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리 부부 산방
해산령-비수구미-평화의댐 트레킹 본문
2014년 6월29일 일요일 구름다소 소나기 초딩 친님10명
未覺池塘春草夢(미각지당춘초몽)
연못가 봄풀의 꿈이 채 깨기도 전에
階前梧葉已秋聲(계전오엽이추성)
계단 앞 오동잎은 벌써 가을 소리를 내는구나
아직 내 마음은 태산 이라도 옮길것 같은데,어느새 친님들 귀밑머리는 하얗고,내 몸은 내 맘 같지 않다.
그래도 마음만은 아직 뜰앞 연못의 봄풀같은 초딩들이 뭉쳤다.
비록 머리엔 가을빛이 저만치 내렸을 망정 마음은 청춘....
주말마다 초딩들이 뭉쳐서 서울 근교 산행을 하는게 부러워, 바람을 잔뜩 넣고 꼬드겨 나선 여행길이다.
신 새벽 천사 깨워 새벽 바람을 가르고 7호선 3호선 환승하여 신사역 5번 출구 내리기전 우리들 입담꾼 정효 친구 콜이다.
"어디냐?" 정겹다. 이렇게 찾아주고 챙겨 주는 친구가 있다는 것이 사는 맛 아닌가?
"자리잡아?" "벌써 잡았어.." 사내들의 멋 없지만 진한 우정을 확인하고,가슴 쿵쾅거리며 나는 듯 5번 출구에 선다.
언제 이렇게 가슴 뛴적이 있었던가? 멋진 친구들과의 여행에 대한 기대감에 몸이 먼저 반응한다.
우리들의 영원한 총무 영철 친구 넉넉하게 맞아주고...
언제나 조용히 왔다 조용히 가는,있는 듯 없는 듯 늘 한결 같은 요조숙녀 숙자친구 벌써 자리 잡고 기다린다.
구수한 입담으로 언제나 분위 메이커 정효와 거칠고 요란한 조우를 하고,우리들의 에너자이저 경자의 해맑은 미소와 입담 그리고 너스레가 정겹다.
그리고 또 한 친구 넉넉한 미소로 조용히 나타난 태용이 김선생...초딩 친구는 아니지만 중딩 친구로 다들 아는사이 오늘은 옆지기 대동이다.
우리 김선생이 옆지기 대동 한다기에 용기 내 울 천사 함께 가자 했는데...처음엔 극구 사양하며 꽁무니를 빼려 하더니...김선생 안사람 온다니
따라 나선다.
난,다 안다. 안가고 싶은것 보다 가고 싶은 마음이 쬐끔 더 컸다는걸....
40년이 넘어 만난 초딩 남녀가 날마다 핸폰으로 채팅을 한다?
무지 신경 쓰일 일이다. 그렇다고 대 놓고 싫다 할 수도 없고...속이 시커멓게 탈일 이란거 나도 안다.
나도 그럴테니...그러나 우리 초딩 친님들 이젠 이성(異性)이라는 감정의 강은 벌써 지난 친구 라는것 을...그래도 좀더 시간이 필요 하다는것도,
우리들의 진정성은 말로 되는게 아니라 신뢰를 주는 행동이라는 것도...
해산(日山 1140m)은 강원도 화천군 비수구미 서쪽에 위치한 산으로 '해가떠오르는산"이라는 뜻이다.
오늘 트레킹은 이곳 일산의 해산터널을 지나 해산령 쉼터에서 시작돼 비수구미계곡,비수구미마을,파라호,평화의댐으로 이어지는 14km구간 이다.
해산터널은 한때는 우리나라 최장거리(2km) 터널이였으나 죽령터널(4.6km),배후령터널(5.1km)에 자리를 내준지 오래다.
해산에는 운봉암(雲峰庵)이라는 암자가 있는데 이곳에 신죽바위라는 바위가 있다.
가믐이 심하면 이바위에 불을 피우면 비가 내린다고 하는 전설이 있고,비수구미 사람들은 이고개를 넘을때 개고기와 닭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한다.
