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리 부부 산방

지리산 둘레길 10,11코스(위태-하동호-삼화실) 본문

이 또한 지나가리/지리산 둘레길(完)

지리산 둘레길 10,11코스(위태-하동호-삼화실)

無碍人 2021. 10. 20. 13:45

2021년 10월 17일 일요일 기수, 석기, 환춘, 병선, 복순

 

여름 방학이 끝나고 개학이 시작될 때쯤

매미소리는 잦아들고 쓰르라미 울기 시작하면

나는 하교 후 책가방을 내 던지고 뒤뜰의 감나무에 매달렸다.

이때부터 익기 시작하는 감을 따먹기 위해서다.

뒤뜰에 고목나무 감나무와 옆집 기석이네 감 과수원이 있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감은 스스로 낙과하는 과수다.

낙과는 열매가 지나치게 많이 열리면 감나무가 스스로 낙과시키는 현상이다.

적당히 열매를 남겨 제대로 키우기 위한 감나무의 지혜다.

이때 다 크지 못하고 떨어지는 감 중에 빠무래기라고 하는 덜 익은 감이 있다.

아직 홍시가 되기 전 감나무의 선택에 밀려난 낙과 직전의 감을 말한다.

제대로 자라지도 못했는데 낙과로 선택된 열매가 서둘러 익은 척하는 감이다.

우리는 빠무래기 감을 가을 학기가 시작되는 9월부터 10월까지 두 달 동안 입에 달고 살았다.

딱히 먹을게 많지 않던 시절, 고목나무 감나무에 매달려 빠무래기 감을 따려하면

의례 어른들의 야단이 우리를 숨바꼭질 하게 했다.

요즘 단감나무처럼 키 낮은 감나무가 아니라 거목의 재래종 감나무에 올라 가지가

부러져 다치는 일이 종종 있었으니 말해 뭐하랴..

빠무래기 감은 약간의 단맛이 났다.

운이 좋으면 홍시 맛이 나는 빠무래기 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 떫은맛이 아직 남아 있어 먹고 나면 배앓이를 했다.

할머니는 내가 배 아프다 하면 감 지랄 낮다고 누룽지를 만들어 뜨거운 물을 먹게 하고

매끄러운 손으로 배를 살살 문 지러 주었다.

누룽지가 먹고 싶으면 배 아프다 거짓뿌렁으로 아픈 척하기도 하고 진짜 배가 아프기도 하고...

그때 먹던 누룽지 맛과 할머니 매끄러운 손이 배를 쓰다듬어 주는 손의 감촉이 참 좋았다.

할머니 손이 매끄러운 것은 손이 닳아 지문이 뭉개져 그랬다는 걸 그땐 몰랐다.

빠무래기 감이 부족하다 싶으면 덜 익은 감을 몰래 따, 국게 논 진흙 속에 2~3일 묻어 두면 감의 떫은맛이 없어졌다.

우리는 그걸 감을 우린다고 했다.

원래는 다 자란 감을 빨리 익히는 방법으로 항아리에 담아 따뜻한 곳에 두거나,

당시 가스불로 쓰던 카바이드를 한 덩어리 항아리에 넣어 감을 익게 하는 방법이었다.

꼭 국게 논에 묻어야 감이 잘 익었다.

국게 논은 항상 물이 나는 논으로 물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아 물이 따뜻했다.

국게 논 벼 포기 밑에 묻어 두면 떫은 감의 탄닌이 사라지며 단 맛이 났다.

국게 논에서 우린 쾌쾌한 진흙 맛 나던 감이 그립다.

 

지리산 둘레길 위태에서 하동호 가는 길은 감나무 천지다.

아마 둘레길에서 감나무가 가장 많은 곳이 9,10,11,12 코스로 이어지는 산청 하동 구간 일게다.

3주 전에 연두 빛이었던 감은 어느새 분홍이고 여기저기 낙과한 홍시 감이 지천이다.

낙과한 홍시 감 중에 빛깔 고운 감 한 개를 주워 맛을 본다.

완전 꿀 맛이다.

이를 본 감나무 주인아주머니 우리 더러 익은 감을 따먹어도 된다 하신다.

익은 감을 딸 시간이 없고 지금 익은 감은 상품이 안된다 하신다.

이곳의 감은 곶감을 만들기 위해 재배하는데 홍시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계속 농약을 살포한다.

상추 수확 전에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방부재를 살포한다는데 감도 역시....

어릴 적 빠무래기 감을 종일 입에 달고 살았는데...

홍시감이 농약을 뒤집어쓰다니... 무섭다.

그래도 홍시감 맛은 최고다.

단숨에 주먹만 한 홍시감 2개를 따 먹고도 계속 입맛을 다셨다.

 

오늘 우리 일행은 6명이다.

코로나 거리 두기 인원이 비 수도권은 8명

우린 모두 2차 접종 완료자들이다.

모처럼 복순 친구가 동행했다.

여러 번 망설임 끝에 동행한 친구다.

아직 전혀 부족함 없는 체력이다.

남자 친구들에게 민폐 된다고 사양하다 동행했는데 민폐 걱정은 기우였다.

우리 또래 여자 친구들이 산에 없다.

할아버지 산꾼은 있어도 할머니 산꾼은 없다 잖은가?

함께 할 수 있어 참 좋다.

일찍 끝나 산천재 들러 남명을 배우고 덕산 금성식당에서 흑돼지 삼겹살로 마감한다.

가격 대비 고기 맛 최고다.

도시에서는 절대로 맛볼 수 없는 가격에 깔끔한 음식까지... 그리울 게다.

이제 둘레길도 시작의 반을 넘었다.

함께 할 수 있는 친구가  있어 행복하다.

석기, 환춘, 기수, 병선, 복순 내일이 또 있어 다행이다.

 

1. 여행경로

    위태(1.2km)-지네재(1.8km)- 궁항마을(2.9km)- 양이터재(2.2km)- 나본 마을(2.8km)-

    하동호(2.1km)-평촌마을(2.4km)- 하월 마을(0.8km)- 관점 마을(1.0km)-

    상존티 마을(2.6km)- 존티재(1.2km)- 삼화실(동촌마을·1km)- 삼화초등학교(0.3km) 

      (20km, 8시간)

 

@. 교통편

   2330분 남부터미널-중산리

   1550분 덕산 시외버스정류장-남부터미널

    (토 일 요일만 운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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