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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또한 지나가리/山·名山산행기

강원 태백 태백산(1567m)

無碍人 2015. 1. 28. 14:25

2015년1월25일 일요일 흐리고 눈보라 아그들이랑

 

언제나 이맘때면 겨울산에 대한 향수로 조바심이 난다.

산토끼와 발 맞추며 자란 어린 시절 장수 봉화산의 토끼몰이 추억 때문일까?

겨울이 깊어지면 덕유다 태백이다 눈 소식에 귀 기울이다 훌쩍 태백행 기차에 오르곤 했는데....

아그들 반장 경자의 덕유산 산행 제안이 단순히 그곳에 눈많을 것같다는 이유라 흔쾌히 수락하고 몇날을 촉각을 곤두 세우며 전국의

눈 산행지 눈 소식을 기다리다 태백에 20cm의 폭설이 내렸다는 소식에 태백행을 결정했다.

아침부터 부산을 떨며 아그들과 전철타고 신사역에 이르고

옥례 친구가 정성으로 준비한 황설기로 아침을 대신하고 출발부터 웃음꽃이 넘친다.

옥례표 황설기는 흔히 말하는 백설기에 호박꽂이로 색과 맛을 더한 설기떡인데 별로 떡을 좋아 하지 않는데도 입에 딱 맞는것이 별미다.

떡보인 울 천사 두어 덩이 챙겨와 오늘까지 먹고 있다.

태백행은 언제나 날을 밝히며 기차타고 다녀 왔는데 산악회 버스로도 4시간여나 달려야 하는 먼거리다.

7시에 출발한 버스가 11시가 돼서야 영월에서 태백으로 넘어가는 화방재 긴오름에 도착하고 사길령 제2매표소에서 출발이다.

 

화방재는 31번 국도가 지나는 곳으로 어평재라한다.

어평이란 태백산의 산신이 된 단종대왕의 혼령이 "이제부터 내땅(御坪)이다"라고 한데서 붙여진 명칭이라고 한다. 

사길령(四吉嶺)의 원래 이름은 석일령 (夕日嶺,1200 m)이다.

어쩌다 이 영산에 있는 이름이 우리가 인명과 지명에 별로 쓰지도 않는 사(四)자의 사길령이 됐는지 이또한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오역돼고 있음이니

고쳐 써야하는 이름이다.

이 고개로 부터 소백산 산줄기가 태백산으로 이어지는 약 10 km 남짓 떨어진 거리에 있는 경북 봉화군 우구치리(牛口峙里)에 있는 삼동산(三同山)  때문에

하루 세 번씩 이 석일령의 모습이 바뀌어 간다고 한다.

특히 저녁 때 삼동산으로 지고 있는 빨간 일몰이 석일령 살개바위에 비껴들기 시작하면 그 빛의 아름다움은 산골 길에 지친 모든 사람들에게 슬프지만 

평안하고 신비한 위안을 느끼게 한다.

그리하여 예부터 우리 조상들은 이 고개를 석일령 (夕日嶺,저녁 해를 받는 고개)이라 이름 붙였으며, 영동지방과 중부 내륙지방을 오가는 보부상들은

이 석일령 살개바위에 노을 빛이 비껴들기 시작하면 누구나 가던 길을 멈추고

냇드리(태백산과 소백산사이고원분지 마을들)를 찾아들어 하룻밤 잠자리를 얻고는 했다.

이 지역은 태백산과 소백산을 잇는 백두대간을 동서로 관통하는 영동과 중부내륙을 잇는 보부상들의 통로였다.

냇드리는 지형이 높은 고산지역이어서 여름 철엔 밤 늦은 시각까지 하늘 빛이 훤하게 밝힌다.

냇드리 산골 길에 익숙지 못한 나그네들은 멋 모르고 훤하게 밝은 그 하늘만 바라보면서 바쁜 길을 서둘러 그 험준한 산골 길을 접어들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냇드리 사람들은 누구나 한 마디씩 한다.