개고기나 닭고기를 먹고 이고개를 지나면 머리가 아프거나,다리를 다친다는 이야기가 전해오는 신성한 지역이다.
오늘 우리를 태운 버스는 신사역을 출발하여 경춘고속도로를 거쳐 춘천시 신북읍에서 화천군 간동면을 잇는 우리나라 최장터널 배후령 터널을
지나, 금방 소나기라도 내릴것 같은 해산(日山)의 아흔아홉구비 첩첩산길을 곡예를 부리듯 힘겹게 돌고돌아 바늘구명 같은 해산터널 넘어
해산령 쉼터에 떨구어 준다.
주말이라 많은 산악회에서 산님을 쏟아내고...호기심에 나는 제일 먼저 터널 입구를 흘낏 한번 들여다 본다,
정말 바늘처럼 길게 쭉 뻗은 터널이 경이롭다.
우리들의 재담꾼 정효는 어느새 해산령 표지석에 폼 자랑을하고...ㅋㅋ 그런데 이 친구 벌써 딴 아줌씨를 사진사로 고용했다.
동작 빠르다.
해산령 쉼터에서 비수구미 계곡은 철조망이 있는 철문을 넘어야 한다.
원래 이계곡은 2012년5월부터 2015년 5월 까지 휴식년제를 실시하여 출입이 통제 되었는데, 어느 방송사 다큐 프로가 나가면서 많은 관광객이
몰려와 현재는 자동차 통행만 제한하고 있다.
모두들 제각각의 표정으로 핸폰사진 한방씩 박고 출발이다.(10:20)
비수구미는 근년에 들어 '秘水九美'라 쓰며, '신비한 물이 빚은 아홉가지 아름다운 경치'라는 뜻으로 표현 하고 있는데 이는 최근 관광객이
모여들면서 입담꾼들이 만들어낸 말이고,지명학회 에서는 '飛水口尾'라고 쓰고 있고,마을 뒷산 바위에는 '비소고미금산동표(非所古未禁山東標)가
남아 있는 것으로 봐서 원래 지명은 비소고미(非所古未)였을 것으로 짐작이된다.
이름이 어찌됐건 예부터 이곳은 금산동표(禁山東標)가 설치될 만큼 숲이 깊고 보호할 소나무가 많아 선조들이 아끼고 보존해 왔던 곳임은 분명하다.
해산령 쉼터로부터 비수구미 마을에 이르는 6.5km의 비수구미 계곡은 원시 그대로의 빽빽한 숲터널로 짚차가 지날 수 있는 정도의 임도로 연결돼
있어 파로호에 물이 빠져 뱃길이 끊기면 비수구미 사람들이 이용하던 비상 통로다.
비수구미는 6.25 이후 한때 외지의 화전민이 모여들어 100여가구가 살았으나 , 현재는 3가구만 남아 있다.
오늘 트레킹은 해산령에서 비수구미 마을에 이르는 6.5km의 숲길과 비수구미에서 파로호 삼거리에 이르는 2.7km의 파로호 길,그리고 삼거리에서
평화의 댐으로 이어지는 5km의 평화의 댐 길이다.
천상 소풍 나온 초딩들 모습으로 왁자지껄 떠들며 가는 트레킹도 나름 의미 있고 행복하다.
늘 홀산만 해온 터라 홀산의 매력을 설파하고 다니지만, 홀산은 홀산 나름의 매력이 있고 이렇게 마음 통하는 친님과 함께 하는 트레킹은 또 다른
행복으로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한다.
비수구미가 처음으로 우리에게 준 선물은 까치수염이다.
지천으로 피어나는 까치수염은 지금 이길처럼 척박한 자갈 땅에 자생하는 우리 토종 식물로 비수구미 계곡에 길이 나면서 들어와 살게된 모양이다.
깊은 숲과 어울리지 않은 양지 식물인데, 비수구미에 도로가 생기면서 자리잡은 식물로 추정된다.
까치수염 다음으로 많은게 개망초인데 이 식물 역시 전국각지의 척박한 환경이면 어디든 자라나는 외래종 양지 식물이다.
