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리 부부 산방
호남정맥 18구간 종주(봇재-봉화산-풍치재-기러기재-대룡산 갈림길-오도치) 본문
2015년 8월2일 일요일 폭염주의보속 미풍없는 가마솥더위 천사랑
타임푸어(time poor)로 사는 나로서는 호남정맥의 교통편은 참 편하다.
호남정맥 전구간은 철도로 접근 가능하다.
초반은 전라선 구간으로 전주역을 깃점으로하고, 중반은 호남선 구간인 정읍역과 광주 송정역,후반은 다시 전라선 구간인 순천역에서 적절하게
경전선을 갈아타면 모든 구간이 철도로 연결 가능하다.
인천이 집인 관계로 철도와 심야 우등버스를 적절하게 이용하면 무박 산행으로 모든 구간을 하루에 다녀 올수 있다.
과치재에서 시작된 광주 종합 터미널행이 갑낭치를 끝으로 봇재부터는 전라선을 타고 순천을 거쳐 경전선으로 환승해 보성역에 내린다.
보성군은 호남정맥이 군을 관통하고 있다.
장흥 제암산에서 "L"자 형태로 굽어진 호남정맥은 오늘 봇재에서 오도치 구간은 다시 "C"자 형태로 동북방향으로 굽어 올라가는 "C"자의 가장 남쪽
바깥부분, 즉 득량 앞바다를 보며 굽어올라 가는 구간이다.
제암산까지 장흥군과 군계로 달려온 호남 정맥은 일림산을 지나며 보성군을 호남정맥 바깥과 안쪽 부분으로 구분하며 지난다.
정맥의 외측과 내측은 기후 환경이 달라,정맥 외측 평균 기온이 섭씨 4도이상 높다고 한다.
정맥의 내측인 보성읍과 웅치면, 노동면, 미력면, 겸백면, 율어면, 복내면, 문덕면은 정맥 외측인 회천면,득량면,조성면,벌교읍과 달리 산악지형이다.
호남정맥 내측은 산악지대로 일림산에서 발원한 보성강에 댐을 막아 외측인 득량면과 조성면 간척지의 농업용수로 쓰고, 소량의 전기도 생산한다.
주암댐은 전남 동북부의 공업용수와 농업용수로 쓰는데 이 모두가 보성군의 산악지대에서 발원한 보성강 줄기로 호남정맥 내측에 해당한다.
외측에 해당하는 봇재를 중심으로 한 회천면 일대의 산간에는 녹차로 유명하고 득량과 조성 벌교읍은 간척지가 많아 질 좋은 쌀을 생산해
일제 강점기에는 수탈의 현장이기도 했다.
야간 완행 열차인 무궁화호로 순천에 도착하고 순천역에서 아침을 해결하고 여유롭게 광주 송정행 경전선으로 환승해 보성역에 내려 택시로
봇재로 이동한다.(07:10분)
봇재(218m)는 보성읍 봉산리와 회천면 영천리 사이의 고개로 활성산의 녹차밭으로 유명하다.
활성산을 중심으로 우리 나라 차잎의 40%를 생산하는 봇재가 있어 보성이 우리나라 '차의 수도'로 불리며 특히 서편재의 고향으로
소리꾼들이 넘었다 하여 '소리고개'로 불린다.
봇재아래 회천면 영천리 도강마을은 판소리 서편재의 성지로 많은 명창들을 배출한 곳이다.
그래서 보성을 3향(三鄕)의 고장이라 부른다.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때 국가를 위기에서 구한 수많은 충신 열사가 있는 의향(義鄕).판소리 서편제(보성소리) 강신제를 창제 하신 박유전
선생의 숨결이 이어지는 소리의 고장,예향(藝鄕), 매년 5월이면 전국의 다인(茶人)들의 축제가 열리는 차의 고장, 다향(茶鄕)이라 불린다.
주유소 뒤 시멘트도로 따라 오르니 아침인데도 숨이 목에 턱턱찬다.
바람 한점 없는 날씨에 바다쪽에서 계속 해무가 들어와 습도가 높아 마치 사우나 증기탕 같다.
간단치 않는 등정이 될거라는 불길함이 엄습하는 순간이다.
편안한 길을 따라 오던 정맥길은 제일다원 갈림길 부터 서서히 오르며 봉화산에 이르는데 해무가 계속 들어와 땡볕은 아닌데도
바지가랭이가 계속 감겨 걷는게 불편 할 정도로 덮다.
봉화산(熢火山476m)은 보성읍과 득량면 경계에 있는 산으로 봉수대가 설치되어 있던 곳으로 비가 안오면 기우제를 지내던 산이다.
득량만과 다도해를 조망 할 수 있다는데 오늘 내게는 허락되지 않는다.(09:05)
해무가 가득해 앞이 안보일 정도로 시계 제로 상태다.
등로는 잘 정비돼 이슬이 많은데도 걷기는 편하다.
그럭재는 원래 기러기 안(雁)자를 써 '안치'인데 '기러기재' '기럭재' '그럭재'가 된곳이다.
안치 아래 들판은 의병장 모의장군 최대성의 마지막 격전지다.
