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리 부부 산방

지리산 둘레길 13코스(대축-평사리-원부춘)&형제봉(성제봉/1112m) 본문

이 또한 지나가리/지리산 둘레길(完)

지리산 둘레길 13코스(대축-평사리-원부춘)&형제봉(성제봉/1112m)

無碍人 2022. 3. 1. 08:52

2022년 2월 26일 토요일 곱방친구(모환춘,강석기,장기수,배병선)

 

최고의 시기이자

최악의 시기였다.

지혜의 시대이자

어리석음의 시대이기도 했고

믿음의 시대이자

불신의 시대였다.

빛의 계절이자

어둠의 계절이었다.

희망의 봄이었고

절망의 겨울이었다.

 

세상 모든 소설의 첫 문장 중 최고라 일컫는 찰스 디킨스 "두 도시 이야기" 첫 소절이다.

1859년 발표된 작품이니 150년 전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어찌 이렇게 같은지

2년 넘도록 지구촌에 드리운 코로나19의 그림자는 이 봄에도 희망이 없다.

 

오늘 박경리 소설 "토지" 속 배경 마을 평사리를 지난다.

작가 박경리는 토지를 쓰기 전 배경이 되는 평사리를 다녀 간 적이 없다.

하동 악양의 무딤이들  83만 평... 소설속 가상의 공간이다.

소설이 성공하며 평사리는 최참판 댁이 생기고 박경리 문학관도 생겼다.

지난해 12월부터 오디어 북으로 읽기 시작한 토지는 오늘 18권을 마쳤다.

전 5부 20권 중 18권이다.

1주일에 한 권씩 읽었으니 4개월  반이나 토지 읽기에 전념했다.

드디어 그 소설 속 마을을  오늘 지난다.

박경리 소설 토지 속 첫 소절은

"1897년의 한가위

 까치들이 울타리 안 감나무에 와서 아침 인사를 하기도 전에

 무색 옷에 댕기 꼬리를 내린 아이들이  송편을 입에 물고 기뻐서 날뛴다."

토지 1부는

1897년 한가위부터 1908년 5월까지 평사리라는 전형적 농촌마을을 무대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평사리의 전통적 지주인 최참판댁과 그 마을 소작인들, 최참판댁의 비밀

(김환의 출생 비밀과 최치수의 살해사건 등)과 조준구의 계략, 귀녀/김평산 등의 애욕 관계 등이 

한데 얽혀 한말의 사회적 분위기가 그려진다.

토지 2부는

1911년 5월 간도 용정촌의 대화재로 시작되어 1917년 여름 까지다.

경술국치 이후 1910년대의 간도 한인사회의 삶의 모습에 초점이 맞춰진다.

조준구의 계략에 재산을 빼앗긴 서희의 간도 이민의 형태를 빌리면서 서사적 공간이 이동한다.

간혹 지리산 동학 잔당의 모임을 제외하고는, 국내 정세보다 간도를 둘러싼 중국과 러시아의 정세가 주요한

배경을 이루면서, 최 씨 일가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독립운동의 양상을 폭넓게 그리고 있다.

그러면서 서희의 복수, 곧 최 씨 일가의 귀환을 향해 이야기가 집중된다.

토지 3부는

1919년 3·1 운동 이후 1929년 원산총파업과 광주학생 사건까지다.

1920년대의 진주와 서울 같은 도시에서의 삶이 집중적으로 그려진다.

서희의 노력에 의한 최 씨 일가의 대상(大商)으로 성장,

새로운 직업군으로 운전수, 의사 등 직업인과 교사, 신여성, 문필가 같은 지식층이 등장한다

조준구 몰락 후 허무에 부딪친 서희의 삶과 동학 잔당의 세력을 규합하여 독립운동을 벌이던 김환의 죽음,

송관수로 전형화되는 민중적 삶과 서울의 임명희를 둘러싼 지식인과 신여성들의 삶이 그려진다,

토지 4부는

1930년부터 1937년 중일전쟁과 1938년 남경학살에 이르는 시기가 배경이다. 

서사의 공간은 서울, 동경, 만주에서 하동, 진주, 지리산까지 더욱 확대되면서 이야기는 다원화된다.

민족주의, 사회주의, 공산주의, 무정부주의 등 독립운동의 여러 노선이 등장하고,

지식인들의 사상적 경향과 등장인물을 통해 일제에 대한 면밀한 분석도 시도된다.

길상의 출옥과 군자금 강탈사건, 윤인실과 오가다의 사랑이 그려진다.

토지 5부는

1940년부터 1945년 8·15 광복까지다.

5부에선 송관수의 죽음, 길상을 중심으로 한 독립운동 단체의 해체, 길상의 관음 탱화 완성,

오가다와 유인실의 재회, 태평양전쟁의 발발, 예비 검속에 의한 길상의 구속,

18권에선 양현과 영광, 윤국의 어긋난 사랑이 그려지면서 "토지"는 대단원을 향해 달리고 있다.

 

최참판댁 담장의 매화는 하현달 아래 봉긋하다.

임인년 첫 꽃 마중이라 나이도 잊고 꽃 앞에 얼굴을 디미는 친구들이 정겹다.

입석마을을 지나 형제봉 갈림길에서 형제봉에 다녀오기로 한다.

성제봉(1112m)이라 부르기도 하며

지리산 삼신봉에서 서쪽으로 뻗은 산줄기가 섬진강과 만나기 전 평사리 벌에 우뚝 솟은 형제봉은

산세만으로도 매력적이다.

강 건너 광양 백운산(白雲山·1,215m)을 향해 돌진할 듯 내리닫은 형제봉의

매끈한 능선은 철쭉 군락지다.

신선대(900m) 구름다리는 기둥이 없는 무주탑 현수교 형식으로 설치됐으며 총연장 137m에

폭 1.6m의 출렁다리다.

왕복 6km를 놀멍 쉴 멍 일출도 만나고 지리 주능선 천왕봉에서 제석봉, 촛대봉, 반야봉, 노고단

강 건너 백운산과 섬진강이 조망되는 전망대다.

 

오늘의 종착지 원부춘마을은 7년 전 한번 다녀 간 적이 있다.

부춘골 펜션에서 역사적인 이산 상봉을 했다.

40년 만의 이산 상봉이었다.

하동이 고향인 장모님이 결혼하여 고향을 떠난 후 사는 게 바빠 한 번도 다녀온 적이 없다 하여

자녀들이 추진한 형제 상봉이었다

그때 그 감회 글이 남아 있다.

 

우리 사진 한 장 찍어다오?

밤새 펜션엔 비가 내린다.
문 밖에서 웅성거리는 세월
날개 달린 생각들이
밤새도록 들락거린다.

비껴오지 못한 세월 앞에
형제는 함께 눕는다.
스르르 세월의 간극은 녹아내리고
눈가에 자꾸 물기가 어린다.
지난날들이 꿈처럼 지나고
두런두런 깨어나
소복이 모여 서로를 본다.

"우리 사진 한 장 찍어다오?"
형제는 나란히 손을 잡는다.
세월아 이제는 그만 여기 멈춰라
찰칵!
"잘한 일이야"
아내의 혼잣말이 사진기 넘어 나직이 들린다.

 

1. 산행코스

   대축-평사리-입석마을-형제봉 갈림길-신선대-제1 성제봉-제2 성제봉-형제봉 갈림길-원부춘마을

   (둘레길 12km, 형제봉 왕복 6km, 9시간)

 

@. 교통편

     센트럴시티-남원 심야버스

     화개 터미널-남부터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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