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리 부부 산방
낙동정맥17구간 종주(상목골재-윗상목골-700.1봉-소호고개-삼강봉-백운산-소호령-고헌산동봉-고헌산-고헌산서봉-외항재) 본문
낙동정맥17구간 종주(상목골재-윗상목골-700.1봉-소호고개-삼강봉-백운산-소호령-고헌산동봉-고헌산-고헌산서봉-외항재)
無碍人 2018. 5. 21. 22:332018년 5월21일월요일 안개많음 배법이랑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손로원 작사 박시춘 작곡 백설희 노래 "봄날은 간다"
봄이면 우리 온산하에 분홍의 진달래가 출렁인다.
진달래는 지고...
오늘 낙동에는
진달래에 이어 핀다는 연달래(철쭉),미스김 라일락이라 불리는 수수꽃다리(털개화나무),붉은 병꽃나무로 이어지는 꽃잔치가 절정이다.
수년전 시인들이 뽑은 20세기 한글로 쓰여진 가장 아름다운 노래 가사로 손로원 작시 "봄날은 간다"였다.
이 노랫말 속의 연분홍 치마가 진달래 였음은 두말 할거 없다.
1953년 그 암울한 시절에도 온 천지에 흐드러지게 피어 전쟁에 지친 사람들의 시름을 달랬던 꽃이다.
"연달래! 진달래! 난다알래!"
어릴적 진달래가 필때쯤이면 운동장 한켠에서 고무줄 놀이를 하는 여자 아이들 고무줄을 끊고 달아나며 하던 놀림 말이다.
그 뜻이 무슨 뜻인줄도 모르고 '달래' '다알래' 하는 운율이 좋아 입에 달고 놀았다.
그럴때면 여자 아이들이 쫒아 오다 십중팔구는 주저 앉아 울음을 터트리곤했다.
'연달래! 진달래! 난다알래!' 하던 그 말이 진한 빛깔의 농담(濃淡)이 담겨 있었다는 것은 아주 뒤에
어른이 돼고서야 알았으니 참 순진했다.
연한꽃은 연달래,진한것은 진달래,난초처럼 검붉은 꽃은 난달래...
옛된 소녀의 젖꼭지는 연달래 색이요, 숙성한 처녀의 그것은 진달래색이며,결혼한 한물간 여자의 젖꼭지는 난달래색이라....
고무줄을 끊어서가 아니라 이 외설적인 내용을 알고 있던 조숙한 계집 아이들이라 그렇게 주저앉아 울름을 터트렸을까?
그때는 나는 정말 몰랐다.
오늘 낙동은 열세살 소녀 같은 연달래와 물오른 스므살 처녀 같은 수수꽃다리,한물간 여자 젖꼭지 같은 붉은 병꽃나무가 만개 했다.
상목골재(460m)는 경주시 산내면에서 내남면으로 넘어가는고개다.
아래 상목골은 낙동수계이면서 1914년 이전엔 형산강수계인 내남면 이였다가 산내면이 됐다.
제대로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에 맞는 행정 체계를 찾은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물길따라 살아왔다.
경주터미널에 새벽에 도착하여 한무당재부터 이용한 건천택시를 호출해 상목골재에 접속한다.(02:40)
호기롭게 장승뒤 마루금에 접속했으나 잡목등이 엉켜 어둠에 랜턴 빛 만으로 나아갈 수 가 없다.
다시 빽하여 임도 따라 간다.
선답자들이 파란 물통에서 마루금에 합류했다 하는데 파란 물통 있는 곳을 놓치고 공사로 파헤쳐진 임도로 직진하니
윗상목골 임도라 불리는 산내고원안내도가 있는 고갯마루에 이른다.
분명 선답자들이 임도 따라 가면 안된다고 했는데 너무 쉽게 윗상목골 임도에 다다른다.
살펴보니 마을로 내려가는 임도가 따로 있고 새로 상목골재에서 윗상목골로 이어지는 임도 공사가 진행중이다.
