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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현이기사

수학쇼 진품명품

無碍人 2010. 4. 27. 11:29


 


아름다움의 비밀은 수학!

안녕하십니까? 숨어 있는 수학을 쏙쏙 찾아 내서 척척 알려 드리는 ‘수학쇼! 진품명품’의 진행을 맡은 이언경, 조가현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신년특집으로 우리 조상들의 얼이 깃든 문화재를 감정해 보겠습니다. 1부, 2부 모두 알차게 준비했으니 한 순간도 놓치지 마세요. 오늘 주제를 위해 특별히 도움 말씀을 주실 감정단 세 분을 모셨습니다. 먼저 수학에 대해서 알기 쉽게 설명해 주실 수학자 국오현 씨, 세계적인 건축가 석아래 씨, 마지막으로 문화재청에서 박국보 씨가 나와 주셨습니다. 짝짝짝~!

한옥의 아름다운 비율은 구고현의 정리에서!

한옥마을에 나오니 한옥 특유의 아늑함과 편안함 때문에 기분까지 좋아지는군요. 눈치 빠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첫 번째 의뢰품은 세계적으로 도 그 미와 실용성을 인정받은 한국인의 전통가옥인 한옥입니다. 먼저 국오현 씨가 한옥의 수학적인 가치를 설명해 주시겠습니다.

한옥은 한국의 전통 건축 양식으로 여러 특징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비율이 매우 아름답습니다. 서양에서는 약 1:1.618의 황금비율을 따르는 파르테논 신전과 같은 건축물이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3:4:5의 비율을 가지는 즉 구고현의 정리를 따르는 한옥이 있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원과 사각형을 기본 도형으로 생각했는데, 동양의 피타고라스 정리라고 불리는 구고현의 정리는 여기서 유래했습니다. 중국의 천문 수학책이자 신라시대의 천문학 교재인 ‘주비산경’에는 ‘구는 지름이 1인 원의 둘레를 나타내는 값으로 3, 고는 한 변이 길이가 1인 정사각형의 둘레로 4, 수의 순서로 보아 현은 5’라고 기록돼 있습니다. 또한 모눈 위에 그림을 그려서 구고현의 정리를 설명했지요. 이는 약 3000년 전에 이용된 것으로 피타고라스의 정리보다 500년 정도 빠릅니다.  
 



동양의 수학도 서양의 수학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는군요. 그렇다면 구고현의 정리가 구체적으로 한옥의 어디에 쓰입니까?

지붕을 한번 보시죠. 지붕 모서리에 추녀가 보이시나요? 추녀를 자세히 보면 *주심도리를 밑변으로 *중도리를 높이로 한 직각삼각형의 빗변에 추녀가 놓여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추녀의 길이를 구하기 위해 구고현의 정리를 사용했지요. 이 외에도 방의 크기를 정하거나 대문을 만들 때, 모서리의 직각을 확인하기 위해서 구고현의 정리를 씁니다. 한옥을 지을 때만 구고현의 정리가 쓰인 것은 아닙니다. 다리나 석탑 등 다양한 건축물을 지을 때도 이용했습니다. 특히, 자로 재지 못하는 길이를 구할 때 유용하게 사용했지요.
 

구고현의 정리가 한옥을 비롯한 여러 건축물을 짓는 데 기본이 됐군요! 그러면 현재 남아 있는 한옥에서 구고현의 정리를 찾아볼 수 있는 건가요?

목조 건물인 한옥은 세월이 지나면 변형됩니다. 측정할 때도 오차가 생기기 때문에 현재 수치가 정확히 구고현의 정리와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또한 한옥은 건축물이기 앞서 하나의 예술품입니다. 집을 짓는 목수에 따라 다른 비율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목수마다 선호하는 비율이 따로 있기 마련이니까요. 하지만 모든 한옥을 구고현의 정리를 기초로 지었다는 것은 남아 있는 역사 자료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실용성까지 생각한 곡선의 미

한옥이 놀라움의 대상이 되는 것은 실용성은 기본이요, 아름다움까지 추구한 우리 조상들의 멋스러움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세계가 감탄하는 아름다운 곡선이 한옥의 백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옥의 곡선에는 어떤 수학이 숨어 있을까요? 앞서 이야기한 지붕에서도 곡선을 찾아볼 수 있다는데, 어떤 것인가요?

