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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 18,19코스(간세라운지-김만덕기념관-사라봉-삼양해수욕장-조천만세동산-함덕해수욕장-서우봉-북촌항-동복동) 본문
제주올레 18,19코스(간세라운지-김만덕기념관-사라봉-삼양해수욕장-조천만세동산-함덕해수욕장-서우봉-북촌항-동복동)
無碍人 2024. 11. 28. 06:282024년 11월26일 화요일 흐림 강풍 나홀로
인선과 경하는 같은 출판사에서 프로젝트 동료로 만나 친구가 되었다.
인선의 부모는 4.3의 직접 피해자로 인선은 4.3의 참혹한 고통을 듣고 자랐다.
작가인 경하는 어느 날 악몽을 꾸고 도시의 학살에 대한 작품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고민하며 아파한다
그러다가 인선과 4.3 학살에 대한 추모의 기록을 얘기한다.
그 프로젝트 제목이"작별하지 않는다" 였는데...
그렇게 프로젝트는 시작했지만 유야무야 되고 어느 날 인선으로부터
급하게 와 달라는 부탁을 받고 앵무새 아미를 구하기 위해 제주 인선의
집으로 가면서 인선의 가족사를 접한다....
인선어머니 정심은 4.3 사건으로 아버지와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오빠는 실종됐다.
어머니 정심은 치매에 걸렸으면서도 오빠의 흔적을 찾아 유골이 발견된 현장을 찾아다니다 사망한다.
작품이 좀 어렵다.
시간과 공간이 넘나들며 앵무새 아미가 죽었는지, 혹은 인선이 죽었는지, 아니면 화자인 경하가
죽었는지 꿈 이야기 같기도 몽환적이기도 하고....
경하, 인선 정심의 이야기가 뒤죽박죽인 듯 하지만 그 내용엔 일정한 질서와 메시지가 있다.
이전 작품 "소년이 온다"에서도 사건의 현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여럿이었다.
죽은 동호의 시선 동호를 지켜본 동료의 시선, 가족의 시선, 화자(글쓴이) 시선이 난해하다.
그래서 한강 작가의 작품이 어렵다고 하나보다.
이 작품은 단순한 4.3의 기록이 아니라 사건이 끝났는데도 이어지고 있는 고통과 상실을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지를 말하고 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하는 것들,,,
그것과 작별하지 말아야 하는....
제주올레 마지막 일정에 들어간다.
1코스를 수년전 해뒀기 때문에 광치기 해변에서 3월 18일 시작했다.
가파도올레, 추자도올레, 우도올레도 시간이 좀 지나긴 했어도 이미 다녀온 바 있다.
제주 본섬 올레를 금년 안에 마치기로 한 내 목표가 시작된다.
출발 전부터 날씨가 걱정이었는데 비 예보에도 불구하고 비는 없다.
다만 바람의 섬 닮게 제주 바람이 무언지 보여 주는 듯....
17코스 종점에 섰을 때(9월 24일)만 해도 17코스 종점이자 18코스 시작점이
간세라운지였는데 그사이 17코스 종점과 18코스 시작점이 김만덕 객주터로 바뀌었다.
객주터를 출발하자마자
4.3 주정공장...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으로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고 출발했다.
작품에도 나오는
"주정공장 뒤에 있는 십여동 고구마 창고에 사람들이 갇혀 있다고..."
"창고뒤 언덕 모퉁이에서 기다리니까 청년 여덟이 줄을 지어 식수통을 지고 올라왔대,
그중 맨 뒤에 있던 사람이 외삼촌이었어, 오래 굶주려선지 더 작아진 체구...."
"그때 엄마는 오래 후회하게 될 말을 했어, 오빠 머리가 무사 그러 멘? 머리가 이상해"
그 현장이다.
여러 동의 고구마 창고는 없고 주정공장터만... 기념관으로
살아남은 한 여인의(정심) 한평생을, 치매에 걸려서 까지 지배했던...
아니 그 자녀, 딸의 삶까지 굴레 지었던 아픈 현장,
제주말 중에 "사난 살앗주","넘으난 넘엇주" 라는 4.3 언어가 있다.
4.3을 견디며 만들어진 말로
"살 다보니까 살 수 있더라" "넘었으니까 넘었지"라는 한숨과 회한의 언어다.
이게 국가 폭력, 4.3이다.
국가폭력의 이 아픈 역사가 이 땅 곳곳에... 깊이 머리 숙인다.
