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리 부부 산방
송광사 해우소(휴급소)에 급한 마음 쉬어가고,선암사 해우소(뒷간)에서 근심 걱정 버리고 오다. 본문
2016년 3월 20일 일요일 맑음 울안회 동무들이랑
순천(順天)은 글자 그대로 하늘을 거스리지 않는 땅이다.
호남정맥과 낙남정맥을 종주하며 들르기 시작한 순천땅은 자주 오면 올수록 매력 있는 땅이다.
멋과 맛이 어우러진 남도의 인심이 훈훈해 정맥 종주 길은 끝났어도 다시 찾게 됐다.
하동역에서 정겨운 경전선 완행열차로 섬진강 건너 순천역에 이르고 예약한 럭셔리 모텔에 여장을 푼다.
뜨네기 여행객의 하룻밤 잠자리로는 소박하고 정갈 함이 딱 안성맞춤이다.
가볍게 샤워를 하고 여관 근처 식당에 들러 삼겹살과 소주로 여행의 피로를 씻는다.
맛집을 검색 안한것은 아니다.
순천하면 검색되는 맛집에 전화했는데 주말이라 차량 지원이 안돼 그냥 가까운 식당에 들른 것인데 여기가 맛집이다.
숨겨진 맛집 !
적당하게 두틉하고 찰진 삼겹살에 정갈한 밑반찬,아낌없이 주는 야채,
서비스로 나온 벌교 꼬막은 별도로 값을 치뤄야 할것 같은 인심이 여행객을 행복 하게 한다.
식사후 이사천 따라 가볍게 산책을 하고 편안한 밤을 보낸다.
새벽 5시
송광사와 선암사를 잇는 천년 불심길 트레킹을 위해 이른 아침을 맞는다.
순천역 앞 창평국밥
순천에 여남은번 들락 거리며 늘 마주한 국밥과 진탁 막걸리는 내 입맛만 맞는게 아니다.
오늘 동행한 친구들 모두 흡족해 한다.
어디 가도 국밥 한그릇에 진탁 한잔 그리울게다.
송광사는 해인사,통도사와 더불어 삼보(三寶)사찰로 승보 사찰이다.
조계종 총림 사찰중 16국사를 배출한 유일한 사찰이다.
총림(叢林)의 뜻은 범어 vindhyavana의 번역으로 빈타파나(貧陀婆那)라 음역한다.
승속이 화합하여 한곳에 머무름이 수목이 우거짐과 같다하여 이렇게 부르며,선원(禪院), 선림(禪林), 승당(僧堂),
전문도량(專門道場) 등 다수의 승려대중이 모여 수행하는 곳을 총칭하여 총림(叢林)이라 한다.
조계종엔 5개의 총림이 있는데,조계총림(조계산 송광사),영축총림(양산 통도사),가야총림(합천 해인사),덕숭총림(예산 수덕사)
고불총림(장성 백양사)이 있다.
아침 예불이 끝난 송광사는 고요하다.
대웅보전앞 늙은 매화만이 옹골차게 피어 나그네를 맞는다.
산수유도 은은하지만 질펀하게 피었다.
송광사에는 많은 보물과 명물 그리고 이야기가 있다.
수많은 여행객들이 그 보물과 전설을 찾아 송광사에 온다.
절집 하면 어느 절집에서나 있는 "해우소" 이야기가 있다.
송광사와 선암사 해우소도 둘째 가라면 서운 할 만큼 전하는 이야기도 많다.
송광사 해우소가 얼마나 깊든 선암사 해우소가 얼마나 오래 되었든 그건 다른 여행객에 맡기고 진정한 해우소 뜻을 찾는
여행이나 해보자.
해우소란 말을 처음 사용한 것은 그리 오래 돼지 않다.
통도사 극락암에 주석 하셨던 경봉선사(1892~1982)가 한국전쟁이 끝날 무렵 두개의 나무 토막에 해우소(解憂所),
휴급소(休急所)라 적고 큰일 보는곳에 해우소,소변 보는곳에 휴급소라 붙였다.
