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리 부부 산방
해파랑 46코스(장사항-봉포항-천진해변-청간정-이야진해변-천학정-능파대-백도해변-자작도해변-삼포해변) 본문
2023년 10월29일 일요일 맑음 천사랑,시유네랑
열매달 열사흘 달이 설악에 걸렸다.
"시작이 반이라는 우리들은 그르다.
뉘라서 열사흘 달을 온달이라 하리오"
우리 속담은 시작하는 게 어려우니 우선 시작부터 하라고 가르친다.
특히 나이 들어 무슨 일을 시작한다는 게 어렵다는 걸 깨닫고부터 더 그렇다.
그런데 난 열사흘 달을 보면
저 달은 온달(보름달)은 아닌데.. 하는 생각부터 든다.
우리 속담에
"열흘은 아홉날과 같지 않다"
열흘은 아홉날보다 더 길기 때문이다.
'시작했으니...'
'시작이 반이니...'
안주하지 말자.
작심삼일(作心三日 )... 용두사미(龍頭蛇尾) .. 이런 말들을 가까이 말자.
저(열사흘) 달이 온달이 아니듯
시작한 코리아 둘레길 4500km 끝가지 간다.
가다가 중지곳 하면 아니 감만 못하다.
시작만 하면 절반은 먹고 들어가는 게 아니다.
시작이 반은 아니다.
아홉날이 결코 열흘과 같을 순 없다.
금강산 가는 길을 비추는 열사흘 달 앞에 결기를 다지며 간다.
장사항은 아직 깊은 잠에 빠져있다.
어항인데 동해에 명태가 사라진 후 일찍 조업에 나서는 배가 없다.
먼바다에도 조업하는 배가 안 보인다.
어둠 속에 바다는 찰삭거리며 새벽을 기다린다.
날이 새면 저 포구가 포구 다웠음 좋겠다.
조업에 적당한 물때가 아닌가?
바다에 문외한이니...
더 궁금한 건 십수 년 전엔 속초에 오면 오징어가 지천이었는데
오징어 구경도 하기 어렵다.
건어물 가게 구석에서나 만날 수 있다.
오징어는 이제 금징어가 됐나 보다.
장사항을 지나 봉포항으로 방향을 잡으면 금강산 가는 길이다.
속초시 장사동에서 고성군 토성면으로 해파랑길도 마지막 행정구역에 들어선다.
봉포해변 2층버스에서 추억을 담고
봉포항 빨간 등대에 해오름이 시작된다.
검은 바다 연무 사이로 현란하고 몽환적인 해오름이다.
구름 한 점 없는 찬란한 해오름도 장관이지만 이런 몽환적인 해오름도 가슴 설렌다.
봉포항 빨간 등대와 잘 어울린다.
천진해변은 초승달 모양의 쪽빛 바다가 펼쳐진다.
일출이 끝난 바다는 백사장의 오렌지빛과 쪽빛이 둘이만 보기 아깝다.
바다에 손을 담그면 금세 초록인간으로 환생할 것 같다.
청간정은 강원 북부 최대규모의 누각이다.
남으로 설악산에서 발원한 청간천이 북으로 기암절벽과 그 위에 팔작지붕의 중층 누각이 청간정이다.
동으로 쪽빛 바다가 서로는 설악의 능선이 펼쳐진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일출과 월출이 아름다워 시인 묵객들이 발길이 끊이지 않았고
정철이 관동팔경 중 하나로 꼽았던 곳이다.
옥빛 파도가 밀려와 부딪치는 모습이 황홀하다.
활처럼 부드러운 곡선의 백사장을 가진 아야진해변은 한쪽이 둥글게
다듬어진 바위여서 독특한 분위기다.
해변은 아담한 곡선을 이루고 유난히 하얀 백사장과 속이 훤히 보이는 깨끗한 바다가 아름답다.
철 지난 탓도 있겠지만 한적하고 조용한 해변이 멋스럽다.
해양 액티비티 천국이라 불리며 스킨스쿠버들이 많이 찾는 해변이다.
천학정은 남쪽으로 청간정과 바다 쪽으로 백도를 바라보고 있으며 북쪽으로 능파대가 있다.
기암절벽 위에 날렵하게 앉은 누각이 주변 풍광과 잘 어울린다.
누정에 앉아 어제 속초 중앙 시장에서 산 술빵으로 아침을 대신한다.
문암항 근처 능파대는 ‘타포니’라고 불리는 크고 작은 구멍들이 신비롭고 그로테스크한
느낌을 주는 거대한 바위들이 있다.
진안 마이산에서 보았던 그 바위 같다.
해가 중천에 오르니 덥다.
가볍게 겉옷을 벗고 백도해변, 자작도 해변을 지나 드디어 삼포 해수욕장이다.
삼포 해수욕장은 일출과 조개잡이로 많이 알려진 해변이다.
제법 큰 리조트도 있고 백도, 흑도, 호미도가 비록 무인도긴 하지만 자리하고 있다.
조개잡이는 서해 갯벌에서나 하는 걸로 알지만 삼포해변 모래 속에서 잡는 조개잡이도 유명하다.
해파랑 46코스 천사랑 함께 했다.
아이들 만나 영랑호 자전거 투어 한번 더하고(울 시유가 꽂혔다.)
거진항 명태 축제에 들렀다.
이름은 명태축젠데 명태 축제에 명태는 없고 장사꾼만 가득하다.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더니 어느 주민이 듣고 '늘 하던 거라' 한다.
지자체에서도 고민이 깊을 것 같다.
지구 온난화로 명태가 안 잡히니.. 생포한 명태에 포상금까지 걸어야 한다니...
1. 탐방코스
장사항-봉포항-천진해변-청간정-이야진해변-천학정-능파대-백도해변-자작도해변-삼포해변
(15km, 3시간 30분)
2. 탐방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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