지붕을 정면에서 바라보면 가운데보다 지붕 양쪽 끝이 올라가 둥근 곡선이 만들어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를 처마허리라고 합니다. 처마허리는 추녀 양쪽 끝에서 줄을 자연스럽게 늘어뜨려 그 모양대로 만듭니다. 처마허리의 곡선을 수학에서는 현수선이라고 합니다.


현수선은 갈릴레이가 포물선으로 착각해 설명했을 정도로 포물선과 유사한 곡선입니다. 이 곡선은 처마허리뿐만 아니라 한옥의 *처마와 기와, *용마루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처마와 기와, 용마루의 곡선을 프랑스의 수학자 파스칼이 연구한 사이클로이드 곡선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물체가 사이클로이드 곡선을 따라 움직일 때 곡선의 경사면에서   속도가 가장 빠른데, 처마와 기와, 용마루의 곡선도 성질이 같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여름의 집중호우 때문에 지붕 위에 내리는 빗물을 빠르게 흘려보내지 못하면 빗물이 고여 물이 새게 됩니다. 더구나 빗물이 스며들면 목조 건물인 한옥이 썩기 때문에 빗물을 빨리 흘려보내야 하죠. 그래서 지붕을 우묵한 곡선 모양으로 만듭니다.

*처마 : 기둥의 바깥쪽에 자리 잡은  지붕이나 그 아랫부분.
*용마루 : 지붕 꼭대기에 기와를 쌓아 만든 작은 담.





한옥의 지붕에서도 우리 조상의 지혜를 엿볼 수 있네요. 한옥을 샅샅이 살펴보니  한옥의 뼈대인 기둥도 그 모양이 다양하던데요. 기둥에도 종류가 있나요?

한옥의 기둥은 지름이 일정한 원통기둥, 아래로 내려올수록 기둥의 굵기가 커지는 민흘림기둥, 배나온 사람처럼 기둥의 중간이 위아래보다 볼록하게 나온 배흘림기둥으로 나눕니다. 민흘림기둥은 밑이 굵고 위가 얇은 나무의 모습을 본딴 것으로 자연과 함께 어울려 살고자 한 조상의 뜻이 담겨 있습니다. 배흘림기둥은 궁이나 사찰과 같은 큰 건물에서 많이 사용했습니다. 배흘림을 주지 않으면 기둥의 가운데 부분이 얇아 보이는 착시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배흘림은 시각적으로도 구조적으로도 안정을 주는 기법이라 삼국시대부터 현재까지 사랑받고 있습니다.

미세한 비대칭의 구슬픈 떨림음

이번에는 비대칭의 아름다움을 귀로 느낄 수 있는 시간입니다. 댕~. 앗! 갑자기 어디서 들려오는 종소리일까요? 아! 60년 만에 돌아왔다는 백호랑이해가 밝았음을 알리는 제야의 종소리였군요! 곧고 낮게 울려 퍼지는 보신각 종소리가 벅차게만 느껴집니다. 보신각 종은 지금 소개할 유물을 본떠 만들었다고 하는데요. 과연 무엇일까요?

종소리가 아이 울음소리를 닮았다고 해 에밀레종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신라의 성덕대왕 신종입니다. 종을 만들어 내는 일이 자꾸 실패로 돌아가자, 한 어머니가 자신의 아들을 바쳤고 끓는 놋쇠와 함께 아이는 이 *범종으로 다시 태어났다는 소름끼치는 전설이 있습니다. 종소리가 구슬프긴 해도 아무리 들어도 에밀레라고 들리진 않는 것처럼 이 이야기 역시 사실이 아닙니다. 종 성분을 검사한 결과, 사람 뼈 성분인 인이 없었거든요. 사람 울음소리로 착각하게 만드는 웅장하고도 애달픈 소리는 다름아닌 비대칭이면서 오목한 종 모양 때문입니다.