당연 스님들 사이에 설왕설래 그 뜻에 대해 말이 많았다.
경봉 스님이 법문을 통해 그 뜻을 전했다.
"우리 극락암 정랑에 갔다가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거리고 저마다 한소리를 해, 이세상에 가장 급한것이 무얼까?
내가 알기로 세상에 가장 급한일은 자신이 누구인가를 찾는 일이야,그런데 중생들은 화급한 일을 잊어버이고 바쁘지 않은 것을
바쁘다고 해, 내가 소변 보는곳을 휴급소라 한것은 쓸데없이 바쁜 마음 그곳에서 쉬어 가라는 뜻이야. 그럼 해우소는 무슨 뜻이야
뱃속에 쓸데 없는 것이 들어 있으면 속이 답답하고, 근심 걱정이 생기지 그것을 다 버리는거야.휴급소에 가서 급한 마음 쉬어 가고
해우소에서 근심 걱정 버리고 가면 그것이 도 닦는 거야"
진정 명쾌한 설법이다.
우린 해우소를 '뒷간' 또는 '측간(厠間)'이라고 불렀다.
지방에 따라서는 '칙간(측간의 사투리)', '정랑('뒷간'의 경상도 사투리)'이라고도 불렀다.
점잖게 한자말로 정방(淨房)이라고도 했다.
또는 북수(뒷물)를 하는 곳이라 하여 '북수간(北水間)'이라고도 했다.
옛날집 뒷간에는 재를 많이 뿌렸으므로 '잿간'이라고도 불렀다.
또한 조선시대 이후 일상생활에 깊이 박힌 유교적 관념의 영향을 받아 괴춤이나 치마끈을 푸는 곳이라고 꺼려했다.
그래서 '급한 데', '부정한 데', '작은 집' 등으로 은밀히 불리기도 했다.
그런데 뭐니뭐니 해도 가장 일반적으로 통용되던 말은 '뒷간'이었다.
이렇게 은밀하고 칙칙한 공간을 '쓸데 없이 바쁜 마음을 쉬게 하는곳','근심 걱정을 털어 버리 곳'으로 위트 있고 해학적이며
심오함까지 갖춘 공간으로 만든 경봉선사가 존경스럽다.
잊혀진 휴급소도 찾아썼음 좋겠다.
송광사 해우소에 급한 마음 진정시키고 천년 불심길 따라 선암사로 향한다.
송광사로 부터 선암사에 이르는 길은 옛 송광사 스님들과 선암사 스님들이 오고가던 길이다..
지금은 선암사에 태고종 스님들이 자리 잡으며 한때는 송광사와 선암사간 갈등의 현장 이기도 했다.
태고종은 5.16 이후 불교 정화운동 과정에서 새로 등록된 27종파중 하나다.
선암사에 이르는 길은 2개의 큰재를 넘어야 한다.
굴목재와 큰굴목재다.
송광사로부터 굴목재(720m)를 넘으면 보리밥집이다.
원조 보리밥집 혹은 아래 보리밥집이라 하는데 보리밥과 비빔용 야채들이 신선하다.
이 보리밥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다 할 수는 없지만 넉넉한 인심과 송광사와 선암사 어느 쪽에서도 고개 하나는 넘어야
하는 수고를 생각하면 시장이 반찬이다.
가마솥에 펄펄 끊는 누룽지와 깔끔한 반찬들 담백한 동동주 맛도 일품이다.
특히 겉절이 김치에 들어있는 재피향은 내 고향 맛이다.
언제나 큰집에 가면 초피나무 열매를 갈아 담근 재피향 가득한 김치를 맛볼 수 있었다.
선암사다.
오늘 당연 선암사엔 온 이유는 정호승 시인처럼 선암사 해우소에서 울고 싶어서가 아니다.
선암사 무우전 흙담길 옆 백매(白梅)를 보기 위함이다.
몇날을 고대하며 날자를 계산하고 길일을 잡아 오늘 600년 동안 600번은 피고 졌을 순백의 선암매(仙巖梅)를 보기 위함이다.
