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리 부부 산방

호남정맥 3구간종주(염암재-소금바위산-오봉산-749번지방도-운암삼거리-모악지맥분기봉-묵방산-배남재-가는정이-성옥산-소리개재-왕자산-구절재) 본문

이 또한 지나가리/호남정맥(完)

호남정맥 3구간종주(염암재-소금바위산-오봉산-749번지방도-운암삼거리-모악지맥분기봉-묵방산-배남재-가는정이-성옥산-소리개재-왕자산-구절재)

無碍人 2014. 6. 5. 11:10

2014년 6월2일 월요일 비에 강풍 나홀로

 

결과적으로 최악의 선택 이였다.

50여일째 정맥길을 쉬고 있었다.

4월15일 2구간 종주후 아버님 기일이 있었고,오래전계획된 가족여행,어버이날,조카 결혼등으로 좀 처럼 시간을 할애 받지 못하다가 모처럼 시간을 냈는데...

계속 주시하던 일기 예보는 출발 3시간 전까지 오후 3시이후 부터 비가 내린다 했는데 일기 예보는 빗나가고 오전 8시에 슬쩍 내린 비는 등로를 온통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등산로가 잘 발달된 명산 산행이야 어지간한 비에도 끄덕 없다.

하지만 정맥길은 산불난곳,벌목지대의 잡목과 가시덩쿨이 등로를 지우고 6월의  숲에 내린 비는 지옥을 만들었다.

오래 정맥에 들지 못한 조바심으로 스스로 자초한 호남정맥 최고의 난코스에서 최악의 날씨를 더해 백두대간 이화령구간에서 영하16도 혹한에 조령으로

탈출한 이후 두번째로 기록될 무모한 산행 이였다.

새벽 2시 전주역에 내려 역 정면 직진 방향 1km 지점에 있는 '현대옥'에서전주 명물 콩나물 국밥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택시로 염암재에 든다.

30대 중반의 택시기사 염암재를 어딘지 모른다하여 다른 차를 타려 했는데 네비로 확인 하고는 갈 수 있단다.

나를 경계하는 폼이지만 입장 바꿔 보면 나 역시 기사를 경계 하는 입장이니 피장파장이다.

염암재(鹽岩峙)는 뜻 그대로 소금바위재다.

앞산에 소금바우가 있다하여, 밧소금바우,안소금바우 했다 하는데 진짜로 소금바우(鹽岩)가 있어서가 아니라, 앞산 이름이 '속금산''속음산''소금산'으로

발음이 전이되어 지금은 '솟아있는 산의 바위'와는 전혀 다른 '소금바위산(鹽岩山)' '염암부락' '염암부락재'로 불린다.

염암재는 완주군 구이면 계곡리 염암 부락에서 임실군 신덕면 삼길리를 이어주는 55번 지방 도로다.

늘 하는 일이지만 택시를 돌려 보내고 어둠에 덩그러이 혼자 설때가 난 내가 살아 있음을 실감한다.

어둠속에서 팽팽한 긴장감에 숲을 헤치고 드는 이 순간이 내 존재감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그런데 오늘 헤드 랜턴이 말썽이다.

어제 분명 밧데리 확인하고 작동 여부도 확인후 챙겨 왔는데 작동이 안돼 어둠 속에서 분해까지.....결국 사망한거 같다.

비상용 손전등을 켜고,일단 스틱은 펴지 않고 가파른 박죽이산 오름을 오른다.(03:20)

20여분 박죽이산(520m) 오름을 올라 한숨 돌리는데 '푸드득' 장끼 한마리 인기척에 놀라 어둠을 박차고 날아오른다.

'짜식~얼마나 놀랐을까?' 놀란 내 가슴도 쓸어 내리고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나를 위로한다.

박죽이산에서 소금바위재로 내려오는 내림은 까칠하다.

급경사 내림에 어둠, 손에는 랜턴까지 들고 줄에 메달려 아슬아슬 발을 옮기는 내 모습이 내가 생각해도 위태 위태 하다.

염암산을 지나 삼거리 갈림길에서 1봉인 치마봉은 버리고 곧장 2봉인 남산으로 향하고 보폭을 조절하기로 한다.(05:20)

어둠이 가시기전에 5봉인 오봉산 정상에 이르면 옥정호의 물안개를 볼수 없을까 싶어서다.