임도 공사가 완공 돼면 임도를 따르면 쉽게 윗상목골에 이른다. (03:05)
완만한 오름을 올라 700.1봉에 이르는 등로는 새벽 안개가 가득 내려 앉아 자꾸 안경의 성에가 시야를 가린다.
비가 오거나 이렇게 안개 낀날은 안경쓰고 산행 한다는게 참 불편하다.
소호고개(530m))는 울주군 두서면 내와리에서 상북면 소호리로 넘어가는 고개로 비포장 임도다.
이곳 사람들은 태종고개라 부르기도 하는데 특별한 지명유래는 찾지못했다.(04:50)
소호고개에서 삼강봉은 완만하게 300여m 고도를 높여야 한다.
간간히 전망좋은 바위가 있는데 오늘은 안개바다...아무것도 보여 줄게 없단다.
다만 날이 새면서 새울음 소리가 청아하다.
여러 종류의 산새 소리가 합창을 시작하는데 정겹다.
농담 처럼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 소풍 끝내고 돌아 갈때 저소리가 그리울거 같아
아들 한테 새벽 산새소리 듣고 싶다 할거같에..."
새벽 산행을 언젠가는 그만 두겠지만 많이 그리울거 같다.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한가 ? 산행 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삼강봉(三江峰 845m)은 형산강과 태화강 그리고 밀양천이 갈리는 봉우리다.
밀양천은 낙동수계이고 형산강과 태화강은 여기서 분기하는 호미지맥에 의해 북쪽은 형산강 남쪽은 태화강 으로 갈린다.
호미지맥(虎尾枝脈)은 이곳 삼강봉에서 갈라져 동쪽으로 천마산(天馬山 620.5m),치술령(致述嶺766.9m).
토함산(吐含山 745.1m),삼봉산(三峰山 290.3m),조항산(鳥項山 245m),금오산(金鰲山 230.4m)
공개산(孔開山 213.8m),우물재산(176m),고금산(120m)지나 포항 호미곶까지 이어지는 도상거리 98km의 산줄기다.
이 산줄기는 형산강(兄山江)의 남쪽 울타리 역할을 하며, 강줄기의 분류체계를 따른다면 형남기맥(兄南岐脈)이라 불려야 한다.
그러나 산줄기가 끝나는 곳이 호미곶이란 명소 인 관계로 땅끝기맥과 같이 지역의 지명도를 살려 호미지맥(虎尾枝脈)이라
부르게 됐다.산줄기의 북으로 흐르는 물은 대개 형산강(兄山江)이 되고 남쪽으로 흐르는 물은 태화강이 되며, 일부는 장기천,
대화천으로 들어 동해 바다로 흘러간다.(06:10)
백운산에 이르는 편안한 등로엔 안개바다라 산 아랫것들은 아무것도 보여 주지 않는다.
그러나 등로엔 핀 수수꽃다리 즉 미스김 라일락 향에 정신이 혼미하다.
이렇게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에 이쁜 이름이 있는 수수꽃다리(털개화나무)가 미스김이 된데는 사연이 있다.
1947년 미국인 원예 수집가가 수수꽃다리를 미국으로 가져가 품종을 개량 했는데 그때 사무실에서 타이핑을 도와주던
여직원이 미스김이라 수수꽃다리(털개화나무)라는 멀쩡한 우리 말 이름을 놔두고 미스김이라 불렀다.
수수꽃다리는 개량이돼 라일락이돼고 원래 수수꽃다리는 미스김 라일락이 돼고 말았다.
백운산 직전 전망바위도 안개바다다...
백운산 거대한 표지석만 안개속에 길라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06:40)
낙동정맥이 영천분지를 지나면서 고도를 낮추어 진행하다,백운산을 지나 고헌산에 이르러 다시 1000m 이상의 고도를 형성한다.
이곳부터 영남알프스가 시작된다.
영남알프스는 밀양, 양산, 청도, 경주에 형성된 산군들 중 해발 1000m 이상의 산들로 이루어진 곳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