고려말 국사였던 의천 스님이 선암사를 중창할때 삼성각 앞 와송과 함께 심었다는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토종 매화다.
역시나 백배는 활짝 폈다.
조선의 시인 상촌 신흠은
'桐千年老恒藏曲(동천년노항장곡)
梅一生寒不賣香(매일생한불매향)...하략...
오동나무는 천년이 지나도 항상 그 곡조를 간직하고
매화는 일생을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 했다.
퇴계 이황이 평생 좌우명으로 삼을 만큼 유명한 시다.
아마도 신흠은 이 선암매의 향을 이처럼 노래 했으리라.
매화는 장미처럼 향기로 사람을 유혹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번 맡아보면 쉽게 잊을 수 없는 은은함이 있다.
고상한 표현을 사용 하자면 암향(暗香)이 된다.
오늘 무우전 흙담길엔 암향이 가득해 상춘객의 코 끝을 살랑거린다.
선암매향을 한껏 즐겼으니 오늘 선암사행은 성공이다.
언제 이렇게 지나는 여행이 아니라 머물러 즐기는 여행지로 다시 찾고 싶은 송광사 선암사다.
청량각
가방메고 학교가면 딱 중딩인디요...
해우소
절집 하면 어느 절집에서나 있는 "해우소" 이야기가 있다.
송광사와 선암사 해우소도 둘째 가라면 서운 할 만큼 전하는 이야기도 많다.
송광사 해우소가 얼마나 깊든 선암사 해우소가 얼마나 오래 되었든 그건 다른 여행객에 맡기고 진정한 해우소 뜻을 찾는
여행이나 해보자.
해우소란 말을 처음 사용한 것은 그리 오래 돼지 않다.
통도사 극락암에 주석 하셨던 경봉선사(1892~1982)가 한국전쟁이 끝날 무렵 두개의 나무 토막에 해우소(解憂所),
휴급소(休急所)라 적고 큰일 보는곳에 해우소,소변 보는곳에 휴급소라 붙였다.
당연 스님들 사이에 설왕설래 그 뜻에 대해 말이 많았다.
경봉 스님이 법문을 통해 그 뜻을 전했다.
"우리 극락암 정랑에 갔다가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거리고 저마다 한소리를 해, 이세상에 가장 급한것이 무얼까?
내가 알기로 세상에 가장 급한일은 자신이 누구인가를 찾는 일이야,그런데 중생들은 화급한 일을 잊어버이고 바쁘지 않은 것을
바쁘다고 해, 내가 소변 보는곳을 휴급소라 한것은 쓸데없이 바쁜 마음 그곳에서 쉬어 가라는 뜻이야. 그럼 해우소는 무슨 뜻이야
뱃속에 쓸데 없는 것이 들어 있으면 속이 답답하고, 근심 걱정이 생기지 그것을 다 버리는거야.휴급소에 가서 급한 마음 쉬어 가고
해우소에서 근심 걱정 버리고 가면 그것이 도 닦는 거야"
진정 명쾌한 설법이다.
우린 해우소를 '뒷간' 또는 '측간(厠間)'이라고 불렀다.
지방에 따라서는 '칙간(측간의 사투리)', '정랑('뒷간'의 경상도 사투리)'이라고도 불렀다.
점잖게 한자말로 정방(淨房)이라고도 했다.
또는 북수(뒷물)를 하는 곳이라 하여 '북수간(北水間)'이라고도 했다.
옛날집 뒷간에는 재를 많이 뿌렸으므로 '잿간'이라고도 불렀다.
또한 조선시대 이후 일상생활에 깊이 박힌 유교적 관념의 영향을 받아 괴춤이나 치마끈을 푸는 곳이라고 꺼려했다.
그래서 '급한 데', '부정한 데', '작은 집' 등으로 은밀히 불리기도 했다.
그런데 뭐니뭐니 해도 가장 일반적으로 통용되던 말은 '뒷간'이었다.
이렇게 은밀하고 칙칙한 공간을 '쓸데 없이 바쁜 마음을 쉬게 하는곳','근심 걱정을 털어 버리 곳'으로 위트 있고 해학적이며
심오함까지 갖춘 공간으로 만든 경봉선사가 존경스럽다.