3봉인 병풍바위를 지나 삼면산(4봉)에서 국사봉을 다녀와야 하는데, 오늘 갈길이 멀어 국사봉은 다음을 기약하고 5봉으로 직행하고.....

오봉산(513.2m)에 이르니 비로소 구름낀 잔뜩 흐린 날이지만 옥정호가 선명하다.

그런데 아쉽게도 옥정호의 명물 옥정호 운해와 물안개는 없다. 농번기라 수량도 적고 잔뜩 흐린 하늘에 금방이라도 쏟아 부을것 같은 날씨가

희뿌연 연무속에 옥정호의 맨 얼굴을 내민다.(05:50)

옥정호는 원래 '운암호' '옥정호'등으로 불리다가 어느 순간 옥정호로 굳어 졌는데 인근 강진면 섬진강댐 근처에 '옥정리(玉井里)가 있는데

이 마을 이름이 조선 중기 한스님이 이마을을 지나며 머지 않아 이마을에 큰 호수가 생길거니 마을 이름을 옥정(玉井)이라 부르라 한후 옥정리가

되었다. 그후 1929년 이곳 옥정리에 40m 높이의 취수댐이 건설되고  오늘날 섬진강 댐 옥정호의 면모를 갗춘것이다.

옥정호는 호남정맥 임실군 운암면 일대를 흘러가는 섬진강 상류물을 옥정리에서 댐을 막아 반대쪽인 서쪽 정읍시 칠보로 넘겨 계화도와 호남평야를

적셔주는 한편,물을 배수하면서 그 낙차를 이용하여 발전하는 다목적 댐이다.

옥정호는 운암대교, 벼락바위, 댐 주변의 경관이 수려하고 봄,가을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아침 경관이 일품으로 이곳 오봉산과 국사봉에서

바라보는 옥정호의 운해와 물안개는 한국인이 꼭 봐야 하는 100선에 든다.. 꼭 일교차 큰 가을에 다시 오리라 다짐한다.

오봉산 내림에서 749번 지방 도로에 이르는 길에 알바 비슷한것을 했지만 금새 마루금에 합류하고 슬슬 내릴것 같은 비는 본격적으로 차분히 시작된다.

749번 지방 도로에서 마암교에 이르는 고만고만 한 봉우리를 넘는데 이미 온몸은 비에 젓어 생쥐꼴이다.

아직은 등로는 뚜렷한데 잡목 숲을 헤치고 나가니 잡목에 묻은 빗물을 내게 반납한다.

차라리 하늘에서 쏟아지는 비라면 온몸으로 막아 내기라도 하지 숲에서 반납한 빗물은 대책이 없다.

이미 등산화는 벌컥 거리고 디카 가방은 대책없이 젓어들고 온몸에 추위가 엄습해 바람막이를 꺼내 입는다.

운암대교가 멋스럽게 바라보이는 언덕에서 간신히 디카꺼내 사진 한장 건지고 마암교를 쏟아지는 빗속에 지난다.(08:30)

어부집 바로 앞 운암삼거리(초당골) 버스 정류장에서 소나기를 간신히 피하며 비가 잣아들기를 기다려 어부집 좌측 언덕을 올라서니 무얼 하려는지

헤쳐진 마루금의 상처가 깊다.

소나무 군락이 보이는 절개지 좌측을 올라서 길이 희미 해지기 시작하는  모악지맥 분기봉(360봉)에 선다.(09:20)

모악 지맥은 운암삼거리(초당골)에서 묵방산으로 오르기 1.3km전,360봉에서 북동쪽으로 분기하여 엄재,국사봉,밤티재,배재,장근재,모악산을 향해

치달았다가 모악산을 넘어 유각치,461봉,매봉산까지 뚜렷한 마루금을 자랑 한다.

이후 구덕마을 서지마을을 지나며 명맥을 유지하다  천잠산에서 솟구치고 호남 고속 도로를 건너며 간신히 명맥을 이어가며 야산격인 성덕산,국사봉,

봉화산을 거쳐 진봉면 거전마을 새만금 간척지에서 맥을 다하는 78.7km의 산줄기다.

모악지맥 분기봉에서 묵방산에 이르는 1.3km에서 지옥을 만난다.

벌목지대 였는지, 산불난 곳인지 알 수 없으나 잡목과 가시덤풀이 우거져 등로는 희미하고 비와 바람은 태풍을 연상케 한다.

