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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산 비로봉의 앗찔한 경험

無碍人 2017. 1. 20. 11:12

2017년 1월 14일 토요일 청명 -13°c 친구 셋(정효,병선,국현)


요즘 SNS에 회자되는 단어가 Yolo(You only Live once,한 번뿐인 인생)

우리말로 '욜로'라고 음역되어 읽힌다.

인생은 한번뿐이니 후회없이 이 순간을 즐기며 살자는 미국의 어느 래퍼의 노래 구절에 등장하여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 홍보에 쓰이며

유명해졌다.

불확실한 미래에 부딪힌 젊은이들이 저축보다는 현재를 즐기며 사는 소비 패턴을 의미 하기도 한다.

나이가 들며 흔한 말로 "인생 뭐 있어?"

하는 자조적인 말을 자주 하는 친구가 있다.

여행 할때도.... 맛있는 것을 먹을때도...어쩌다 친구들과 대포 한잔 할때도 즐겨 쓰는 말이 "인생 뭐 있어?"

이 말이 곧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한 번뿐인 인생)와 같은 뜻이니 우리 친구들이 훨씬 오래전에 쓰고 있던 말이다.


오대산 상원사에는 우리 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동종이 있다.

동종 말고도 부처님의 진신 사리가 모셔져 있는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으로 유명 하지만 오늘은 상원사 동종을 만나는 걸로 하자.

상원사 동종은 원래 안동도호부에 있었다.

조선 7대 임금 세조가 조카 단종을 몰아내고 왕위에 올라 그 죄책감으로 말년에 여러 지병에 시달렸는데 피부병도 그중 하나였다.

속리산 정이품소나무도 세조가 초정약수에 피부병 치료차 갔다가 내려진 정이품 벼슬이란것은 잘아는 이야기다.

이곳 상원사 계곡에도 세조가 깨끗한 물을 찾아 왔었나보다.

주차장 입구에서 만나는 관대걸이도 세조가 관모를 걸었던 곳이다.

세조가 어느날 상원사 입구에서 목욕을 하는데 동자승하나가 지나길래 등을 밀어달라 부탁을 했다.

세조의 불심을 잘 아는 동자승은 신심으로 세조를 씻겨 피부병을 낫게 했다.

세조가 고마움에 동자승에게 자기가 임금임을 밝히고 어디가서 임금을 목욕 시켰다고 말하지 말라고 부탁을 했다.

그러자 동자승이 빙그레 웃으며 임금님께서도 어디가서 문수보살이 목욕을 시켜 줬다고 말하지 말라하고 홀연히 사라졌다.

불심이 깊었던 세조는 피부병을 낫게해준 문수보살의 은공을 갚기위해 전국을 수소문해 안동도호부 문루에 있던 동종을 이곳에 모시게 했다.

그런데 상원사 동종이 안동도호부에서 상원사로 옮겨가는 비화가 있었다는 것은 100년쯤 후 두향과 퇴계 이황의 로멘스에서

다시 등장한다.

퇴계 이황이 두번의 상처를 하고 단양군수로 부임해 있을때 관기였던 두향을 만났다.

두향의 나이 18세 퇴계는 48세

두향과 퇴계는 주로 강선대 위에서 거문고를 타고 함께 선경을 즐겼다.

그러나 두향은 관기였으나 몸을 함부로 굴리는 은군자(隱君子)가 아니였다

절개가 강하고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다.

퇴계에게 두향은 고독하고 적적한 인동의 긴 세월끝에 맞은 설중매와 같은 존재였다.

바람불고 비오는 운우의 쾌락(悅樂)을 알았다

두사람이 함게 했던 기간은 불과 9개월, 일장춘몽처럼 짧았으나 두사람의 정은 무산지몽(巫山之夢)처럼 깊었다.

풍기군수로 임지를 옮기는 마자막 밤 서로의 마음을  알리는 시를 건네고 거문고로 이별의 노래를 불렀다.

두향의 얼굴은 흘러내린 눈물로 젖어 있었다.

두향은 천천히 저고리를 벗기 시작하였다. 고름을 풀어 내리고 가슴을 헤쳤다.
“나으리, 젖꼭지 하나를 베어 내소서. 그래야만 나으리를 향한 소첩의 미련이 끊어질 것이 나이다.

 하늘과 땅이 갈라지기 전부터 이어진 나으리와의 천겁의 인연이 끊어질 것이 나이다.”
천천히 저고리를 다 벗은 두향이 은장도 하나를 꺼내어 방바닥위에 놓았다.

흘러 들어온 달빛이 두향의 가녀린 어깨를 감싸고 있었고, 풀어헤친 긴 머리카락 사이로 두향의 젖가슴이 흔들리고 있었다.
“정녕 가슴하나를 베어 달라는 것이냐.”
침묵을 지키던 퇴계가 마침내 입을 열어 물었다.
“베어주소서.”
결연한 목소리로 두향이 대답 하였다.