까치수염과 개망초는 이곳에 임도가 나면서 자리잡은 식물인거 같고,이름모를 야생화는 그 이름을 새기고 살피기에 짧은 상식이 부끄럽다.
다만 지금은 이렇다할 비가 내리지 않아 가믐이 극심해 우리가 지나는 트레킹 코스엔 야생화는 많지 않다.
빨갛게 익어가는 야생 열매에 모두들 궁금해 하는데, 울 천사 한마디로 정의 한다 '가시오가피"라고....
다들 맞다고 호응하고 졸지에 이름 모르는 열매는 오가피가 되고 내내 못 미덥던 나는 이틀을 인터넷 뒤져 '마가목'이라 했다 결국은
'딱총나무' 열매로 확인하고..버찌 비슷한 검은 열매에 혹해 검은 열매 한알 입에 넣었는데 조금 떪다.
벚나무과의 귀롱나무 열매로 확인돼고....웃고 떠들며 야생화 공부를 하고 가는 트레킹이 마냥 즐겁다.
앞서가던 울 친구 경자,요란하게 손짓하여 친구를 불러 모으고 한무리의 검은 나비가 동물 배설물 주변에 모여 날아갈 생각도 않는다.
여기 저기 핸폰과 카메라 셔터 세례를 받아도 요지부동이다.
이제 막 번데기에서 깨어난 모양이다.
집에와서 나비도감 뒤져 아무리 확인해도 '제비나비' 혹은 '산제비나비'와 유사 할 뿐 확인 할 길은 없다.
임도길 옆으로 계곡물 소리가 처음부터 내내 따라오고 산님들 보조에 맞추느라고 계곡을 내려와 보지 못하고 있는데, 울 친구 경자 과감하게
계곡행을 시도하고 보따리를 푼다.
청정 1급수가 가믐에도 충분한 수량을 자랑하고 그냥 마셔도 될 만큼 깨끗한 물에 누구도 손 담글 엄두도 못낸다.
맑은공기 폐부 깊숙이 들이마시고, 눈 시리도록 아름다운 계곡미에 취해 약술 한잔 나누니 우리가 신선 아닌가?
비수구미 마을에 가까워지니 계곡도 넓어지고 물속엔 제법 큰 물고기가 노닌다.
일행에 일탈해 계곡에 이르러 녀석들을 카메라에 담아 보려 하는데 인기척에 놀라 모두 숨어 나오질 않는다.
인적없는 깊은 계곡, 자기 들만의 세상을 만들고 살아가는 본능에 침입자가 생겼으니...
1급수에만 산다는 열목어, 기름종개, 버들치, 산천어 등이 제 맘대로 휘젓고 다니다가 만나는 인간이 왜 안 무섭 겠는가?
비수구미는 음력정월 대 보름부터 삼개월은 마실 물없이도 산단다.
그 귀한 고로쇠나무,자작나무,박달나무 수액으로 밥도 짓고,반찬도 만들고 국도 끊인다니...더덕과 송이가 지천이고, 참나물,곤드레,취나물,묵나물이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있는곳 別有天地非人間 (별유천지비인간)의 지상 낙원이 여기 아닌가 싶다.
비수구미 마을에 이르러 예약된 산채 비빔밥에 신선주 한잔 곁들이니 온세상이 내 것인양 행복하다.
어디서나 붙임성 좋은 울 친구 경자가 조달해준 산채나물이라 더 맛있다.(12:20~13:00)
비수구미(동촌2리)는 평화의 댐 아래 수하리에서 배로 들어가는게 주 교통로였다.
그런데 평화의 댐이 생기면서 파로호 물이 줄어 뱃길이 끊기는 경우가 잦아졌다.
그래서 주민들은 비상수단으로 파로호 호반에 임시 도로를 만들었다.
오늘 트레킹은 이 임시도로로 파로호 물길을 따라 간다.
파로호(破虜湖)는 강원도 화천군 간동면 구만리 북한강을 막아 만든 인공호수다.
