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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또한 지나가리/山·名山산행기

지리산 구룡계곡/동창회

無碍人 2023. 10. 19. 07:18

2023년 10월 15일 일요일 맑음 나 홀로

 

"읽.걷.쓰 하고, 적게 먹고, 충분히 잔다"

내 삶의 지표다.

내게 주어진 시간 10년?, 20년?, 아님 그 이상??

그건 모른다.

얼마가 남았든 마지막 순간까지 나는 걷고 싶다.

내 삶의 마지막을 두 발로 걸을 수 있을 때 마치고 싶다.

읽.걷.쓰

읽고 걷고 쓴다.

나는 걷고 있을 때 독서를 한다.

요즘 책 읽기가 쉬워졌다.

오디오북이 생겨 웬만한 책은 오디오로 출시된다.

내 여행과 산행은 독서다.

이동 중엔 이어폰으로.. 호젓한 산길에선 스피커폰과 이어폰으로....

읽고 나면 리뷰를 쓰고 

산행과 여행 후는 기록한다.

2008년 블로그 시작 후 15년 동안 내 발로 걷고 쓴 리뷰가 900회가 넘었다.

내 삶의 기록이다.

어쩌면 복잡한 세상에 쓰레기를 더 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누군가 내 가 걸었던 길을 걸을 때 천만분의 일이라도 참고가 된다면...

적게 먹는다.

10년 넘게 1.5 식이다.

충분히 잔다.

하루 중 12시간은 일상이다.(일과생활)

3시간은 운동, 7시간은 숙면이다.

2시간이 먹고 씻고...

친구는 이런 나를 두고 '천년만년 살겨?'

천사는 '참 피곤하게 살아?'

남원행 1무박 3일

첫째 두째날은 만복대와 집안의 가을제사.

세째 날은 동창회 참석과 구룡폭포 산행..

사촌 중 한 사람이

'한 번도 행사 참석만 하는 경우가 없어 꼭 다른 일을 만들어 와'

힐난을 들었다.

동창회도 겉돈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참석하는 게 불편하다.

그래도 얼굴 보고 싶은 친구가 있어....

 

세계 문학전집을 학생 때처럼 섭렵하다 요즘은 역사소설과 대하소설에 푹 빠졌다.

박경리 토지 20권, 이문열 삼국지 10권, 초한지 10권,

조정래 태백산맥 10권,

그리고 이문열의 '변경'을 다운로드했는데

급선회 조정래 '아리랑'으로 돌아섰다.

(12권 중 3권을 읽고 있다)

이문열의 정치적 발언,

현 정권의 이념 갈라 치기 행보에 한 말씀 보탠 게 나를 빈정 상하게 했다.

"우리나라 절반이상이 왼쪽으로 기울어졌다"

이문열의 말이다.

황석영, 조정래가 대표적인 진보 작가라면 이문열은 보수 작가다.

그러나 그의 초기 작품에선 보수적 색채가 별로 없다.

내 20대 후반, 나를 사로잡았던 "영웅시대"

이병주'지리산' '산하'와 더불어 나의 근. 현대사 인식에 크게 작용했다.

작품'변경'은 영웅시대 후편 같은 책이라 평하는데 꼭 읽고 싶은 책이다.

'아리랑' 읽기를 마치면 '변경'도 읽어야겠다.

평역이지만 삼국지, 초한지에서 느꼈던 그의 구수한 입담이 기대된다.

조정래의 3부작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은 대표적 좌파문학이라 할 수 있다.

태백산맥을 읽으면서 진보적이라 생각하고 있던 내 사고가

보수 아닌가 싶을 정도로 붉으락 붉으락한 책이다.

그도 그럴 것이 태백산맥이 현대문학에 연재되고 보수 단체로부터

이적 표현물로 수백 건의 고발, 협박, 10여 년간 수사와 재판을 받아야 했다.

우리나라 최대 장기 미제 사건이었다 2005년에야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학생과 노동자는 읽지 말라는 황당한 꼬리표를 달고...

조정래 아리랑, 한강, 이문열의 변경 읽기를 마쳤을 때 내 사고는 어떻게 변했을지

지금부터 가슴이 뛴다.

 

친구들 만나 얼굴만 봐도 좋다.

내 얼굴 보고 내가 나이 들었다는 걸 모른다.

그런데 친구를 보면 나도 저 친구처럼 나이 들어가겠지

가슴이 철렁한다.

그래도 다들 건강한 모습 그때처럼 소년 소녀의 앳된 모습이 보인다.

만나면 그냥 좋다.

40명 참석이란다.