그러자 퇴계는 천천히 손을 뻗어 은장도를 집어 들었다.

비록 노리개로 갖고 다니는 작은 칼이었으나 시퍼렇게 날이 서 있었다.

퇴계는 칼을 들어 곁에 벗어둔 두향의 저고리를 펼쳤다.

저고리는 갑사 저고리였는데, 퇴계는 망설임 없이 칼을 들어 저고리의 깃을 잘라냈다.
이른바 할급휴서(割給休書)였다.
‘할급’이란 말의 뜻은 ‘가위로 옷을 베어서 준다.’는 뜻이다.

당시 양반사회에서는 내외가 갈라서는 이혼이 국법으로 엄중하게 금지되어 있었다.

평민들은 '할급', 즉 ‘저고리의 옷섶을 잘라줌’으로써 남편은 아내에게 이혼을 증빙 할 수 있었다.

퇴계가 은장도로 저고리의 깃을 베어낸 것은 두 사람의 연분을 끊어내는 일종의 이연장(離緣狀)이었다.
“이로서.”
퇴계가 나비모양으로 베어진 세모꼴의 저고리 깃을 두향에게 주면서 말하였다.
“상원사의 동종이 죽령의 고개를 넘어가 듯 내 몸도 죽령을 무사히 넘을 수 있겠느냐.”
말없이 울고 있던 두향이 퇴계가 내민 세모꼴의 저고리 깃을 두 손으로 받으며 말하였다.
“나으리께오서 저고리의 깃을 자르시니 이것으로 인연이 다 된 것을 알겠나이다.

상원사의 동종에서 잘라낸 젖꼭지를 남문루에 파묻고 제사를 지냈듯, 소첩이 이 저고리를 나으리와 함께 지내던 강선대(降仙臺) 바위 밑에

파묻으오리다. 그리하여 마침내 다북 쑥 우거진 무덤에 함께 묻히겠나이다.”

안동도호부 남문루에 있던 상원사 동종은 무게가 3300근이나 됐다.

800년이나 이 곳에 머물던 동종이 안동을 떠나 죽령을 넘으면 다시는 이곳에 돌아 올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풍기를 지나 죽령을 넘어 제천 원주를 거쳐 오대산까지 가는데 100년을 사는 사람도 그 이별에 아파하는데 800년을 한자리를 지켜온

동종이 안동을 떠날 수 없어 죽령을 넘기전 멈춰 버린것이다.

호송인원 500명 말 100필을 동원했으나 5일동안이나 꼼짝을 하지 않았다.

결국 남녀가 이별 할때 하던 것처럼 동종의 젖꼭지, 종유(鍾乳)를 잘라 남문루에 묻고, 제사를 지내고서야 움직 였다고 한다.

일본종이나 중국종에는 없는 종유는 한국종에만 있다.

4개의 종곽에 9개의 종유가 배열되어 36개의 종유가 있는게 특징이다.

그 종유를 하나 떼어 내고서야 이곳 상원사까지 올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600년을 한자리에 머물러 있다.

이제는 그 은은한 소리마저 낼 수 없어 유리상자 안에 갇혀 있지만.....

종루는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인데 갇힌 종은 1300년 세월을 홀로 세고 있다.

비루봉 오름은 지난번 내린눈으로 제법 미끄럽다.

갑자기 수퍼맨이 된 국현 친구 땜에 무리한다 싶었는데....

정상에서 30여분 기다린 후 도착한 친구 B가 근육통이 심한거 같다.간단하게 안부에서 요기를 하고 다시 출발하려 하는데

친구 B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

원점 산행으로 급 변경하고, 나와 B는 하산을.... 다른 친구들은 상왕봉으로 출발하는데 200여m도 못가서 B의 상태가 심각해 진다.

길에 누워 지나는 산객에게서 얻은 근육통 약을 얻어 맛사지로 응급 처치를 했으나 도저히 못 움직이 겠단다.

현재 기온 영하 10°c 강풍이 불어 체감온도는 훨씬 더 떨어진다.

몇번의 하산 시도 끝에 119에 구조 요청을 하고 상왕봉 가는 두 친구를 부른다.

아주 잠깐의 순간이지만 이러다 큰일 나겠다 싶은 생각에 많은걸 느낀다.

친구 두명이 합류하고 가다 서다를 반복하니 B의 상태가 호전돼 스스로 하산 할거 같에 119에 구조 요청 취소를 한다.

홀산을 주로 하는 나로서는 식겁한 경험이다.

혼자였다면...그게 나였다면...

이젠 지나온 세월만큼 더 안전에 신중해야 겠다.

상상하기 싫은 비로봉 겨울산행이 될 뻔했다.




관대걸이








상원사동종





북대암(사자암)






적멸보궁



발왕산

멀리 대관령 삼양목장

앞으로 동대산 그너머 노인봉

주문진항

갑자기 수퍼맨이 된 내친구 국현

나이들어 건강하려면 근육을 키우는게 정답

좋아진 체력 부럽다.



설악산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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