"이 보시우.새길재 (석일재) 살개바우에 빨간 살이 끼면, 대처바닥 에선 벌써 깊은 밤 이외다. 

 함부로 길 잘못 들지 말고, 아무 데서나 하룻 밤 묵어 가시라요? " 

서쪽으로, 삼동산에 지는 해가 살개바위에 복숭아 빛을 영롱하게 뿌릴 때면 벌써 평지엔 여름 날 깊은 밤 이다.

그러나 가는 길이 바쁜 낯선 나그네들은 그 밝은 빛을 바라 보면서 겁도 없이 산골 길을 재촉 한다.

삼동산 봉우리로 숨어드는 하루의 마지막 빨간 빛으로 산골 길을 오가는 사람 들에게는 위험한 때를 알려서 인가를 찾아 밤을 묵어가게 만들고,

산골 사람들 에게는 깊은 산에 들어갔다가 위험한 때를 짐작해서 돌아오게 해서 석일령이라 이름 불렀던 고개였

 

이틀전에 이곳 석일령에 20cm 넘는 폭설이 내렸다.

전국에서 모여든 나와 같은 부류의 산님들이 시장과 같은 인사인해를 이루고

잘 다져진 눈길에 아이젠과 방한복으로 중무장하니 오늘 내 다리 고생 좀 하겠다.

눈 산행의 묘미는 아이젠과 스패치 그리고 러셀하는 재미 인데, 워낙 많은 사람들로 러셀의 묘미도 없고 딱딱해진 눈길에 무릅의 고통만 

더 해질까 걱정이다.

그러나 구름이 잔뜩 낀 날씨에 금방이라도 폭설이 쏟아질거 같은 분위기가  운치를 더하고 앞 사람의 발자국만 밟고가는 산행이 나름

재미도 있다.

혈리마을 제2매표소를 통과한 우리는 사길령 표지석이 있는 제1매표소를 통과한 산님과 만나는 삼거리부터 산님은 두배가 돼고 유일사

입구 에서 올라온 산님이 합류하는 유일사부터는 등로는 교행이 불가능 할정도로 산꾼 산꾼이다.

장군봉 일대의 주목 군락지에 이른다.

여기도 어디 카메라 한번 제대로 내밀 수 없을 정도로 인산인해지만 몰아치는 강풍과 눈보라에도 아랑곳 않고 산님들은 제각각의

표정으로 추억담기에 여념이 없다.

몰아치는 강풍에 눈꽃은 없지만 지금 막 만들어지는 상고대의 풍경이 시시각각 달라지며 모습을 갖추어 가는게 신기하다.

살아천년 죽어천년 간다는 주목의 늠름한 자태에 한해 언제 그 무거운 눈을 머리에 이고선 모습은 없다.

강풍에 버티고선 늠름하고 장쾌한 남아 모습만이 오늘 장군봉에 있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철쭉가지의 상고대는 현재 진행형이고 발디딜 틈이 없는 천제단엔 평생 한번의 소원을 들어준다는 기원만이

가득하다.

 

태백산은 예부터 삼한의 명산,전국의 12대 명산이라 하여 '민족의영산'이라 불렸다.

백두대간의 중추이자 국토의 모산으로 맡며느리 다운 중후한 웅장함과 후덕함을 지닌 산이다.

지리산처럼 두리뭉실하나 계곡은 깊지 않고, 설악산처럼 높으나 험악한 곳이 없고 등산로도 단순하다.

그래서 눈감고도 오르내릴 수 있는 산이란다.

태백이라는 말은 '한밝뫼' '한배달'이라고 하는데 '크게밝다'는 뜻으로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데서 유래 되었다.

옛날부터 영산 태백산에는 절이 들어설 여백이 거의 없었다.