큰 거실이 꽉 찬다.

유머도 있고, 해학도 있고, 진지한 토론, 나만의 주장이 있는 왁자지껄 분위기 좋다.

내가 문제일 뿐...

태용이 김 셈의 발 마사지 덕분에 피로가 싹 가신다.

김쎔 마사지가 처음 아니지만 아직 친구 팔 힘이 건재해 더 좋다.

그 탄탄한 힘 언제 까지나... 엄살을 좀 보탠다.

엄살은 자존심이고 실제로 너무 아프다.

그다음은 시원하다.

항상 생각의 반대편에 있는 배법이 오늘 또...

쿡쿡 발로 몇 번 찾는데 자기주장이 강하다.

주장은 주장이고 생각은 생각

내 잠자리 불편 할까 봐 모텔 빌려 놨다고 가잔다.

생각은 달라도 의리는 늘 한결같다.

다른 친구들한테 미안해 처음엔 거절했는데 

40명이 한방에 모이니 숨이 턱 막힌다.

자리 하나 비켜 주는 것도 도움이다 싶다.

 

산행은

홀산이다.

함께 하기로 한 배법과 음대장이 지난밤 늦게 까지 회포를 푼 모양이다.

못 일어난다.

주천면 내송마을 향해 걷다가 지나는 택시 잡아타고

지리산 둘레길 출발점에 선다.

2년 전 배법, 음대장과 함께 걸었던 길이다.

익숙한 산길 밤나무 아래 토실토실한 늦밤이 물욕을 자극한다.

한 줌 가득 줍다가 그만둔다.

줍는 욕심에 비해 입성 짧은 우리 부부  별 소용이 없다.

개미정지, 솔정지, 구룡치, 사랑나무(연리지), 그리고 , 사무락나무락, 다시 만나 정겹다.

사랑나무에서 사랑을 얻고, 사무락나무락 뜻을 모르겠다.

전라도 말로 담을 다무락이라 하는데 사무락다무락이 아닌지....

검색창에 띄웠는데 만족한 답이 없다.

지리산 영신봉에서 북상을 시작한 백두대간은 지리 주능선 25km를 달려

노고단에서 성삼재 건너 만복대로 방향을 틀며 북진을 시작한다.

정령치 건너 고리봉에서 급경사로 고기리로 내리꽂은 산줄기는

우리나라 유일무이한 평지 분수계를 만난다.

여암 신경준의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

산은 스스로 물을 가른다,

물은 산을 넘지 못하고 산은 강을 건너지 않는다.

고기리 삼거리에서 덕치리 지나 노치마을까지 분명 이곳은 분지다.

산줄기는 없다

그런데 물을 보이지 않는 산줄기를 넘지 않는다.

물은 절대로 산을 넘지 않고 산은 강을 건너지 않는다.

덕치리 마을 오른쪽 물을 덕산 저수지에 모였다가 운봉 림천을 지나 낙동강으로...

왼쪽 물은 구룡계곡을 지나 섬진강으로...

백두대간은 노치마을 뒤 수정봉, 여원재, 고남산, 봉화산을 향해가고

수정봉 아래 깊은 계곡을 일궜으니 구룡계곡이다.

아홉 마리 용이 올랐다는 3.5km 계곡을 고기리분지 아래 빗어 놓았다.

아직 사람 발길이 지나지 않은 가을 아침 구룡폭포는 장엄하다.

폭포 아래 어디선가 목을 다스리는 사랑가 한마디 들리듯 하다.

가을은 아직 설익어 푸르름이 진하고 수량 풍부한 물은 시원하다.

남원 8경 중 제1 경이 구룡폭포 아래 용소 아니던가?

혼자보고 혼자 놀기 아깝다.

비폭동 지나 육모정까지 호젓한 계곡 사람 발길 적어 천국이다.

사람 많은 서울의 관악 도봉 북한산을 싫어하는 내 체질에 딱 맞다.

버스는 한 시간 후에 있고 카카오 택시 불러 광한루로 go go...

친구 만나 남원 추어탕으로....

부처님 말씀에

"함부로 인연 만들지 마라

원수 되면 만날까 두렵고,

그리운 사람 못 만나 슬프다"

그래도 오래된 인연은 따뜻해 좋다.

 

1. 산행코스

   내송마을-개미정지-솔정지-구룡치-연리지-회덕마을-구룡폭포-경천벽-비폭동-지주대-유선대

   -서암-육모정(9km, 3시간)

 

@. 교통편

    주말 성삼재행 심야버스(동서울)

    남원-용산 ktx

 

2. 산행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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