초당골 에서만 하더라도 가만히 내리는 것 같더니 갑자기 불어 닥친 폭풍우는 순간순간 더럭 겁 나게 한다.

금새 몸이 날아 오를것 같은 바람과 비가 안경낀 시야를 가리고 가시 덤풀은 할키고 스치고 그냥 숲에 주저 앉아 막무가 내로 이 상황이 끝나길 기다린다.

한참을 요란하던 비바람은 어느새 비는 멈추고 이젠 강풍이 점점 무서운 기세로 몰아친다,

1.3km 구간을 1시간 30여분 만에 간신히 벗어나고 정맥에서 약간 벗어난 묵방산(538m) 정상에서 비닐 속에 갇힌 디카를 꺼내 인증샷 한다.(10:50)

묵방산(墨防山538m)은 여러곳의 지명에 나타나 있는데 '묵방(墨防)' 즉 '먹방'등으로 쓰이는데 군주시대 '모반하는 검은 마음'을 막는다

혹은 '먹을 만든다' 등으로 쓰이는데, 묵방산은 침입하는 외적을 필설로 막았다는 뜻으로 쓰인단다.

묵방산에서 하늘치로 내려가는 내림은 강풍으로 몸이 금새 붕~ 하고 떠오를 것 같다.

여우치(배남재) 마을 빈집 앞에서 전투 식량에 물을부어 점심을 준비하고 강풍에 몸을 맡기니 비는 그쳐 금새 몸이 보송보송 해지는 느낌이다.

가는정이 버스 정류장에서 물부어 잘익은 전투 식량에 준비한 김치 몇조각 넣고 고추장에 슥슥 비벼 게걸하게 먹는데, 방금 회차한 기사 양반

'빠앙~' 하고 '갈거냐'는 의사를 묻는다. 고추장 묻은 입을 쓰윽 닦으며 '안간다' 손사레를 친다.

스스로 생각해도 우습다. 체면도 염체도 다 묵방산에 두고 온것 같다.

가는정이 오른쪽은 정읍시 산외면 종산리 이고 왼쪽은 임실군 운암면 운정리이다.

두곳의 군민이 서로 만나 오순도순 산다해서 가는정이라 한다.

비는 다시 내리고 바람은 점점 강해진다.

금새 아까 그 버스 탈걸 그랬냐? 후회가 밀려온다.(11:40)

1시간여 성옥산(聖玉山:389m) 오름을 오르는 내내 강풍에 비에 오락 가락 보송보송 했다 금새 생쥐가 됐다 죽을 맛이다.(13:00)

비가 안내려도 두려운게 키큰 나무들이 서로 부딪히며 내는 소리가 괴기스럽기도 하고 어디서 썩은 가지라도 날아올까 두렵고 공포 스럽다.

소리개재는 왼쪽의 산내면 두월리와 오른쪽 산외면 외목리가 만나는 삼거리다.(13:30)

비는 그쳤는데 바람은 무서운 기세로 몰아친다.

마루금을 찾느라고 서있는데 저절로 사람이 바람에 밀려간다.

봉고차 한대가 서더니 타라 한다.'고맙습니다' 라고 꾸벅 절하며 또 보냈다.

비 맞아 생쥐꼴인 내 모습이 얼마나 안스러우면 가는정이 에서도 여기 소리게재에서도 돕겠다는 기사님이 있다.

두번의 탈출기회를 보냈다. 오늘 기어이 이 길의 끝을 만나리라 전의를 다지며, 방성골 마을에 이르는 아름다운 소나무 숲길로 접어든다.

이곳 소나무 숲길은 아름답다. 다른날 왔더라면 이 아름다움을 충분히 만끽 했으리라....그런데 오늘은 공포의 숲길이다.

키큰 소나무가 강풍에 부딫히며 내는 소리가 무섭고 두렵다.

방성골 마을에서 하마터면 알바를 할뻔 했는데 금새 마을 당산나무를  앞을 지나 비닐 하우스와 폐가 사이를 지나 물탱크가 보이는 왕자산 마루금을

찾아 오른다.마루금 직전 키 작은 오디 밭을 만났는데 잘익은 오디 두어개 입에 넣었더니 꿀보다 더 달다.

아직 수확할 크기는 아니라 그냥 둔듯 한데 그래도 남의 작물이라 욕심을 자제하고 맛보기 두어알로 만족 한다.