반복되지 않으려면 반드시 기록하고 기억해야 한다고...
누가 이 기록을 두려워하느냐고? ,누가 이 기록이 대한민국이 정의롭지 못한 나라라고...
수치스럽다 하느냐??
이런 기록이야 말로 정의로운 대한민국 상징이다.
사라봉 오름 지나 제주항이 내려다 보이는 숲길...
낙조가 아니어도 멋지다.
필라델피아해안, 스페인 어느 항구가 멋지다 누가 말하는가?
여기와 보라, 절벽아래 그림처럼 펼쳐진 제주항, 이국적이라고?, 아니 정말 제주스럽다.
제주스런 항구가 여기 있다. 낮게 드리운 구름, 머리를 흩트리는 바람, 다 정겹다.
별도봉, 화북포구, 오늘 제주 바다는 시끄럽다.
그러나 참 신기하다.
바다는 바다에서만 시끄럽다.
포구로, 해안으로 몰려오던 포말도, 파도도, 딱 거기까지만이다.
파도가 해안을 덮치거나 포구를 위협하진 않는다.
딱 멈춰야 할 곳에 멈추는 파도,
바다는 바다, 뭍은 뭍이다.
검은 모래 삼양해수욕장엔 거친 파도에 아랑곳없이 해변을 걷는 걸음들이 정겹다.
파도는 요란해도 딱 멈춰야 할 곳에 멈춘다.
닭모루, 닭머르라고도 한다.
해안 전망대가 있고 사진 찍기 좋은 해안이다.
닭이 모이를 쪼는 모습,
정자가 닭 볏에 해당하는 듯,
오늘은 거친 바다를 향해 "꼬끼오" 하고 대항할 자세다.
대섬 지나, 만세동산에서 18코스를 마무리하고 19코스에 든다.
관곶은 조천으로 가는 길목의 곶이다.
바다 건너 육지는 해남 땅끝 마을...
파도는 하얀 포말로 다가오고, 현무암 해안의 코발트빛 바다는 파도와 난 달라하며 여유롭다.
저기 바다는 요란한데 현무암 해안은"웬 요망?" 한다.
함덕해수욕장에서 해장국 한 그릇 해치우고... 서우봉으로 향한다.
서우봉 낙조도 사라봉 낙조만큼 유명하다.
낙조 아니라도 낙조 포토존의 그림은 일품이다.
낙조 보러 다시 와야겠다.
해동포구 지나 너븐숭이...
다시 4.3의 현장이다.
현기영 작가의 "순이 삼촌"무대다.
1949년 1월 17일 북촌초등학교에 모인 300명의 주민을 2 연대 군인들이 인근 밭으로
끌고 가 학살했다.
"죽는 날까지 우리 서방은 군인 욕을 안해서,
좋다 나쁘다 아예 입에 담질 않아서,
대신 빨갱이라 허명 질색을 했주데,
무장대 그 사람들이 한 거 무신거 있느냐구,
경찰 멧명 죽이고 죄 어신 가족 헌티 복수하고
산에 도망가불 민 그 마을에서만
이백 명 삼백 명이 보복으로 떼죽음 당해신디,
지상낙원 만든다 허멍 그거 지옥이주게 어떵 낙원이냐구"
-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중에서
제주 올레를 하며 4.3의 현장을 여러 번 지났다.
여러 번이 아니라 4.3의 비극이 없는 마을을 찾기 힘들 정도로
비극의 현장과 그들의 주검이 영면한...
이렇게라도 4.3의 비극을 내놓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민주화 덕분이라는 것을...
정의로운 나라는 부끄럽고 치욕스러운 역사를 어둠에 가두는 게 아니라
밝은 곳으로 끌어 내는것이란 걸.....
동복리 에이바 호텔에서 33km의 하루의 피로를 달래며 올레 끝을 향해 간다.
1. 탐방경로
간세라운지-김만덕객주터-4. 3주 정공장수용소-사라봉-별도봉-화북비석거리-화북포구-해신사-
삼양해수욕장-삼양포구-원당봉입구-사비코지-닭모루-대섬-연복정-조천만세동산-
관곶-신흥리백사장-제주대해양연구소-해양연구소-함덕해수욕장-서우봉입구-해동포구-
너븐숭이 4. 3 기념관-북촌리도대불-에이바호텔 (33km, 8시간 30분)
@. 교통편
김포-제주
공항-간세라운지 택시
2. 탐방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