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리 부부 산방
월하성에 달빛 무뎌도 홍원항 전어대가리 깨가 서말..... 본문
2012년 10월13~14일 토요일,일요일 맑음 칠성탑
추분과 한가위를 넘긴 태양은 한낮의 볕도 많이 누그러져 그 따사로움이 친근하다.
시인 박노해는 가을볕을 두고 "가을볕이 너무좋아/가만히 나를 말린다"라고 노래했다.
이가을 서천여행은 공간 여행만이 아니라 우리에게는 시간 여행이다.
흙마당에 널려있던 빨간고추, 초가지붕위 늘어지게 익어가던 홍시감,동림교 다리위에 널려있던 나락,교문앞 잉어방죽에 피던 연꽃,묘목장 울타리
탱자나무,철길건너공동묘지의 고구마서리.....이 가을볕을 공유하던 친구를 만나러 서천에 간다.
그들은 푸대, 밥바구리,지딱코 ,개장시,짜리몽,쎄케...그 정겨운 별명이 익숙한 친구라는 이름의 30년지기...아니 이제 세월이 더 흘러 40년지기 친구
그해 가을 어느날 그날도 볕이 따사로웠지 때는 시국이 하수상하던 긴급조치9호 발동으로 모이고 헤어지는게 자유롭지않던....
우리 일곱 친구는 내장산으로의 반란에 나서고 우리를 못 미더워 하던 장선생은 급기야 우리를 감시차 따라 나섰던 그 가을부터 우리는 친구였다
40년동안...
서천은 한산 모시로 대변되는 모시의 고장으로 아직도 그 명맥을 유지하고 보존하고있는 전형적인 농어촌이다
최근들어 서해안에서 대천과 안면도에 이어 젊은이들의 데이트 여행장소로 각광을 받기 시작한곳이 이곳 마량포구다.
우리는 오늘 이곳 마량포구를 우리들의 가을여행지로 잡았다.
그 옛날 우리를 감시하던 선생님 대신에 그림자처럼 우리를 따르는 옆지기를 대동하고서....
서천역에서 조우한 우리는 금새 그시절 그 시간으로의 여행에 나서고 ....
그 옛날 그랬듯이 우리는 금새 열여덞의 고등학생이 된다.
여기 마량포구는 해돋이 마을로 유명하다,
서해안에서 유일하게 해돋이와 해넘이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유일한 곳 이다.
다만 바다에서 오르는 해돋이는 연중 11월부터 2월까지로 해가 남쪽으로 기우는 동절기만 가능하다.
마량포구는 한적하고 조용한 포구지만 서해안 중 에서도 조수 간만의 차가 적어 항상 어선들의 출입이 자유로워 자연산 광어와 도미 잡이로
'삼각망어업'이 발달하여 마량포구에서는 양식장 고기를 찾아볼 수 없는게 자랑이란다.이곳에서 봄에는 광어 도미 축제가 열리고 있다.
마침 만조와 어우러져 우리들이 포구에 들어 설 때는 포구 가득 밀려온 조수로 넘실대고 우리는 동심으로 돌아가 그시절 처럼 사진찍기에....
바다를 배경으로 등대를 배경으로 요리조리 한컷...."마눌님도 다모여봐...." 시끌벅적 왁자시끌 재미지다.
마량포구에서 실컷 웃고 떠들다가 오늘 우리들의 대장 서천서 방과장 인솔로 동백정에 오른다.
전설에 의하면 동백정의 동백꽃은 500년전 이지방 관리가 꿈에서 바닷가에 떠있는 꽃다발을 보고 바닷가에 가보니 정말 꽃이 있어 가져다 심었더니
현재의 동백숲이 되었단다.아마도 이 관리는 대단한 청백리 였거나 벼슬에 그리 관심없는 선비였으리라....
왜냐구? 원래 이 동백이라는 꽃은 관아 뜰에 심지 않는 꽃으로 특히 공직에 나간 관리들이 그리 좋아하지 않는 꽃이다.
동백꽃은 이른봄 잔설이 가시기전에 눈보라를 이기고 피지만 그꽃이 질때는 "툭"소리가 날정도로 처연하게 시들지않은 꽃송이가 떨어지니.....관리들이...
이곳 동백정과 마량리 일원의 동백숲은 식물 분포학적으로 동백이 자랄 수 있는 가장 북쪽에 있어 그 가치가 대단히 중요하다.
이곳 동백정에서는 매년 3~4월에 "동백꽃.쭈꾸미축제"가 열리고 있으며 동백섬 앞 오력도 주변의 쪽빛바다는 동백꽃이 필때 가장 아름답고 우럭,감성돔 등의 낚시터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곳이다.
우리는 동백정에 오르기전 "보석치기"를 하며 유년의 그때를 한껏 떠올리며 계집애처럼 깔깔대기도 하고 소년처럼 어른 흉내를 내기도 하며 오력도를
배경으로 또 '찰칵'나이들면서 왜 이리 사진찍기를 좋아하는지.....나는 사진 찍는것은 많이 하지만 모델은 안한다고....장담하는데...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나도 모델이 더라고...나이 탓이라고,,ㅋㅋㅋ근디 다들 좋아하더라 ...남는건 사진뿐이 더라고...
동백정을 휘휘돌아 내려오니 다들 피곤하단다.
인근 달빛아래 섬, 월하성과 해양박물관은 알아서 다음에 오고 싶은 사람 오든지 말든지 ...일단은 쉬고 싶다고...