최대성은 1597년 정유재란 때 조선의 관군마저도 무너진 상태에서 의병을 결성하기 위해 아들 언립(彦立)·후립(厚立)과 가노(家奴)까지
총동원하여 수천 여명의 의병을 모아 모의장군(募義將軍)이란 기치(旗幟)를 달고 의병장으로 나섰다
최대성은 1598년 6월 이곳 안치전투에서 유탄을 맞아 장렬히 전사 하였으며,후세 사람들은 그의 순절을 기리기 위해 이 곳의 지명을
‘군머리(軍頭)’라 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백의종군 하던 이순신은 말을 타고 안치를 넘어 "약무호남(若無湖南)이면 시무국가(是無國家)라" "만약 호남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
하며 보성에서 지략을 얻고 군사를 일으켜 풍전등화 같은 조선을 구한곳이다.
또한 근세에는 백범 김구 선생이 해주에서 일본군 장교를 살해하고 인천감옥에 갇혔다가가 탈옥하여 이곳 쇠실 마을에 40일 동안 은거 했는데
해방후 돌아와 제일 먼저 찾아 온 곳이기도 하다.(10:30)
그럭재에서 대룡산 갈림길 까지는 등로도 잘 정비돼 있고 오르 내림도 없는 편안한 등로의 연속이다.
평상시라면 눌루날라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 구간이다.
그런데 오늘은 상황히 전혀 다르다,
바람 한점 없는 날씨에 수은주는 계속 오르고 급기야 '야외 활동을 자제'해달라는 재난 안전 본부의 폭염주의보 문자가 들어온다.
대룡산(大龍山445m)은 보성군 미력면 덕림리와 반룡리,겸백면 용산리에 있는 산이다.
미력면과 겸백면에서 가장 크고 높은 산으로 정맥 마루금에선 북서 반향으로 살짝 비껴서 있는 산이다.(11:20)
대룡산 방향으로는 등산로 정비가 잘돼 있는데 우측으로 연결돼는 오도치 방향의 정맥 마루금은 드디어 호남정맥 트래드 마크인
가시덤풀과 태풍에 넘어진 나무들로 장애물 경기의 연속이다.
바람 한점 없는 날씨에 계속 오르는 수은주 탓에 잘 따라 오던 울 천사가 자꾸 뒤쳐진다.
'가고 기다리고' '가고 기다리고' 어찌어찌 하며 5km 남짓의 대룡산 갈림길에서 오도치를 지나는데 완전 그로기 상태다.
탈진 직전에 오도치에 간신히 서고 30여분 휴식을 취하며 천사에게 계속 진행 여부를 살피는데 갈 수 있단다.
원래 오늘 목적지가 무남이 고개까지 진행하고 하룻밤 조성면 백주원 모텔에서 자고 다음날 빈계재까지 진행하려 1박 3일 여정으로 출발했다.
그걸 잘아는 울 천사가 날 배려 하는 마음에 계속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국사봉을 향해 출발한다.(13:40~14:20)
오도치(五道峙)는 보성군 득량면과 겸백면을 잇는 845번 지방도로가 지나는 2차선 포장도로다.
이곳 사람들에게는 '오도재'보다는 '겸백고개'로 불린다.
오도치는 방장산에서 오도치로 이어지는 산세가 다섯마리의 새끼 돼지가 내려 오는 것 같다하여 '오돗재(五豚峙)'로 불리다가 한자가 음차
돼어 '오도재'가 되었다. 인근에 '오도' 마을이 있다.
국사봉까지 1km 오름을 오르는데 울 천사 천근만근 발이 무거워 보인다.
계속 뒤쳐지는 것이 심상치 않다.
나도 머리가 지근거리고 힘든데 다리 까지 절고 있다.
탈출을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다.
되돌아 가자고 하니 못 이기는척 따른다.
택시를 호출하고 보성 모텔에서 목욕을 한후 광주로 탈출하여 귀경길에 오른다.
천사의 무릅이 심하게 부어 있고 발바닥이 온통 물집이다.
가끔 잘 따라 다녔는데 폭염엔 너무 무리였다.
그 몸을 하고 계속 갈 수 있다고 하는 그 배려의 마음을 또 읽는다.
그래서 난 당신을 늘 "천사"라 부른다.
1. 산행코스
봇재-화죽사거리-풍치재-봉화산-그럭재-대룡산갈림길-오도치
(6시간 30분,15.6km)
2. 산행경로
22:54분 - 영등포출발
03:25분 - 순천역
05:55분 - 순천역출발
06:49분 - 보성역
07:10분 - 봇재
제일다원-화동마을갈림길
08:10분 - 화죽사거리
09:05분 - 봉화산(468m)-보성사삼거리
10:10분 - 풍치재
10:30분 - 그럭재
11:20분 - 대룡산갈림길
13:40분 - 오도재
@. 교통편
영등포-순천 무궁화호(22:54분)
순천- 보성 경전선 무궁화호(06:49)
보성역-봇재 택시이동(10000원)
오도치-보성역 택시이동(12000원)
보성-광주 직행버스 수시
광주-인천 우등고속
3. 산경표
순천역
봇재
영지따러 가을에 올껴
봉화산
득량만을 오늘 내게는 허하지 않는다.
그럭재
오도치
방장산이 저긴데 돌아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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