1943년 일제의 화천화력 발전소 건설로 만들어진 대붕호를 화천호라 부르던 것으로, 한국전쟁시 우리군 6사단이 홍천 화천 전투에서 중공군 제10군,
25군,27군의 2만5천을 물리친 대승을 거둔것을 기념하여 '오랑캐를 무찌른 호수'란 의미로 이승만 대통령이 파로호(破虜湖)라 명명 하였다.
전쟁중에 죽어간 수많은 사람들의 아품이 서린 호수다.
참나물 곤드레 취나물로 만든 산채 비빔밥에 신선주 한잔씩 곁들인 호사를 마무리 하고 구름다리 건너 파로호 호반길을 걷는다.
고본이라 불리는 다년생 야생화가 호반을 수놓고 파로호변의 황량함을 거두어 간다.
가믐이 심해서 인지 아니면 장마 대비용으로 물을 비워 두었는지 강물은 바닥 끝까지 내려 갔지만 호반을 걷는 산님들 발걸음은 경쾌하다.
물이 가득찬 호수의 호반길 이라면 더욱 아름답겠지만,물빠진 호수의 트레킹도 싫지는 않다.
오히려 비워둔 호수라야만 느낄수 있는 여유가 넉넉함으로 다가서는 낭만이 있다.
삼거리 도로위에서 시작되는 평화의 댐 가는 길은 두개의 터널을 지나는 2차선 포장도로다.
포장도로 따라 걷다가 만난 산딸기에 환호하고 하루 종일 잘 참던 하늘이 드디어 심술을 부린다.
평화의댐 상부에 이를 즈음 쏟아진 한줄기 소나기에 피로를 날리고 평화의댐 공원에 이른다,(15:00)
평화의댐은 북한이 임남댐을 건설하면서 전두환 독재정권이 지나치게 수공위험을 강조하며 한순간 전국민이 공포에 떨며 성금을 모금하여 만든 댐이다.
한참 그 무용론이 비대 했으나 2000년대 금강산 유역에 홍수가 나면서 효과를 본후 2단계 공사를 마무리 하였다.
평화의 댐 주변에 공원을 조성하고 여러 조형물과 비목공원등을 설치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공원에 크게 눈에 띄는 '평화의 종'은 세계 각국의 분쟁지역에서 수거한 탄피를 모아 만든것으로 '전쟁과 분란 없는 세계'를 염원 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종이자 세계에서 세번째로 큰종으로 그 무게가 9999관으로 10000에서 1관이 모자란다고 한다.
종의 윗부분 비둘기 날개가 한쪽이 잘려 있는데, 통일이 되는날 이땅에 전쟁의 공포가 없어진지면 비로소 종을 완성하기 위해 미완으로 남겨 두었다고 한다.
이 거대한 종이 탄피로 만들어 졌다하니 이 무게만큼 누군가 희생 됐을 것이라 생각하니 씁슬하다.
비목공원은 이곳이 한명희 작사 장일남 작곡의 우리 가곡"비목"의 탄생지이기도 하다.
작사가 한명희가 이곳에서 장교로 근무하며 채소나 가꾸려고 부대 주변의 땅을 일구다 발견되는 전쟁의 상흔을 보고 지은 노랫말이란다.
댐 아래에 있는 비목공원엔 주어진 시간이 모자라 다녀올 수 없고 남은 신선주로 친님들과의 의미 있는 트레킹을 마무리 한다(15:20)
비 목
초연이 쓸고간 깊은 계곡
깊은 계곡 양지 녁에
비바람 긴 세월로 이름 모를
이름모를 비목이여
먼 고향 초동친구 두고 온 하늘가
그리워 마디마디 어찌 되어 맺혔네.
궁노루 산울림 달빛 타고.
달빛타고 흐르는 밤.
홀로선 적막감에 울어 지친
울어 지친 비목이여.
그 옛날 천진스런 추억은 애달파 .
서러움 알알이 돌이 되어 쌓였네.
해산터널
비수구미계곡 입구
까치수염
딱총나무
귀롱나무
제비나비 혹은 산제비나비
개망초
비수구미마을
산채비빔밥
파로호
파로호
호반길
고본
고본
삼거리 갈림길
평화의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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