숙소인 춘장대 해수욕장 앞 서부발전 사업소 영빈관으로 이동하여 여장을 풀고 피곤한 마눌들은 쉬기로 하고 아직 팔팔한 우리는 춘장대 해변으로....
춘장대는 해송이 아름다운 해수욕장으로 오래전 아이들이 어렸을적 아버님과 하룻밤의 추억이있는곳이다.
아마도 바다가 처음이였던 울 아버지 종일 바닷가 암초에 붙어있는 대두(大豆)만한 전복을 양동이로 하나 주워 오셨는데...
삶아도 그맛이 쓰고 아리고 하던 ....그립다...아버지
춘장대 해변의 모래는 세모래라 자동차가 달려도 자국이 안날정도로 모래가 곱다.
해변에서 그믈을 이용하여 뭔가를 잡고 있는데 석동이 친구가 가까이 접근하여 호기심을 보이고....그것은 자하...서천의 명물 자하젓 담그는
새우 잡이란다.
해변을돌아 쉼터에서 우리들의 에프엠 경찰 홍이로부터 무심코 주워든 명함한장 도로 내려 놓다 쓰레기 버리는 파렴치범으로 오해 받아
훈계를듣고..또 다른 추억을 만들고....ㅋㅋㅋ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홍원항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지않은가?
여행에서 먹는것을 빼놓을 수 없다면 서천에가면 홍원항 전어는 꼭 먹어야한다.
"가을전어는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한다" "가을전어 대가리엔 참깨가 서말"매년 9월이면 이곳 홍원항에서는 전어축제가 열린다.
원래 전어는 '부산전어' '광양전어'가 유명한데 지금은 이곳 홍원항 전어를 부산과 광양에서 수입해간다나....
우리 친구 방과장, 오늘 우리는 이 친구를 인민무력 부장이라 부르기로 했다.
썬그라스쓴 폼이 촌스러워서...그 포스가 무력부장감이라...암튼 이 친구가 준비한 원초적 자연산 광어,꽃게.새우,전어회무침,전어 뼈꼬시,전어구이,
소곡주(앉은뱅이술)....
이곳 홍원항 터줏대감이... 오늘 잡아온 재료만으로 준비한 우리들의 만찬은 도통 꿈인지 생시인지....
아마도 조선의 임금도 오늘 우리처럼은 먹지 않았으리라고....
전어 회무침,전어 뼈꼬시,전어구이 홍원항 대표음식에 덤으로 나온 자연산 광어, 자연산꽃게,자연산새우,..특히 자연산 새우는 구이도 맛있지만 회로
먹는 맛이 달다.거기다 한산 소곡주는 그 달달한 맛이 점입가경...
옛날 전라도 어느 선비가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한산을 지나게 되었는데, 주막에서 미나리부침에 소곡주 한잔으로 목을 축이게 되고, 그맛이 너무
좋아 한잔 두잔 취흥이 돋아 시를 짓고 즐기다가 결국과거를 보지못했다 한다.
또 다른 이야기로는 남의집에 물건을 훔치러간 도둑이 술독을 발견하고 술 맛에 취해 주저 앉았다는 일화가 있어, 술맛이좋고 주도가 높아 취하면
일어서지 못한다는일화가 있어 앉은뱅이 술이라고 한다.
좋은 술에 좋은 안주 그리고 진짜 좋은 친구가 있어 행복한 여행이다.
늦게온 종찬이 덕분에 2차로 가진 숙소에서의 자리는 "아 ~ 내 배가 하나 더 있어도 오늘은 괜찮은데...."
여보게 친구야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쉰소리 한토막 들려 줄게....
우리 이렇게 살자
자식도 품안에 자식이요
내외도 이부자리 안의 내외이지
야무지게 산들 뾰족 할 것 없고
덤덤하게 살아도 믿질 것 없네
속을줄도 알고 질줄도 알자
자네 주머니 든든하면 술 한잔 받아주게
나도 돈있으면 자네 술 한잔 사줌세
거물거물 서산에 해 걸리면
지고 갈 건가 이고 갈 건가
마량포구
이 맑은 표정 언제까지나.....
이 포스는 인민무력부장감이다.ㅋㅋㅋ
자주모여야 한다니까?
이 밝은 표정 돈주고 사고 싶다.
우리 행복하지요?
오력도
표정 좋고.....
"나 행복해요?"라고 말하고 있죠
이렇게 편안한 표정
다 삶에서 울어나는거야
다들 잘살고 있네 그려
춘장대 해수욕장
명함 버렸다고 훈계하는 우리 부장님....
으이그! 오버가 100단이다.
배꼽 빠지는 이야기가 뭔줄 알아...ㅋㅋㅋ
앉은뱅이술
회로 먹은 이새우 알 까진 않았겠지?
자연산이잖아...ㅋㅋㅋ
친구 많이 드시게...
4월19일이였을겨?
노고단 산행에서...
| |||
|
'이 또한 지나가리 > 방방곡곡 여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원양구 두타연 트레킹 (0) | 2013.11.01 |
---|---|
첫째날:태종대 찍고 해운대 턴하고 자갈치에서 취하다, (0) | 2013.05.20 |
구천동과 향적봉 (0) | 2012.09.04 |
제주에서의 어느오후 (0) | 2012.09.04 |
청풍명월의 본향 제천&단양뒤지기 (0) | 2012.07.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