

아이들이 어렸을 적 몇 번 왔던 덕포진을 지나 손돌 묘가 있는 손돌목 전망대에

목쉬게 노래하는 매미 소리에 취한다.

부래도는 한강에서 염하를 따라 떠 내려온 섬이라 해 부래도, 향무이도라 불리는 섬이다.

덕포 나루와 강화 광성보 사이에 있는 무인도다.

덕포 나루는 지금은 간척되어 농경지가 되었고 철조망 안에 제한적으로

새우와 숭어잡이를 하는 포구가 있다.

철조망 문이 열려 있고 포구에 어구를 손질하는 사람이 보여 무심코 철문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요란한 경고음과 함께 철문이 닫히기 시작한다.

하마터면 철조망 안에 갇힐뻔했다,

어구를 손질하던 어부가 두 팔로 X자를 하며 들어오지 말라는 신호를 한다.

이어 바삭 바위 나루라 불리는 쇄암포 나루 전망대에서 잔잔한 염하의 풍경에 취한다.

이 아름다운 해협이 허락받고 어업 하는 몇몇만이 들어갈 수 있다니...

얼른  철조망 제거하고 국민들 품으로 돌려줘야겠다.

고양리 쉼터를 지나자 벼농사보다 수익성이 좋은지 벼논이었던 곳이 연밭으로 변하고 있다.

연꽃 철은 지났으나 간간히 경건해지는 꽃송이가 반갑다.

문수산 검푸른 빛이 연녹의 들판과 어울릴 때 우리는 맛집에 막초 한잔과 마주한다.

맛집 2층 커피숍에서 커피 한잔 그리고 난 아이스크림.... 오늘도 천국을 살았다.

 

1. 탐방 경로

   대명항-덕포진-손돌 묘-부래도 쉼터-쇄암리 전망대-고양리 쉼터-포내리-문수산 남문

    (4시간, 14km)

 

@. 교통편

      갈 때

     강화행  90번 버스

    솔터마을 60-3번 환승(70번 환승 약암호텔 하차 도보 가능)

    올 때

    성동검문소 90번 탑승

     부평시장역 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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