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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리 부부 산방
2021년 10월 2일 토요일 맑음 천사랑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같은 게 있다 그건 딱히 재미난 일이 없다는 거다" 요즘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우리 드라마 '오징어 게임' 대사 중 하나다. 부자는 돈이 너무 많아 무얼 해도 재미가 없고 가난한 사람은 뭘 해볼 여가가 없으니 사는게 재미가 없다. 사는 게 재미없는 건 맞는데 그 접근 경로는 정 반대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 한건 일 할 수 있음 일 하라 그리고 쉴 때는 확실하게 쉬라. 나이 들어 일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놀 줄 안다는 것, 그것이 행복이다. 언제부터 24시간을 쪼개서 살고 있다. 하고 싶은게 너무 많다. 근육질 몸을 갖고 싶다. 타고난 물렁 살, 비지 살, 몸매라 근육이 안 만들어진다.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몸만들기 수년째 아침저녁으로 ..
2021년 9월 26일 일요일 맑음 석기, 기수, 환춘, 병선 운리에서 원정 마을로 이어지는 임도는 이제 막 초록의 빛에서 연두로 색을 갈아입기 시작한 감들이 길손을 맞는다. 연둣빛이 점점 짙어져 분홍으로 분홍이 붉은 홍시가 될 때쯤 감잎은 소명을 다하고 보살핌을 거두어 드릴 게다. 길가에 잘 익은 알밤이 여명 전인데도 허리를 굽히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게 한다. 가능한 농장이나 농가 주변의 밤은 줍지 않기로 다짐하지만 내 안의 물욕이 스믈스믈... '밤은 이미 추수가 끝났어' 말도 안 되는 논리로 합리화한다. 어느새 몇 번의 오름과 굽이를 돌아 참나무 군락지에 이른다. 도토리가 지천 일 거라는 예상은 완전히 빛나갔다. 도토리가 없다. 나무가 열매를 맺는 것은 생존이다. 가뭄이나 자연재해가 심해지면 열매를..
2021년 9월 11일 토요일 맑음 병선, 복순 오늘 특별한 날이다. 시유가 우리에게 온 지 7년 만에 새로운 식구가 는다. 태명 단풍 이름 우주 내게 두 번째 손주다. 요즘 자연 분만이 없으니 병원에서 정한 시간에 태어나겠지만 흥분과 긴장이다. 코로나19로 모든 게 멈춰버린 시절 하물며 산모에게는 더 말할 나이 없다. 아무도 저희 부부 외에는 병원에 가지도 못하는 상황 아침에 며늘아기에게 전화하고 문자로 격려하고.. 팔영산행 산악회 버스에 오른다. 이동 간에 우주의 탄생 소식을 문자로 받는다. 10시 54분 3.37kg 건강한 사내 아이다. 우주 한자는 생략하고 순 한글 이름이란다. 마음 같아선 항렬을 따져 짓고 싶은데 저희 부모가 그리 하고 싶단다. "우주처럼 넓은 눈으로 세상을 보고 세상에 이로운 ..
2021년 9월 5일 일요일 흐림 친구 석기, 기수랑 돌아보지 마라 누구든 돌아보는 얼굴은 슬프다 돌아보지 마라 지리산 능선들이 손수건을 꺼내 운다. 인생의 거지들이 지리산에 기대앉아 잠시 가을이 되고 있을 뿐 돌아보지 마라 아직 지리산이 된 사람은 없다 내가 좋아하는 정호승의 "가을"이다. 40일 넘게 기승을 부리던 열대야는 가을비 몇 번에 맥을 못 추고 오늘 새벽 백무동은 긴팔 긴바지도 모자라 손이 곱아 보온 장갑이 그립다. 지난해 5월 이후 8번째 지리산행이다. 지난해 코로나로 비대면이 시작되며 시작한 지리산 뒤지기는 오늘 한신을 통해 남부 능선에 들며 그 끝에 선다. 첫 번째로 중산리 천왕봉 한신계곡 탐방을 시작으로 지리 주능선, 지능선과 계곡을 완주했다. 시작의 끝이 한신이었는데 또 그 끝의 시..
2021년 8월 21일 토요일 비 친구 배 법이랑 "세상에 떠도는 위로의 말들을 믿지 마라. 그건 가진 자들이 그렇지 못한 자들을 달래기 위한, 방편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네가 힘들어할 때, 너의 가깝거나 먼 친구나 경쟁자들이 네 앞에 불경기라고 엄살을 떨 때, 경계하라. 그는 위로를 핑계로 너의 의지를 꺾고 있는지도 모른다. 불경기란 없다. 네가 좀 더 현명하거나, 네가 좀더 열정을 보인다면" 유대인 격언에 나오는 말이다 '불경기란 없다' 그런데 거리 두기 4단계에선 이런 격언도 소용이 없다. 다들 힘들다. 그러나 새로 시도한 방법에 희망은 보인다. 어둠 속에 가늘게 비추는 불빛이 정말 희망의 빛이 되길 기대해 본다. 누군가는 명예를 위해 열심히 달린다. 또 누군가는 부를 축적하기 위해 아직도 달리..