잊혀진 휴급소도 찾아썼음 좋겠다.
대웅보전
송광사는 해인사,통도사와 더불어 삼보(三寶)사찰로 승보 사찰이다.
조계종 총림 사찰중 16국사를 배출한 유일한 사찰이다.
총림(叢林)의 뜻은 범어 vindhyavana의 번역으로 빈타파나(貧陀婆那)라 음역한다.
승속이 화합하여 한곳에 머무름이 수목이 우거짐과 같다하여 이렇게 부르며,선원(禪院), 선림(禪林), 승당(僧堂),
전문도량(專門道場) 등 다수의 승려대중이 모여 수행하는 곳을 총칭하여 총림(叢林)이라 한다.
조계종엔 5개의 총림이 있는데,조계총림(조계산 송광사),영축총림(양산 통도사),가야총림(합천 해인사),덕숭총림(예산 수덕사)
고불총림(장성 백양사)가 있다.
아침 예불이 끝난 송광사는 고요하다.
대웅보전앞 늙은 매화만이 옹골차게 피어 나그네를 맞는다.
산수유도 은은하지만 질펀하게 피었다.
해우소
보소
송광사로 부터 선암사에 이르는 길은 옛 송광사 스님들과 선암사 스님들이 오고가던 길이다..
지금은 선암사에 태고종 스님들이 자리 잡으며 한때는 송광사와 선암사간 갈등의 현장 이기도 했다.
태고종은 5.16 이후 불교 정화운동 과정에서 새로 등록된 27종파중 하나다.
선암사에 이르는 길은 2개의 큰재를 넘어야 한다.
굴목재와 큰굴목재다.
송광사로부터 굴목재(720m)를 넘으면 보리밥집이다.
원조 보리밥집 혹은 아래 보리밥집이라 하는데 보리밥과 비빔용 야채들이 신선하다.
이 보리밥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다 할 수는 없지만 넉넉한 인심과 송광사와 선암사 어느 쪽에서도 고개 하나는 넘어야
하는 수고를 생각하면 시장이 반찬이다.
가마솥에 펄펄 끊는 누룽지와 깔끔한 반찬들 담백한 동동주 맛도 일품이다.
특히 겉절이 김치에 들어있는 재피향은 내 고향 맛이다.
언제나 큰집에 가면 초피나무 열매를 갈아 담근 재피향 가득한 김치를 맛볼 수 있었다.
오늘 당연 선암사엔 온 이유는 정호승 시인처럼 선암사 해우소에서 울고 싶어서가 아니다.
선암사 무우전 흙담길 옆 백매(白梅)를 보기 위함이다.
몇날을 고대하며 날자를 계산하고 길일을 잡아 오늘 600년 동안 600번은 피고 졌을 순백의 선암매(仙巖梅)를 보기 위함이다.
고려말 국사였던 의천 스님이 선암사를 중창할때 삼성각 앞 와송과 함께 심었다는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토종 매화다.
역시나 백배는 활짝 폈다.
조선의 시인 상촌 신흠은
'桐千年老恒藏曲(동천년노항장곡)
梅一生寒不賣香(매일생한불매향)...하략...
오동나무는 천년이 지나도 항상 그 곡조를 간직하고
매화는 일생을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 했다.
퇴계 이황이 평생 좌우명으로 삼을 만큼 유명한 시다.
아마도 신흠은 이 선암매의 향을 이렇게 노래 했으리라.
매화는 장미처럼 향기로 사람을 유혹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번 맡아보면 쉽게 잊을 수 없는 은은함이 있다.
고상한 표현을 사용 하자면 암향(暗香)이 된다.
오늘 무우전 흙담길엔 암향이 가득해 상춘객의 코 끝을 살랑거린다.
선암매향을 한껏 즐겼으니 오늘 선암사행은 성공이다.
언제 이렇게 지나는 여행이 아니라 머물러 즐기는 여행지로 다시 찾고 싶은 송광사 선암사다.
선암사 해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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