그것은 우리민족의 개조 단군신앙이 서려있고, 정상에 천제단이 있어 민간 토속신앙의 본거지로 삼아 외래종교를 거부한 민족적 자존심의

현장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천제단은 장군단과 천왕단과 하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영봉 정상에 있는 천왕단은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곳이고,

장군봉 정상에 있는 장군단은 사람에게 제사를 지내던 곳이며, 영봉에서 조금 내려가면 나오는 하단은 땅(자연)에 제사를 지내던 곳이란다

 

태백산은 하늘과 땅과 사람의 조화로운 삶이, 바로 우리 민족의 고유한 사상인 삼재(三才)사상을 의미하는 것이다.

 

점심시간을 훨씬 넘긴 시간인데 강풍과 눈보라로 더 이상 정상에 있을 수는 없다.

강풍을 헤치고 가가까스로 망경사에 이르렀는 데도 어디 돗자리 한곳 펼칠 만한 곳이 없다.

여기도 사람 사람 사람이다.

여기저기서 배고프다는 볼멘 소리인데 뾰족한 수가 없다.

어디 자리 펼만한 공간이라면 모두 산님들로 가득하다.

서둘러 반재로 하산 하기로 하고 발길을 재촉한다.

망경사 옆에는 태백산 산신령이 됐다는 단종 비각이 있다는데 눈보라속에 찾아볼 엄두도 내지 못하고 지난친다.

망경사는 신라 자장율사가 정암사에서 말년을 보낼때 문수보살이 나타났다는 소식을 듣고 이곳에 문수보살 석상을 모신 절이라는데

6.25때 불타 이렇다할 유물은 없고 산신각 대신에 용왕각이 있다.

이곳에 용정이라는 샘이 있는데 지하로 동해바다 용궁과 통한다하여 용왕각을 모신다고 한다.

반재에 이르러 겨우 간이매점 뒤에 자리를 펴고 산상 부페를 펼친다.

제각각 정성으로 무장한 보따리를 풀고 여덞명의 산 친구가 여덟가지 아니 그 두배 세배의 맛을 자랑하는 산상 부페에 허기진 배를 달랜다.

짧지만 잘차려진 성찬을 뒤로 하고 계곡에 이르자 눈보라도 강풍도 없는 따스한 겨울 날 양지바른 모퉁이 같다.

이렇게 변화 무쌍한 날씨라니 역시 고산은 특히 겨울 고산은 언제나 조심해야 한다.

호석총 (虎石塚)이라는 표지판이 나온다.

호랑이에 물려죽은 사람은 귀신이 되어 또 다른 사람을 호랑이에 물려 죽게 해 원혼을 푼다고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호랑이에 물려 죽어 큰 무덤이 되었단다. 호랑이가 많이 출몰했다는 의미 일게다.

단군 성전에 이르고 드디어 당골 눈 축제장이다.

무당집이 많아서 이름 붙여진 당골은 이 곳 태백산의 주계곡으로 신당이 흩어져 있다.

이 당골 광장에 매년 1월 말부터 2월 초에 눈 축제가 열린다.

마침 엊그제 오픈한 눈 축제장엔 사람들로 인산인해고 설국이 펼쳐지고 있다.

30여분 여유로운 시간을 눈나라에서 유유자적 하다가 시간에 맞춰 산악회 버스에 오른다.(17:00)

 

1. 산행코스

   화방재-사길령-유일사-장군봉-영봉(천왕단)-망경사-반재-단군성전-당골주차장

   (9.5km,5시간 시간의미 없음)

 

@. 교통편

   7호선 3호선 환승 신사역

   산수산악회 버스

 

2. 산경표

 

 

 

석일령(사길치)

유일사

 

 

 

 

 

 

 

 

 

 

 

 

장군봉 주목군락지

 

 

 

 

강풍에 눈보라 지대로 겨울산이다.

 

 

 

 

 

 

상고대가 현재 진행형이다.

 

 

 

 

 

 

 

장군봉(사람에 제사지낸다)

 

 

 

 

 

 

 

 

 

 

 

천왕단(하늘에 제사지낸다)

 

 

서 있기도 불편한 강풍과 눈보라

 

망경사

 

 

 

단군성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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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축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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