*범종 : 때나 시간을 알릴 때 절에서 쓰던 종.

보통 아름다움이라 하면 완벽한 대칭을 상상하겠지만, 에밀레종은 살짝 비대칭입니다. 종 맨 아래 부분에 새겨진 무늬와 금세라도 날아갈 듯한 비천상 조각은 종을 비대칭으로 만드는 원인이죠. 이 미세한 비대칭은 바로 맥놀이라는 현상을 만듭니다. 맥놀이는 떨리는 정도가 비슷한 두 음파가 서로 섞일 때 나는 소리예요. 두 악기가 음정이 맞지 않아 웅웅거리는 소리를 내는 것도 맥놀이파 때문입니다. 맥놀이파는 두 음의 차이 만큼 생깁니다. 에밀레종의 첫 소리에는 무려 50가지가 넘는 음파가 섞여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높은 음파는 사라지고 낮은 음파만 남지요. 그 중 마지막까지 들리는 소리는 *168Hz 음파예요. 바로 이 음파가 에밀레종의 대표 소리, 즉 아이 울음소리를 내는 주인공이지요. 이 음을 더 세분화한다면 168.52Hz와 168.63Hz이 두 음이 서로 섞이면서 두 음의 차인 0.11Hz만큼 진동합니다. 0.11Hz × 9 = 0.99Hz이므로 약 9초에 한 번씩 온 몸을 떨며 아이 울음소리를 낸답니다.

Tip 비천상 등 종의 문양과 종을 만드는 과정에서 섞여 들어가는 공기의 양은 종을 비대칭으로 만드는 원인이다. 그러나 비대칭 정도는 우리 눈으로 구분하기 힘들다. 종 아래 파놓은 땅은 종소리의 울림을 지속시킨다.

매듭에 어린 아름다운 도형

손끝으로도 수학을 만들어 볼 수 있다고 하는데요.이번 유물에선 또 어떤 수학이 숨어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유물 나와 주세요!

이번 유물은 대삼작 노리개입니다. 궁중 의복에 사용했던 장식이지요. 빨강, 파랑, 노랑 등 고운 색깔의 매듭과 술에서 옛 여인들의 고상하고 화려한 모습이 떠오릅니다. 




전통적 의미로, 매듭이란 매듭의 중심에서 시작해 매듭의 중심에서 끝나며, 그 모양이 대칭을 이룬 것입니다. 앞뒤 모양이 똑같고 정확히 좌우 또는 상하 대칭인 매듭의 특징은 도형과 연결되죠. 작은 원을 삼각형이 둘러싸면 전체적으로 마름모 모양의 매듭도 만들 수 있고요. 그럼 매듭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매듭은 온몸에서 비례를 느낄 수 있어요. 매듭은 작품 하나를 만들 때 끈 하나로 만듭니다. 그래서 모양을 제대로 잡기 위해서는 전체 끈의 양과 길이를 정확히 알고 계산해야 하죠. 국화매듭은 중심에 사각형을 두르고 원으로 된 고리를 꽃잎처럼 펼칩니다. 중심에 있는 사각형의 크기를 키우기 위해선 사각형을 이루는 끈의 갯수가 2, 4, 6처럼 배수로 나가야 합니다. 피라미드 모양의 석씨매듭은 1, 3, 5처럼 홀수 배수로만 나가죠.

매듭에서 찾은 비례와 도형으로 비례감각과 공간감각을 배울 수 있습니다. 매듭은 그래프 이론, 평면·입체 도형을 공부할 때도 좋은 도구죠. 매듭을 연구하는 수학 분야도 있습니다.

우리 선조들은 자신도 모르게 비례와 공간감각을 배워 나간 것은 아닐까요? 한옥이나 매듭에서 볼 수 있는 비례와 대칭, 그리고 기하학적 지식이 조상의 삶 속 깊숙이 배어 있었으니까요. 자, 그럼 2부에서 더욱 재미있는 내용으로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채널 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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