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이 또한 지나가리/지리산 둘레길(完) (17)
지나리 부부 산방
2022년 8월 13일 토요일 맑음 석기, 기수, 환춘, 병선 지리산 둘레길 273km의 종착역에 닿는 날이다. 12번씩 지리산을 들락 거리며 오순도순 아웅다웅... 추억 쌓기의 끝이다. 어김없이 석기 친구 옆지기의 정성으로 아침을 해결한다. 감사와 고마움을 전합니다. 덕분에 내내 행복했습니다. 구례 산동 산수유와 산동애가(山洞哀歌)의 고장이다. 출발지 광의면 온당리 난동마을 뒤 구리재를 완만하게 넘어서면 산동이다. 섬진강 시인 김용택은 "살구꽃이 피기 전에 구례 산동에는 산수유꽃이 핀다. 구례 산동의 산수유꽃이 아니라 꽃의 계곡이다. 나는 말만 '산동 산수유', '구례 산동 산수유' 하는 줄 알았다. 지리산 온천이 자리 잡고 있는 산동은 마치 커다란 소쿠리 속에 노란 물감을 쫙 엎질러 놓은 것 같았다...
2022년 7월2일 토요일 땡볕 기수,석기,병선,환춘,복순 곱방5명 구례 분지는 북서-남동 방향으로 길게 형성되어 있다. 긴축이 약 10㎞, 짧은 축이 약 4㎞이다. 구례 분지는 오랜 침식이 가해져 형성된 타원형 분지로 서시천(西施川)을 따라 뻗어 있다. 분지는 비교적 폭이 넓은 서시천 하류와 폭 좁은 곡저 평야로 이루어진 서시천 상류의 분지로 구분할 수 있다. 구례읍을 중심으로 형성된 서시천 하류의 분지는 해발고도가 50∼100m로 상류의 분지에 비하여 낮다. 반면 산동면 일대에 형성된 서시천 상류의 분지는 해발고도가 최고 200m 내외로 하류의 분지에 비하여 높다. 대부분의 경우 구례 분지라고 하면 서시천 하류의 넓은 분지를 의미 한다. 오늘 지리산 둘레길 18,19코스 난동-오미-방광-난동은 원래 ..
2022년 5월 21일 토요일 맑음 곱방친구(강석기,배병선,모환춘,장기수) 경영 사상가 찰스 핸디는 "행복이란? 할 일이 있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꿈꾸는 일이 있으면 행복하다."라 했다. 지리산 둘레길도 반환점을 돌아 그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끝이 보인다는 것은 꿈의 끝도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 지리산 둘레길의 끝은 다시 시작 또 다른 꿈을 꾼다. 해파랑 남파랑 서해랑 길.... 여기서 멈추면 꿈도 멈추고 행복도 멈춘다. 벚꽃 필때 걸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화개 십리 벚꽃길... 벚꽃 필때 종아리 아프게 걸었던 길 따라 작은 재 넘어 송정으로 간다. 밤길은 꽃길로 이어지고 꽃은 떠나야 할때를 알고.. 분분한 落花 訣別이 이룩하는 祝福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綠陰과 그리고 멀지 않아 열매 ..
2022년 4월 3일 일요일 맑음 곱방친구(기수 병선 석기 환춘) 최악의 컨디션이다. 나이들면서 피곤하면 늘 달고 다니는 구내염 때문에 한동안 고생이 심했다. 그런데 근년에 와 운동으로 극복했다 싶었는데 내 몸 어딘가 부족하면 결정적인 순간에 내 발목을 잡는다. 쉬라는 내 몸의 경고인데 그 경고를 받아들이기가 아직 쉽지 않다. 약속된 산행 코로나도 아닌데 번복할 수도 없고... 편도와 혀에 생긴 구내염으로 목소리까지 쇳소리가 난다. 진통제와 소염제를 챙겨 go go... 그럴이유가 없는데 시간을 당겨 살았나 싶다. 서둘러 남도땅 지리산 둘레길에 매화 찾아갔다가 헛발질하고 돌아왔는데 겨울은 어느새 한참전에 자리를 비워 떠나고 봄은 서둘러 오느라 순서를 잊었다. 매화가 피고 개나리 진달래 벚꽃 이렇게 순서를..
2022년 2월 26일 토요일 곱방친구(모환춘,강석기,장기수,배병선) 최고의 시기이자 최악의 시기였다. 지혜의 시대이자 어리석음의 시대이기도 했고 믿음의 시대이자 불신의 시대였다. 빛의 계절이자 어둠의 계절이었다. 희망의 봄이었고 절망의 겨울이었다. 세상 모든 소설의 첫 문장 중 최고라 일컫는 찰스 디킨스 "두 도시 이야기" 첫 소절이다. 1859년 발표된 작품이니 150년 전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어찌 이렇게 같은지 2년 넘도록 지구촌에 드리운 코로나19의 그림자는 이 봄에도 희망이 없다. 오늘 박경리 소설 "토지" 속 배경 마을 평사리를 지난다. 작가 박경리는 토지를 쓰기 전 배경이 되는 평사리를 다녀 간 적이 없다. 하동 악양의 무딤이들 83만 평... 소설속 가상의 공간이다. 소설이 성공하며..