가파른 오름을 올라서면 산내면과 산외면 면계를 따라 왕자산에 이르는데 1시간 30여분 걸린다.

준족인 선답자가 50여분만에 간길인데 오늘 강풍과 비로 선답자의 준족을 따라 갈수는 없다.

마음을 비우고 나무가지의 흔들림을 살피며 공포의 진행을 계속한다.

옷이 강풍에 보송보송 해지면 금새 비바람이 심술을 부려 숲을 적시고 숲은 한동안 그 빗물을 내게 나눠준다. 힘들다.

왕자산(王子山:444m)과 성옥산(聖玉山:389m)은 그 이름에서 특별한 의미를 찾을 수는 없으나 산내면과 산외면의 면계를 이루는 산이다.(15:30)

왕자산에서 구절재에 이르는 등로도 만만찮다.

두번의 고목나무를 이정표 삼아 두시간여 오르락 거려야 이르는데 오늘 날씨는 끝까지 내 편이 아니다.

강풍이 잣아드나 싶으면 어김없이 비를 뿌리고 보송보송하게 구절재에 설까 했는데 금새 생쥐꼴을 만든다.

치도불망비(治道不忘碑)가 있는 해발 230m 칠보면 시산리와 산내면 능교리를 이어주는 고개에 울며 선다(17:50)

산내면쪽 소금실마을 버스 정류장에서고 무소속 시의원 선거 운동을 하는 선거차 도움으로 칠보면 버스 정류장에 쉽게 이른다(18:30)

 

1.산행코스

   염암재-소금바위산-남산(2봉)-삼면산(4봉)-오봉산-749번지방도-운암삼거리-모악지맥분기봉(360m)-묵방산-하늘치-가는정이

   -성옥산-소리개재-왕자산-고목나무1,2-구절재(14시간30분,25.3km)

 

2. 산행경로

   22:53분 - 영등포출발
   02:05분 - 전주역
                  전주역 전방 1km직진 현대옥 콩나물해장국 아침
   03:20분 -  염암재 
   05:00분 - 박죽이산(502m)-남산(2봉)-병풍바위(3봉)-삼면산(4봉)
   05:50분 - 오봉산(513.2m)-원주 밷엘기도원(749번 지방도)-삼각점(갈담431)
   08:00분 - 삼각점(건교부)-전주이씨 묘원(운암대교조망)
   08:30분 - 마암교-운암삼거리(어부집)
   09:20분 - 모악지맥 분기점
                  묵방산까지 지옥산행
   10:50분 - 묵방산(538m)
   11:10분 - 하늘치-여우치(배남재)-삼각점(갈담436)
   11:40분 - 가는정이(옥정호산장)

                  버스정류장에서 비피하고 점심
   13:00분 - 성옥산(388m, 삼각점)
   13:30분 - 소리개재
   14:00분 -  방성골 마을
   15:30분 - 왕자산(442.4m,삼각점)
   16:00분 - 고목나무(비포장 임도)
   16:30분 - 고목나무(세멘트도로 삼거리)
   17:50분 - 구절재

   19:45분 - 새마을호 정읍-영등포
   23:30분 - 부개역

 

@, 교통편

   1호선전철,영등포 무궁화호,염암재 택시이동(심야할증 25000원 ,주간 20000원)

   구절재-칠보(정읍) 1시간정도배차,칠보-정읍 수시,정읍-영등포:새마을호,1호선전철

 

3. 산경표

 

 

염암재

남산(2봉)

 

 

삼면산(4봉)

 

 

 

 

 

옥정호(붕어섬)

 

 

 

 

 

 

옥정호

 

오봉산(513.2m)

 

 

 

 

 

 

749번 지방도

 

749번 지방도

 

 

 

비가 내리기 시작하며 이 밋밋한 등로는 지뢰밭이된다.

 

 

 

 

운암대교

 

 

묵방산

마암교

 

 

초당골(운암삼거리)

초당골(운암삼거리)

 

모악지맥 분기봉(360m)

이후 폭풍우로 지옥산행

 

묵방산

하늘치

 

 

배남재

가는정이

성옥산

 

 

소리개재

 

 

방성골 소나무숲(강풍)

 

바람이 보인다.

방성골 당산나무

 

 

 

왕자산

 

 

재1고목나무

 

제2고목나무

 

 

 

 

 

 

구절재

구절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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