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리 부부 산방
설악산(한계령-귀때기청봉-대승령-12선녀탕) 본문
2020년 7월 12일 일요일 맑음 친구 배 법이랑
"맨날 가는 산행 하필 오늘..."
친구로부터 받은 전화다.
단체 모임을 주선 하진 않던 친구가 모처럼 '모여라' 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처음 만나는 친구도 있다고?
그런데 선약이 있다.
사정을 말하고 난감해하는데...
많이 섭섭해하는 이 느낌,
나 역시 많이 불편하다.
산행 약속
골프 약속처럼 파기하면 안 되는 불문율이 산꾼에게도 있다.
그만큼 변수가 많은 운동이라 하늘이 말리지 않는 한 약속을 지키려 한다.
특히 계곡 산행은 비가 많이 와 물이 많으면 위험하고 물이 없어도 재미가 없다.
적당한 비와 잘 맞는 시간
대간, 정맥 종주 10년중 8년을 혼산(홀산)으로 했다.
그 10년 중에 가끔 나를 응원해주고 마지막 2년, 낙동을 함께한 친구와 약속이다.
한 달에 주말 쉬는 날이 한두 번 뿐인 내 직업 특성상 많이 기다려야 할 수 있는 약속이다.
늘 기다려서 함께 해준 친구와 악속을 번복할 수 없었다.
친구를 소중하고 좀 덜 소중하고 나누는 게 아니라
난, 먼저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판단했는데...
친구가 많이 섭섭했나 보다.
날 좀 이해해주고 오해가 풀렸으면 한다.
설악산 귀때기청(1578m)
대간길에 비껴 서 있는 봉우리다.
월악산 영봉과 지리산 반야봉 역시 대간길에 비껴 서 있어 찾아 올랐다.
귀때기청은 자기가 설악에서 제일 높다고 으스대다가 끝청(1604m), 중청(1676m), 대청(1708m)
삼 형제로부터 귀싸대기 한 대 맞고서 귀때기청(1578m)이 됐다고 한다.
또 다른 이야기로는 바람이 하도 많이 불어 귀때기가 떨어져 나갈 것 같다해서...
이러나저러나 귀때기청은 까칠한 봉우리다.
등로 역시 황칠봉과 더불어 가장 불친절하다.
너덜 경이 발달해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
나이 탓일까?
너덜지대 지나기가 정말 피곤하다.
무엇보다 균형 잡기가 쉽지 않고 지난밤 비로 바위가 젖어 미끄럽다.
한 무리의 젊은 친구들이 날쌘돌이처럼 너덜지대를 지난다.
새벽에 한계령 오름에서 저들한테 밀리지 않았다.
부럽다.
근육질의 젊은 사내와 레깅스가 이쁜 처자들이...
십이선녀탕은 안면이 많은 곳이다.
장수대에서 대승폭포를 통해 십이선녀탕으로 오르내리기를 여러 번 했다.
십이선녀탕은
옛 문원에는 12탕 12폭
노산 선생은 8탕 8폭이라 했다.
아마도 예전엔 12탕 12폭이었으나 계곡이라는 게 큰 물이 날 때마다 변하다 보니...
아니면 헤아리는 사람마다 보는 관점이 달라 그리...
"설악산 중에 최고의 승지가 어디냐? 누가 묻는다면 십이선녀탕 절경을 보지 않고는 아예
설악산 산수를 논하지 마라"는 말이 있다.
설악의 여러 계곡에 폭포와 담, 소가 많지만 그중에 아름 다움으로 최고다.
장마철이라 많은 비가 내려 굉음을 내는 폭포, 검푸른 소와 담, 희고 너른 암반 위를 포말을 지며
흐르는 와폭이 장관이다.
귀때기청 만나러 왔다 덤으로 만난 선녀탕 계곡 그 옛날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은데..
한결같은 사람이라 믿었던 사람이 요즘 아프게 한다.
나 같은 범부와는 비교가 안된다고 믿었는데.. 사람이라는 게 참 이해가 안 되는 족속이다.
살아온 60년을 참 잘 살았는데 그 마지막 몇 년이 안타깝다.
믿음이 컸던 만큼 실망도 크다.
아직도 간절히 내 믿음이 맞았다는 반전을 나는 기다린다.
안타깝다.
1. 산행코스
한계령-한계령 삼거리-귀때기청-큰 감투봉-대승령-안산 갈림길-십이선녀탕-남교리
(11시간 45분, 24.5km(GPS 거리))
@. 교통편
사당-한계령 반다 롱 산악회 버스
남교리-사당역 반다 롱 산악회 버스
2. 산경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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