2021년 11월 7일 일요일 맑음 환춘 병선 기수 석기 활짝 핀 꽃은 보기도 좋고 싱그럽고 향기도 납니다. 봄날 만개한 꽃에겐 벌 나비가 날아들어 요란을 떱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잘나고 성공한 사람 주변엔 꽃에 벌 나비가 모여들듯 사람이 모여듭니다. 그러나 꽃은 언젠가 시들고 꽃잎은 떨어져 벌도 나비도 떠납니다. 자기 좋을 때만 찾아오는 벌 나비 같은 친구가 있습니다. 저울은 무게에 따라 이쪽으로 기울기도 하고 저쪽으로 기울기도 합니다. 가진 것이 많아서 내쪽으로 무게추가 기울때 내 쪽으로 우르르 몰려 오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가진것이 적어지면 썰물처럼 빠져나갑니다. 자기에게 어느 쪽에 이익이 있느냐에 따라 큰 이익 쪽으로 몰려 가는 저울 같은 친구도 있습니다. 산은 많은 새와 짐승들..
2021년 10월 17일 일요일 기수, 석기, 환춘, 병선, 복순 여름 방학이 끝나고 개학이 시작될 때쯤 매미소리는 잦아들고 쓰르라미 울기 시작하면 나는 하교 후 책가방을 내 던지고 뒤뜰의 감나무에 매달렸다. 이때부터 익기 시작하는 감을 따먹기 위해서다. 뒤뜰에 고목나무 감나무와 옆집 기석이네 감 과수원이 있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감은 스스로 낙과하는 과수다. 낙과는 열매가 지나치게 많이 열리면 감나무가 스스로 낙과시키는 현상이다. 적당히 열매를 남겨 제대로 키우기 위한 감나무의 지혜다. 이때 다 크지 못하고 떨어지는 감 중에 빠무래기라고 하는 덜 익은 감이 있다. 아직 홍시가 되기 전 감나무의 선택에 밀려난 낙과 직전의 감을 말한다. 제대로 자라지도 못했는데 낙과로 선택된 열매가 서둘러 익은 척하는..
2021년 9월 26일 일요일 맑음 석기, 기수, 환춘, 병선 운리에서 원정 마을로 이어지는 임도는 이제 막 초록의 빛에서 연두로 색을 갈아입기 시작한 감들이 길손을 맞는다. 연둣빛이 점점 짙어져 분홍으로 분홍이 붉은 홍시가 될 때쯤 감잎은 소명을 다하고 보살핌을 거두어 드릴 게다. 길가에 잘 익은 알밤이 여명 전인데도 허리를 굽히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게 한다. 가능한 농장이나 농가 주변의 밤은 줍지 않기로 다짐하지만 내 안의 물욕이 스믈스믈... '밤은 이미 추수가 끝났어' 말도 안 되는 논리로 합리화한다. 어느새 몇 번의 오름과 굽이를 돌아 참나무 군락지에 이른다. 도토리가 지천 일 거라는 예상은 완전히 빛나갔다. 도토리가 없다. 나무가 열매를 맺는 것은 생존이다. 가뭄이나 자연재해가 심해지면 열매를..
2021년 6월 13일 일요일 맑음 곱방친구4(석기, 기수, 환춘, 병선) 요맘때면 이 땅에 가장 힘든 삶이 있었다. 보릿고개 지난해 가을에 수확한 양식이 떨어지고 아직 보리는 미쳐 여물지 않은 5~6월이 식량 사정이 가장 나빴다. 이땅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유사 이래 계속 반복되는 슬픈 굶주림이다. 국토의 70%가 산지인 데다 교통이 불편해 물류 이동이 제한돼 가뭄, 홍수, 해충의 피해가 심한 흉년이면 그 정도가 심했다. 특히 일제 강점기에서 한국전쟁을 거치는 기간엔 굶주려 부황이 나거나 죽는 이 가 많았다. 전후 세대인 우리는 그 보릿고개 마지막 세대다. 처음 학교에 들어갈 때 가슴에 이름표 보다 무명 손수건을 먼저 달았다. 코 찔찔이들의 콧 수건이었다. 우리에 겐 손수건이라는 원래 이름보다 콧 수건..
2021년 4월 11일 일요일 청명 곱방 친구 4 지리산 둘레길 4,5코스(금계-동강-수철 23km) 풍경은 아름답지만 슬프고 잔인한 구간이다. 혼돈의 시기 인간의 무도하고 잔인함이 어디까지 인지 보여주는 현장 정부 수립이 끝나고 철학 부재의 이승만 정권은 제주 4.3 과 여수순천 사건을 해결하면서 친일파를 대거 기용, 스스로 정통성 없는 권력을 만들었다. 기득권을 지키려는 친일파에겐 불리한 입지를 뒤집는데 좌/우 대결 만큼 좋은 소재는 없었다. 제주 4.3과 여순사건에서 숙정대상이 된 군인과 노동자 농민들은 빨치산이 되어 지리산으로 갔다. 1948년부터 마지막 망실 공비 정순덕이 체포된 1963년까지 15년간 지리산은 해방구였다. 낮엔 대한민국 태극기가 펄럭이고, 밤이면 인민공화국 인공기가 휘날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