2021년 8월 14일 토요일 천사랑 선선한 날씨 설악산 천불동계곡 계류 미가 보고 싶어 토요 무박 산행을 신청했는데 폭우로 등산로 폐쇄 천사랑 관악산 무박 야등에 오른다. 코로나19로 도심은 예전 같지 않다. 하긴, 불 밝히고 호황을 누리던 쇼핑센타는 외국인 발길이 끊긴 지 오래고 유흥업소는 개점 휴업, 폐업에 단축 영업 중이다. 말복이 막 지난 시점인데도 산에 오르니 반팔 반바지로는 춥다. 600m급 관악산 날씨를 얕봤다 난데없는 추위로 오돌오돌 떨었다.
2021년 7월 27일 화요일 맑음 천사랑 섬 생활 2일 차 눈치 빠른 내가 이곳 생리에 익숙해지는 시간으론 충분하다. 일출 전 살그머니 펜션을 나와 시골길을 걸어 삼각산에 오른다. 접경지에선 일몰 후에서 일출 전까지 바닷가, 산은 출입 금지다. 그러나 도로나 농로를 걷는 거야.. 새벽 4시 농로와 간선도로 따라 삼각산 입구에 이르고 여명이 밝아지는 시점에 산에 오른다. 이미 어제 한번 오른 산이지만 오늘은 숙소인 G펜션에서 서내동으로 도보 이동한다. 삼각산엔 염소들이 산다. 흰색과 검은색 갈색 염소 가족이 산에 오르는 나를 반긴다. 처음엔 멀뚱멀뚱 날 쳐다보더니 이내 우두머리 신호로 사방으로 흩어진다. 갈색 염소가 혹 고라니 아닌가 싶어 펜션 사장님께 물었더니 이 섬에 고라니는 없단다. 백색 염소와 흑..
2021년 7월26일 월요일 맑음 풍랑주의보 천사랑 여행지에서 아침은 황금 시간이다. 특히 패키지 여행에서 아침 시간은 숙소 주변을 살펴보는데 적격이다. 접경 지역이라 일출전 통행이 자유롭지 못하지만 새벽 5시 원 황제의 유배지 흔적이 남아 있나 싶어 서내동 대청초등학교를 둘러 보러 갔다. 그러나 코로나로 학교는 폐쇄 됐고 운동하는 아저씨 한분이 있어 원 유적에 대해 물어봤더니 그런 거 없단다. 학교를 한번 둘러보고 도보로 옥죽동해변과 선착장에 들러 일출을 보고 모래사막 송림을 지나 숙소 옆 식당으로 왔다. 삼각산에 오르기 위해 일행보다 30분 일찍 식사 후 일행과 중간지점에 합류하기로 예정돼 있다. 식사 후 펜션으로 돌아오는데 펜션 사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오늘 풍랑 주의보로 배가 없단다. 하늘을 쳐다봐..
2021년 7월 25일 일요일 맑음 폭염 천사랑 아이들과 함께 가기로한 제주행 항공권을 반납했다. 코로나19로 제주 방역 단계가 3단계로 격상됐다. 제주는 아이들만 다녀오기로 하고.. 인천에 살면서 인천의 섬 여행을 거의 못해 본 것 같아 가볍게 백령도, 대청도를 다녀오기로 한다. 가볍게라 했지만 배로 4시간(인천에서 211km) 걸리는 접경지역이다. 수도권이 방역 4단계로 집합이 금지됐다. 백령도행 쾌속선 코리아 킹 호 정원이 449명인데 휴가철인데도 100여 명 남짓 탑승이다. 여행객은 거의 없고 군인 주민이 대부분이다. 우리는 대청도에서 1박 하고 백령도에 1박 후 돌아오는 여정을 계획했다. 3일 내내 날씨는 쾌청으로 예보됐다. 멀리 올림픽이 열리는 이웃 나라 도쿄에 태풍이 상륙한다는 예보가 있긴 ..
2021년 6월 19일 토요일 맑음 천사랑 나를 한결같이 설레게 하는 게 있다. 그건 천사와의 만남이다. 무슨 팔불출 같은 소리냐고 하겠지만 나는 천사와 집 밖에서 만나기로 하면 가슴이 뛴다. 하물며 어디 여행이라도 가자고 하면 말해 뭐하랴... 여행이라고 하면 기차타고 비행기 타고 멀리 가는 걸 여행이라 할 수 있지만 우리 부부의 여행은 꼭 그런게 아니다. 딸네 집에서 귀가 할때 둘이서 함께 걸어오는 40분 공원 산책 한 달에 두어 번 뵙는 어머니댁 나들이 한가하고 무료할 때 나서는 계양산 산행, 굴포천 나들이... 등등 함께라면 나는 언제나 설렌다. 그리고 또 나를 설레게 하는 게 있다. 그건 산행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해 운동이다. 아침마다 하는 근력운동 2시간 저녁에 하는 자전거타기(실내) 1시간..